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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색이(垂頭塞耳)
머리를 숙이고 귀를 막는다는 뜻으로, 머리를 숙여 아첨을 하며 귀를 막고 세상의 비난을 돌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垂 : 드리울 수(土/5)
頭 : 머리 두(頁/7)
塞 : 변방 새(土/10)
耳 : 귀 이(耳/0)
출전 : 안씨가훈(顔氏家訓)
중국 남북조(南北朝) 시대 말기의 귀족이며 유명한 학자였던 안지추(顔之推)는 양(梁), 제(齊), 주(周), 수(隋) 등의 나라를 떠돌며 살았다.
顏氏家訓/卷第5 省事 第12
그리하여 남북 사회의 풍속, 정치, 학문 등에 관하여 깊은 이해를 갖게 되었으며, 자신이 몸소 겪은 여러 경험을 유가 사상에 바탕을 두고 저술하였는데, 이 작품이 바로 안씨가훈(顔氏家訓)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하여 부패한 사회, 귀족의 무능, 본분을 잃은 생활 등에 대한 비평과 함께 자손을 위하여 저술한 교훈서로 기술하고 있다.
간쟁을 하는 사람들은 주군의 옳지 못한 처사나 과오에 대하여 바로잡기 위해 있는 것이다.
諫諍之徒, 以正人君之失爾。
반드시 얻을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하며, 당연히 바로잡아 도울 수 있는 규범을 만들어야 하며, 구차스럽게 자신의 책임을 면하거나 편안함을 위해 머리를 숙이고 귀를 막는 하지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必在得言之地, 當盡匡贊之規, 不容茍免偷安, 垂頭塞耳。
주군을 위해서 처신하는 좋은 방법은, 생각하는 범위가 자신의 지위를 넘어서는 안되며, 간언이 자신의 임무를 넘어서는 안되며, 이 범위를 넘게 되면 곧 죄인이 되는 것이다.
至於就養有方, 思不出位, 幹非其任, 斯則罪人。
그러므로 표기(表記)에는 ‘주군을 섬길 때 가까이 있는 자가 아닌 자가 간언하는 것은 아첨이 되며, 가까이 모시면서 간언 하지 않으면 자신의 이득만을 구하는 것이 된다.’ 고 했다.
故表記雲:事君, 遠而諫, 則諂也 ; 近而不諫, 則屍利也。
또 논어(論語)에서는 ‘믿음이 없으면서 간언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비방을 일삼는 자로 여긴다.’라 했다.
論語曰:未信而諫, 人以為謗己也。
(顏氏家訓/卷第5 省事 第12)
또 후한서(後漢書) 상제기(殤帝紀)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사(刺史; 지방 관리 책임자)가 머리를 숙여 아첨을 하며 귀를 막고 세상의 비난을 돌보지 않고 사욕에 치우치는 것은 ‘하늘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라 했다.
刺史垂頭塞耳, 阿私下比, 不畏於天, 不愧於人。
(後漢書/卷4 孝和孝殤帝紀 第四)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하늘(天)이다. 왜냐하면 하늘에 대하여 죄를 지으면 용서받을 데가 없기 때문이다.
盡日垂頭客 / 金炳淵
(하루종일 아첨하는 손님/김병연)
唐鞋崇襪數斤綿(당혜숭말수근면)
踏盡淸霜赴暮煙(답진청상부모연)
당나라 가죽신에 솜을 넣은 송나라 버선을 신고, 아침 이슬을 밟고서 가면 저물어서야 돌아온다오.
淺綠周衣長曳地(천록주의장예지)
眞紅唐扇半遮天(진홍당선반차천)
푸른색의 주나라 옷은 길이가 길어서 땅에 끌리고, 붉은 색의 당나라 부채로 하늘을 가리는구나.
詩讀一卷能言律(시독일권능언률)
材盡千金尙用錢(재진천금상용전)
시를 한 권만 읽어도 음률을 아는 체 하고,
천금의 재물을 썼건만 아직도 쓸 돈이 남았구나.
周門盡日垂頭客(주문진일수두객)
若對鄕人意氣全(약대향인의기전)
양반집 대문을 종일토록 머리 숙여 드나든 손님이, 고향 사람 만나면 자기도 양반인양 우쭐대더라.
수두색이(垂頭塞耳)
간에 가 붙고 쓸개에 가 붙는다는 속담은 아첨(阿諂)의 대명사다. 지조 없이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면 이편에 붙었다 저편에 붙었다 하는 사람이다.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아첨을 모두들 욕한다. 아첨하는 자는 위선자, 입에 꿀이 흐르지만 배에는 칼을 숨긴 구밀복검(口蜜腹劍) 등이다.
개가 꼬리를 흔들며 알찐거리는 요미걸련(搖尾乞憐)이나 돼지가 사방으로 꼬리를 흔드는 오방저미(五方猪尾)는 짐승이라 이해할 수 있다.
상사의 변을 맛보고 종기의 고름을 빨아주는 상분연옹(嘗糞吮癰)의 사람은 이보다 못하다. 그래서 인간은 아첨하는 동물이라 했다.
같은 아첨이라도 점잖은 표현에 자신의 안일을 위해 머리를 숙이고(垂頭) 세상의 비난에 귀를 막는다(塞耳)는 말이 있다. 중국의 학자 안지추(顏之推)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에 나온다.
남북조(南北朝)시대의 혼란기와 수(隋)나라 통일기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안지추는 자녀들을 위해 수신과 학문, 처세를 익히도록 이 책을 남겼다.
모두 20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12편 성사(省事)에 실려 있다. 난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규범을 세워 세상을 바르게 볼 것을 훈계한다.
임금이나 어른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말하는 간쟁(諫爭)에 대해서 충고하는 대목이다. 간쟁을 하려면 그러한 지위에 있어야 하고 바로잡아 돕는 법규를 다해야 한다면서 이어진다.
구차스럽게 자신의 책임을 면하거나 편안함만을 위해 머리를 숙이고 귀를 막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不容茍免偷安 垂頭塞耳).
그러면서 '믿음이 없으면서 간언하면 남들이 비방하는 자라 여긴다(未信則以爲謗己)'는 논어(論語)의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이렇게 아첨을 비난해도 자신이 실제로는 벗어나기 어렵고 주위서도 자주 본다.
권세가의 문전에서 종일 머리박고 아첨하면서, 시골 사람 볼 때마다 제가 양반인 양 우쭐거린다(周門盡日垂頭客 若對鄕人意氣全)란 우리의 풍자가객 김삿갓(金笠/김립)의 시도 같은 표현이다.
자기를 보호해주는 상사를, 또는 따르는 보스를 옳지 않은 일도 온갖 궤변으로 옹호하는 행위는 역겹기만 하다.
▶️ 垂(드리울 수)는 ❶형성문자로 埀(수)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초목의 꽃이나 잎이 늘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드리우다'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垂자는 '늘어뜨리다'나 '드리우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垂자를 보면 식물의 가지와 잎이 늘어져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垂자는 식물의 잎이 늘어진 모습에서 '드리우다'나 늘어뜨리다'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후에 垂자에는 '기울다'나 '쏟다', '베풀다'와 같은 뜻이 파생되었는데,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늘어진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垂(수)는 ①드리우다(한쪽이 위에 고정된 천이나 줄 따위가 아래로 늘어지다), 늘어뜨리다 ②기울다, 쏟다 ③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④전(傳)하다, 후세에 물려주다 ⑤가, 가장자리, 변두리 ⑥변방(邊方: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 국경지대 ⑦항아리 ⑧사람의 이름 ⑨거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똑바로 드리운 모양을 수직(垂直), 모범을 보임을 수범(垂範), 동자를 달리 이르는 말 수초(垂髫), 눈물을 흘리는 것을 수루(垂淚), 가지가 밑으로 축 늘어지게 자라는 버드나무를 수양(垂楊), 직선이나 평면에 수직으로 만나는 직선을 수선(垂線), 뒤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림 또는 그러한 머리를 수발(垂髮), 가르쳐 주거나 또는 가르침을 받음을 수교(垂敎), 고개를 푹 숙임을 수두(垂頭), 가엾게 생각하여 돌봄을 수련(垂憐), 창고의 곡식을 다 써서 거의 바닥이 드러남을 수경(垂罄), 늙어서 죽을 때가 가까움을 수년(垂年), 어떤 일이 거의 이루어짐을 수성(垂成), 옷소매를 늘어뜨리고 팔짱을 낀다는 뜻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남 하는 대로 내버려 둠을 수공(垂拱), 아래로 꼿꼿하게 달려 드리워짐을 현수(懸垂), 교화를 두루 미치게 함을 편수(遍垂), 장래가 촉망되는 자식은 위험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를 일컫는 말을 수당지계(垂堂之戒), 발을 내리고 정사를 듣는다는 뜻으로 나이 어린 임금이 등극했을 때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왕을 도와서 정사를 돌봄을 이르는 말을 수렴청정(垂簾聽政), 밝고 평화스럽게 다스리는 길을 겸손히 생각함을 일컫는 말을 수공평장(垂拱平章), 자손에게 뒤를 이어 이루게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수성지업(垂成之業), 공을 세워 이름을 후세에 남김을 일컫는 말을 공명수죽백(功名垂竹帛),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우수천석(雨垂穿石), 마루 끝에는 앉지 않는다는 뜻으로 위험한 일을 가까이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좌불수당(坐不垂堂) 등에 쓰인다.
▶️ 頭(머리 두)는 ❶형성문자로 头(머리 두)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머리혈(頁; 머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豆(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豆(두)는 고기 따위를 담는 식기로서 둥근 그릇에 높은 발이 달려 있고, 頁(혈)은 얼굴이나 머리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頭(두)는 豆(두)라고 하는 도구가 서 있듯이 사람의 머리가 몸위에 곧게 달려 있는 모습으로 머리와, 일의 시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頭자는 '머리'나 '꼭대기',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頭자는 豆(콩 두)자와 頁(머리 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豆자는 '콩'이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제기 그릇을 그린 것이다. 전국시대 때의 頭자를 보면 豆자 위로 頁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사람의 머리를 제기 그릇에 올린 것 같지만 이것은 사람의 머리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豆자는 발음과 함께 사람의 신체 윗부분에 있는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頭(두)는 (1)주로 마소나 양, 돼지 같은 네발 가진 짐승의 수효(數爻)를 세는 단위 (2)골치 등의 뜻으로 ①머리 ②꼭대기, 최상부(最上部) ③우두머리 ④처음, 시초(始初) ⑤첫째, 상위(上位) ⑥맨 앞, 선단(先端) ⑦근처(近處), 근방(近方) ⑧변두리 ⑨물건을 셀 때의 단위, 마리 ⑩사람을 세는 말 ⑪음식상을 세는 말 ⑫지혜(智慧), 재능(才能) ⑬어조사(語助辭)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우두머리 추(酋), 머리 수(首), 으뜸 괴(魁),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미(尾)이다. 용례로는 머리의 존칭을 두상(頭上), 머리가 되는 차례를 두서(頭序), 머리가 아픈 증세를 두통(頭痛), 좋지 못한 집단의 우두머리를 두목(頭目), 실마리를 두서(頭緖), 짐승 따위의 머리에 있는 뿔을 두각(頭角), 머리와 낯을 두면(頭面), 머리 털을 두발(頭髮), 음절의 첫소리를 두음(頭音),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이 어떤 일에 오로지 파묻힘을 몰두(沒頭), 머리나 마음 속의 생각을 염두(念頭), 이야기의 말머리를 화두(話頭), 글이나 일의 첫머리를 벽두(劈頭), 해의 첫머리를 연두(年頭), 이야기나 글의 첫머리를 모두(冒頭), 어떠한 곳에 몸소 나감을 출두(出頭), 마주 대해 입으로 하는 말을 구두(口頭), 시가지의 길거리를 가두(街頭),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음을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가 벗어지고, 이가 빠져 사이가 벌어진다는 두동치활(頭童齒闊), 참형을 당하여 머리와 다리가 따로따로 됨을 이르는 두족이처(頭足異處), 정신이 어찔하여 쓰러짐을 두중각경(頭重脚輕),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두한족열(頭寒足熱) 등에 쓰인다.
▶️ 塞(변방 새, 막힐 색)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색)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색)의 옛 자형(字形)은 벽돌을 양손으로 쌓아 집의 벽을 막는 모양을 나타낸다. 土(토)를 더하여 塞(새, 색)가 막다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또 砦(채)와 통하여 堡壘(보루)의 뜻이다. 그래서 塞(새, 색)는 ①변방(邊方: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 ②요새(要塞) ③보루(堡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 ④주사위(놀이 도구의 하나) ⑤성(姓)의 하나 ⑥보답하다, 굿을 하다(=賽) ⑦요새를 쌓다 ⑧사이가 뜨다 그리고 ⓐ막히다(색) ⓑ막다(색) ⓒ차다, 채우다(색) ⓓ충만하다(색) ⓔ만족시키다(색) ⓕ지키다(색) ⓖ가리다, 엄폐하다(색) ⓗ끊다(색) ⓘ곤궁하다(색) ⓙ성실하다(색) ⓚ성채(城砦: 성과 요새를 아울러 이르는 말)(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막힐 체(滯), 막힐 조(阻), 막힐 질(窒), 막힐 옹(邕)이다. 용례로는 중요한 곳에 구축하여 놓은 견고한 성채나 방어 시설을 요새(要塞), 변경에 있는 요새를 변새(邊塞), 방비가 튼튼한 요새를 견새(堅塞), 적군이 쳐들어 오지 못하도록 막는 요새를 방새(防塞), 변경을 순찰함을 순새(巡塞), 견고한 요새를 고새(固塞), 아주 먼으로 국경에 가까운 말을 절새(絶塞), 적의 요새를 적새(敵塞), 성과 요새를 성새(城塞), 근원을 아주 막아 버림을 색원(塞源), 천거하는 일을 막음을 색천(塞薦), 사물의 흐름이나 분위기 등이 막히거나 굳어져 순조롭지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을 경색(梗塞), 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 옹색함을 군색(窘塞), 말이 궁하여 답변할 말이 없음을 어색(語塞), 곤궁하고 궁색함을 궁색(窮塞), 닫아 막음을 폐색(閉塞), 덮어 막음을 엄색(掩塞), 숨이 꽉 막힘을 기색(氣塞), 생활이 몹시 군색함을 옹색(壅塞), 몹시 놀라거나 싫어서 기막힐 지경에 이름을 질색(窒塞),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라는 새옹지마(塞翁之馬), 한때의 이로움이 장래에는 도리어 해가 되기도 하고 화가 도리어 복이 되기도 한다는 새옹화복(塞翁禍福), 근본을 빼내고 원천을 막아 버린다는 발본색원(拔本塞源), 콩알 두 개로 귀를 막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양두색이(兩豆塞耳), 사방의 지세가 견고하고 험한 자연의 요새로 되어 있는 땅을 사색지지(四塞之地), 어떤 시대의 사회가 이상과 목적 등을 상실하여 저미하고 있는 상태에 있는 일을 시대폐색(時代閉塞) 등에 쓰인다.
▶️ 耳(귀 이, 팔대째 손자 잉)는 ❶상형문자로 귀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한문에서는 귀라는 뜻 이외에도 ~할 뿐이다, 혹은 ~할 따름이다 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耳자는 '귀'나 '듣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耳자는 오른쪽 귀의 귓바퀴와 귓불을 그린 것이다. 耳자는 사람의 귀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귀의 기능인 '듣다'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글자에서는 항아리나 솥과 같이 단순히 물체의 '손잡이'를 뜻할 때도 있다. 참고로 중국 고문(古文)에서는 耳자가 종종 '~일 뿐이다'나 '~일 따름'과 같은 어조사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곤 했다. 그래서 耳(이)는 ①귀, 오관(五官)의 하나 ②성(盛)한 모양 ③뿐 ④귀에 익다, 듣다 ⑤곡식이 싹나다 그리고 ⓐ팔대째 손자(孫子)(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귀와 눈 또는 남들의 주의를 이목(耳目), 겉귀의 드러난 가장자리 부분을 이개(耳介), 귀와 코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이비(耳鼻), 귀에 생기는 병을 진찰 치료하는 의술의 한 분과를 이과(耳科), 귓바퀴를 이각(耳殼), 귀동냥으로 얻은 학문을 이표(耳剽), 몹시 떠들어서 귀가 먹먹함을 이괄(耳聒), 귀로 들음을 이령(耳聆), 귀가 먹음을 이색(耳塞), 귓바퀴가 뺨에 붙은 부분을 이근(耳根), 귀로 소리를 듣는 능력을 이력(耳力), 귀에 입을 대고 하는 말을 이어(耳語), 듣기만 하여서 알게된 학문을 이학(耳學), 귓속이 곪아 앓는 병을 이통(耳痛), 귀가 먹어 들리지 않음을 이롱(耳聾), 나이 60세를 이르는 이순(耳順), 참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단지 귀로 듣기만 하고 넘겨짚어 관찰을 할 줄 모름을 이식(耳食), 귀와 눈과 입과 코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이목구비(耳目口鼻), 귀로 듣고 눈으로 봄을 이르는 말을 이문목견(耳聞目見),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는 뜻으로 눈치가 매우 빠른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이시목청(耳視目聽), 담에도 귀가 달렸다는 뜻으로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도 말을 삼가라는 뜻으로 일컫는 말을 이속우원(耳屬于垣), 귀로 듣고 눈으로 봄으로써 일어나는 욕심 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욕망을 일컫는 말을 이목지욕(耳目之欲), 귀로 듣고 눈으로 봄 즉 틀림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이이목지(耳而目之), 귀를 잡아당겨 얼굴을 마주하고 가르친다는 뜻으로 친절히 가르침을 이르는 말을 이제면명(耳提面命),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쇠귀에 경 읽기라는 뜻으로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우이독경(牛耳讀經), 바람이 귀를 통과하는 듯 여긴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여풍과이(如風過耳),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얕은 꾀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엄이도령(掩耳盜鈴),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뜻으로 바르게 타이르는 말일수록 듣기 싫어함을 이르는 말로 충언역이(忠言逆耳), 귀로 들어온 것을 마음속에 붙인다는 뜻으로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입이저심(入耳著心),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곳에 있는 것을 괜찮게 여기고, 가까운 것을 나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귀이천목(貴耳賤目), 남에게 들은 것을 그대로 남에게 전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 천박한 학문을 일컫는 말을 구이지학(口耳之學),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머리를 수그리고 귀를 드리워 엎드린다는 뜻으로 온순하게 맹종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면수첩이(俛首帖耳), 콩알 두 개로 귀를 막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것이 큰 지장을 초래함을 이르는 말을 양두색이(兩豆塞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