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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을 위한 농지 전용....문제는 소비 감축
정부는 기후위기 피해자인 농민의 현실 직접 들어야
“농업은 기후위기의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기후위기와 농업'이라는 주제로 가톨릭 에코포럼을 진행했다.
15일 열린 포럼에서는 김정섭 박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 주제 발제를 했고, 안영배 신부(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 안동교구)와 김정열 농민(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봉강분회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농지의 태양열 발전용지 전환 계획, 과연 기후위기 대응책인가?”
김정섭 박사는 먼저 현재 기후위기와 관련해 농업, 농촌에서 실행되는 여러 정책이 과연 기후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인가, 무엇보다 농민들과 농촌의 일반적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인지 물었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해 비닐 사용, 비닐하우스 난방, 축산업 등으로 인해 농업 역시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또 최근 농지를 태양열 발전 부지로 이용한다는 정책은 다른 갈등과 비판을 불러오기도 했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해, “농업은 소비가 아닌 생산 활동이며, 무엇보다 물, 햇빛,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생산하며, 그 부산물로 산소를 배출하는 특별한 생산 활동”이라면서 무기물을 원료로 생산하고 재생산 없이 소비과정에서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농업은 재생산 활동을 핵심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은 재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농산물과 그 부산물 등 고체형태로 묶어 두는 활동으로 오히려 온실가스를 방지할 수 있다”며, “식물이 호흡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있지만 총량으로 볼 때,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훨씬 많으며, 온실가스 문제 해결에 이러한 식물학적 과정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전체 배출과 흡수량을 따져 봤을 때, 농지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삼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으며, 이는 실제 작용뿐 아니라 향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배출량을 넘어서게 만드는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농지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 문제에 대해 김정섭 박사는 이러한 농경지 흡수 능력을 고려했는지, 농지가 가격이 낮기 때문은 아닌지 지적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서 단연 1순위로 정리해야 할 것은 화력발전이지, 상당한 흡수 능력을 가진 농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 그럼에도 농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줄여야 한다면, ‘저탄소 농법’을 고려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라며, 조금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농지 자체를 다른 부지로 전환하는 것은 농지가 가진 많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심지어 먹거리 생산을 포기하더라도(즉, 식량안보를 포기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토지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최대한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농지 전용을 전제로 한 태양광 발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법 가운데 태양광 발전량만 따진다면 농지 30만 헥타르가 필요하다. 2020년 현재 한국 전체 농지 면적은 157만 헥타르, 그 가운데 논면적은 84만 헥타르다. 농지 가격을 고려한다면 밭보다는 논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84만 헥타르의 논 가운데 30만 헥타르가 태양광 발전에 사용된다.
김정섭 박사는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농업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농법이나 농사량이 아니라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생활 양식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농지를 전용해서라도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자는 주장은 농업 부문에 해당하는 기후위기 대응책이 아니며, 농법을 변화시켜 기후위기 대응에 일조하자는 주장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야말로 ‘전방위적 체계 전환’이 필요한 일이라면서, 우선 농업과 관련된 방향은 “산업화 지향 농업 정책이 아닌 건강한 농민 농업 확산”이 필요하며, 경영자형 농업보다는 농민 농업이 주류를 이루고 이에 긍정적 전망을 지닐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먹거리 보장(식량안보)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측면에서 논(농지)는 사회적 공유재이며, 사유화될 수 없다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일정 면적의 토지를 활용해야 한다면, 농지를 제외한 토지를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농지는 탄소흡수원이며, 급하다고 농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들이는 일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농토를 전용하는 일은 단기적 대응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농민의 현실, 해마다 줄어드는 농토, 식량 주권, 그리고 기후위기의 문제.... 너무나 복잡하고도 총체적 생존의 문제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이어진 토론에서 안영배 신부는 “기후위기에 처한 농업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탐욕에 젖은 이들에게 이 기회는 새로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될 뿐입니다. 기후위기를 체감하며 농업생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변화의 몸부림이 절실히 필요하며, 우리는 그 힘을 신앙에서 찾아야 합니다.“
우선 안 신부는 “농업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건강한 밥상으로 우리의 삶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며, 자연 생태계를 관리하며 생명 다양성을 보전해 안정적인 지구 환경을 유지해 가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서 이어가는 생명농업, 축산과 퇴비 생산, 유기농으로 연결되는 순환농법 등을 다시 짚어보고, “우리농운동 27년간 생명을 살리는 농업이 자리 잡을 수 잇도록 노력했지만 오히려 농촌의 현실은 더 어려워졌고, 고령의 농민들이 농촌을 지키고 생산하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감염병 사태와 기후위기 시대, 농업과 환경에 대한 위기감은 농업이 생명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지만 농촌에서는 움직일 사람이 없다”면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이 화두인 시대에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을 짚었다.
안 신부는 “농촌마을 공동체 존속을 위한 도시와 농촌 본당(공소) 사이의 여러 지원과 교류, 상생을 위한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며, “교회는 농업과 생태환경, 기후위기 극복에 대해 교회 밖의 일로 거리를 둘 것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 안에서 활력을 주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농업, 환경 단체들과 연대하고 더 많은 활동가를 양성해야만 교회의 사목도 힘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몇십 년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에게도 재난이며 마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해 폭우로 농지가 물에 잠겼던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순창분회 회원의 농지. (사진 제공 =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마지막으로 농민인 김정열 씨는 농업은 자연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고 날씨는 늘 달랐지만 근래처럼 기후재난이 빈번한 적은 없다면서, “예측할 수 없이 달라지는 기후환경에서 베테랑 농민들도 정신이 없다. 지구온난화, 기후위기는 농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농민 모두 느끼고 있지만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마주하는 것이 두려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기후위기 문제는 에너지 소비 감축이지 에너지 전환이 아니다. 과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누구인가”라며, “다국적 식량회사 등의 산업적 농업 생산 방식과 글로벌 푸드 시스템의 전환 없이는 기후위기 대응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농업과 먹거리 생산, 소비 체계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건강한 토양 복원을 통해 탄소를 흡수, 격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저탄소농업은 에너지와 물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 토양에 탄소 저장, 지속적 먹거리 생산, 자연 자원과 생태계 보존 등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정열 씨는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후위기로 인해 농민들이 어떤 피해를 밉고 있는지 묻는 것”이라며, “농민이 자신의 존엄과 생존을 위해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을 할 수 있고, 체계적으로 농업과 농촌, 농민 문제를 확장해서 봐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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