|
©정현진 기자 |
빙엔의 힐데가르트 축일을 하루 앞둔 9월 16일 경기도 기천리 '베네딕토 숲 학교'에서 여섯 번째 '힐데가르트의 날' 행사가 열렸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에서 해마다 열고 있는 힐데가르트의 날은 올해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힐데가르트 성녀가 1179년 영면한 지 833년 만에 시성됐고, 오는 10월 7일 교회박사로 선포되기 때문이다.
독일 신비주의자로도 유명한 빙엔의 힐데가르트는 서방 그리스도교 전통 중 가장 뛰어난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전례음악과 희곡, 약학과 의학, 그리고 미술 분야에서도 독보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생태영성과 여성신학에 영감을 주는 성인이다.
▲ 숲속 미사로 시작된 '힐데가르트의 날' ©정현진 기자 |
©정현진 기자 |
"온 세상은 하느님의 운동장과 같으며, 지구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과 인간이 하느님의 충만함을 드러내고, 하느님이 활동하시는 성사"라고 표현한 힐데가르트의 영성에 따라 힐데가르트의 날은 그의 생태적 영성을 드러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베네딕도 수도원의 수도자였던 힐데가르트의 가르침을 잇고, 이 시대에 절실한 생태영성가의 비전을 전파할 목적으로 만든 이 날은 그 목적에 맞게 힐데가르트의 영성에 대한 강의와 미사, 생태 체험 등으로 진행되어 왔다.
힐데가르트 영성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정홍규 신부(대구대교구, 영천 산자연학교 교장)는 이날 미사에서 힐데가르트의 시성을 축하하면서 '힐데가르트의 초대'에 대해 전했다.
▲ 정홍규 신부는 "힐데가르트는 생명과 삶에 복족했고, 구체적인 인간을 위해 헌신했다. 특히 아이들의 치료를 위해 배려하고 의식이 깨어 있도록 독려했다"면서 "오늘날 아이들이 자살로 죽어 가는 현실에서 힐데가르트를 따른다면, 아이들을 경쟁과 선행학습에서 구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현진 기자 |
정홍규 신부는 "힐데가르트 성인은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가르친다"면서 "그분은 우리에게 세상을 똑바로 보고, 자신의 몸을 사랑해야 하며, 특히 여성들에게 충만한 생명력으로 교회를 쇄신하라고 이끈다"고 말했다. 이어서 "힐데가르트의 가르침은 몸을 물질로 취급하고, 영혼이 도태된 이 시대에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피조물을 이웃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통제불능, 지구온난화와 대량소비, 생명 다양성 상실의 시대에 우리를 인도하는 멘토이자, 조력자, 예언자"라고 소개했다.
정홍규 신부는 "힐데가르트라는 이름을 풀이해 보면, '힐데'에는 싸우고 투쟁하라는 의미가, '가르트'에는 집, 정원, 행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고 "생명과 삶에 복종하고 인간을 위해 헌신했던, 인간의 의식이 깨어 있도록 독려했던 그분처럼 우리 모두 다음 세대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힐데가르트가 되자"고 독려했다.
▲ 숲속 음악회. 김영학 루카 씨가 클라리넷 연주를, 김준석 요셉 씨가 색소폰 연주를 들려줬다. 고요한 숲속에서 울리는 음악은 참가자들에게 휴식과 기쁨이 됐다. ©정현진 기자 |
▲ 색소폰으로 '아베마리아'를 연주하는 김준석 씨 ©정현진 기자
"본래 푸르도록 의도되었던 사람들에게 ……
하느님께서는
그분이 보시는 앞에서
온 세계가 순수해지기를 원하십니다.
지구는 상처를 입어서는 안됩니다.
지구는 파괴되어서는 안됩니다. ……"
一 빙엔의 힐데가르트
2006년 시작된 '힐데가르트의 날'를 처음부터 관장한 최영미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는 힐데가르트 성인을 일컬어 "천년의 시공을 넘어 지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성을 제시하는 분"이라고 칭했다.
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은 2006년 정홍규 신부와의 세미나에서 힐데가르트 성인을 다시 접한 후, 그해 가을부터 '힐데가르트의 날'을 만들었다. 힐데가르트의 날은 되도록 야외에서 자연을 접하면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것과 '초록 영성'을 전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 '힐데가르트의 날'을 2006년부터 이끌어 온 최영미(막달레나) 수녀 ©정현진 기자 |
힐데가르트의 날은 매년 성인의 축일인 9월 17일 즈음의 주일에 열린다.
▲ 미사와 음악회 후에는 숲길 명상, 천연염색, 다도 등의 체험 마당이 열렸다. 푸른빛의 생쪽염과 레몬빛의 황백염으로 손수건을 만드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
▲ 직접 만든 황백 손수건을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는 참가자 ©정현진 기자 |
▲ 고요히 차 향에 빠져드는 다도 체험자들 ©정현진 기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