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독일 여행 일정 중 성 토마스 교회 방문이 있어 바흐를 만날 수 있겠거니 기대했는데 라이프치히 '거리의 악사'에게서 먼저 바흐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성 토마스 교회로 스테인드글라스에 바흐와 멘델스존의 초상을 보며 음악으로 이어진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라이프치히로 오기 전 10년간 머물렀던 쾨텐에서 젊은 영주 레오폴트의 후원으로 궁정 악장을 지내며 행복했던 바흐는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영주의 아내가 바흐와 교류를 싫어해 결국 라이프치히로 발길을 돌렸다. 바흐는 175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음악을 총괄하는 칸토르(Cantor, 교회음악의 책임자)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이하게도 교회 안에 바흐의 묘소가 있었다. 2000년 7월 28일 바흐 사후 250주년 기념으로 대대적 수리를 하고 이곳에 옮겨 놓았다. 교회 안 묘소엔 방문객이 헌화한 꽃들이 놓여 있었다. 새로 설치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에 눈길이 머물고 ‘토카타와 푸가‘의 웅장한 선율이 온 교회를 가득 채우고 그 울림은 교회를 되돌아 나올 때까지 길게 따라 나왔다. 지금 들리는 음악이 바로 그 당시 들린 곡. 밖으로 나오니 검은 색 바흐 동상이 비바람에도 끄떡없다는 듯 견고하게 서 있었다. 멘델스존은 특별한 식습관으로 그 날 직접 잡은 신선한 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아 항상 단골 푸줏간이 있었다. 어느 날 집사가 고기를 사러갔다. 고기를 싼 종이에 악보가 그려져 있었고 보통 악보가 아닌 듯싶어 멘델스존에게 보여 주었다. 멘델스존은 그 악보의 나머지를 모두 사오게 하였고 고기를 싸려고 모아 둔 종이를 자세히 보니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었다. 멘델스존은 빛이 바래고 잘 보이지 않는 악보들을 복원하여 <마태수난곡>을 무대에 올리려고 2년간 리허설에 매달렸다. 400여명의 합창단, 왕실 관현악단 등 전원이 기꺼이 무보수로 참여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바흐의 첫째 아내는 결혼 13년 만에 사망하고 소프라노 가수였던 안나 막달레나와 재혼하여 두 부인 사이에서 20명이나 되는 자녀를 두었다. 바흐는 안나 막달레나를 극진히 사랑하였고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도 작곡했다. 바흐의 음악활동을 적극 협조했던 그녀는 후에 '내 남편 바흐'에 이렇게 적고 있다. 어느 날 내가 그의 방으로 불쑥 들어갔을 때, 마침 그는 《마태 수난곡》속의 알토 독창 〈아, 골고다〉를 쓰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편안하고 혈색도 좋았던 그의 얼굴이 완전히 눈물로 범벅 이 되어 잿빛으로 변한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 와 그의 방문 옆의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음악을 듣는 이들이 그가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며 작품을 썼다는 것을 어찌 알 수 있을까요 1977년 미국에서 쏘아 올린 우주선 ’보이저 2호‘에는 바흐 작품이 세 곡이나 포함되었는데 바로 전에 소개했었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라디오로 듣고 있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는 친구가 소유한 개인전용 제트기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의 '사라반드'를 연주했다.
바흐 가문은 200년간 유럽의 명문 음악가문으로 세바스티안 바흐 이전에도 많은 유명 작곡가를 배출. 그중에서도 할아버지와 그 두 아들들은 음악사에도 이름을 남긴 뛰어난 작곡가들이었다. 바흐는 이미 20대 초반에 오르간 연주자로서 명성이 독일 전체에 알려져 있었다. 바흐는 1750년 7월 28일 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조용히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음악의 아버지’라는 칭호까지 받을 정도로 칭송받는 바흐이지만,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으며 사후 50여 년 만에 바흐 열풍이 몰아 닥쳤다. 바흐 사후 약 80년의 시간이 더 흐른 1829년, 열렬한 바흐 팬이었던 멘델스존이 <마태 수난곡>을 복원하면서 다시 한번 바흐 열풍을 일으켰다. <무반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은 1889년 첼로의 거장인 파블로 카잘스가 발굴한 것이며 고금의 첼로곡 중 최고봉의 하나로 꼽히는 걸작이다.
(바흐의 작품은 수없이 많고 대부분 사랑받는 곡들로, 하지만 음단방 경우 몇 곡을 올리기에 긴 연주시간을 피하고 고음악의 경우 리알토님께서 수없이 많이 소개하시기에 그곳서 들으시면 좋은 음질에 좋은 곡을 골라 들으실 수 있어 여기선 피합니다.)
바흐 피아노 콘체르토 1번 (bwv1052) 글렌 굴드, 레너드 번스타인
기괴한 성격의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굴드의 피아노 연주와 당대의 지휘자 레너드번스타인의 바흐 콘체르토 연주. 글렌굴드의 젊은 시절의 흔하지 않은 연주 영상 및 뒷부분에 성격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글렌굴드의 연주를 무척 좋아해 많이 들었으나 젊은 시절의 연주영상은 처음이기에 흥미롭게 봤습니다.)
바흐//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E장조 - 힐러리 한(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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