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비데로 항문을 씻어내고 샤워기로 항문에 물을 분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샤워기로 항문에 물을 분사하며 씻어내기만 합니다. 씻어낼 때, 저는 결코 손으로 항문을 문지르지도 비누를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이 습관이 항문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끼치나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샤워기와 항문의 거리를 어느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만, 비데는 최대 몇 회까지만 사용해야 항문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석박사 통합 과정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임상연구조교수
(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외과 임상조교수
항문은 소중하지만 소홀히 대하기 쉬운 기관인데, 배변시마다 비데와 샤워기를 순차적으로 사용하신다면 아마도 항문이 매우 건강하실 듯합니다.
대부분의 항문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수 좌욕이고, 이는 혈류 개선과 긴장 완화, 위생적인 부분까지 모두 해결하는 좋은 습관입니다.
하지만 시간과 기구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좌욕이 어려울 경우 샤워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이 때 질문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비누로 강하게 문질러 씻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샤워기와의 거리나 비데의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수압입니다. 수압은 각 가정의 욕실 시스템이 모두 다르므로 정확히 몇 cm 의 거리를 유지하라는 권고가 무의미하고, 대신 괄약근의 긴장도를 약간 낮춰주고 배변 잔여물이 씻겨나갈 정도가 적절합니다.
압력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거리가 가까우면 불수의근 (우리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인 내괄약근에 지나친 자극을 주어 일시적으로 압력이 풀려 항문관에 있던 잔여 변이 밀려나오는 것을 '시원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일정한 압력을 늘 유지하고 있는 내괄약근에게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참고로 고성능의 비데를 너무 강하게 분사하는 경우 항문 피부가 찢어지고 치열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비데, 샤워기의 사용은 항문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만, 목적을 분명히 하시고 그에 맞는 적절한 압력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