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 짓기
서울시에서는 서울 도시건축센터에서 수시로 어린이 건축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2023년 가을에는 노들섬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건축가들을 초대하고 기획한 권현정 건축가의 주도로 어린이 80여명과 함께 ‘어린이, 건축가와 노들섬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에서 필자는 맹꽁이와 딱다구리 서식지로 잘 알려진 노들섬에서 어린이들이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장소를 생각해보도록 했다. 같이 맹꽁이 서식지를 조심스럽게 돌아보고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과 들려오는 새 소리를 느껴보게 하였고 그 마음을 담아 그들의 서식지를 구성해보고자 했다.
노들섬의 동측, 맹꽁이 서식지 탐방하기
되도록 화학 재료를 쓰지 않고 어린이들이 자연의 서식지 건축을 구축해 보고자 했다
노들섬 어린이 건축 워크숍의 전경. 그 장소에서 실제 장소성을 느끼며 그곳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한 어린이들처럼 이곳에 건축을 할 전문가들도 그러길 바란다.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구성물이 모여서 집합적인 풍경을 이루는 과정으로 기획을 했기에 서로 다른 생각들이 모여서 다공성을 많이 가진 자연을 위한 환경이 되었다. 필자가 담당한 팀 이외에도 여러 다른 팀들의 서로 다른 주제와 해법을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 과정에 참여한 이 흔치 않은 기회가 그들의 성장에 작은 조약돌이 되길 바라본다.
뉴욕과 도쿄의 어린이 건축 프로그램
해외에도 우리와 비슷한 어린이 건축 프로그램들이 있다. 뉴욕은 건축가협회에서 쓰는 건물인 Center for Architecture 내에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곳의 프로그램들은 정해진 건축의 유형들을 만드는 것이 수업처럼 이 센터의 교육 스텝들에 의해서 주로 이뤄지는 것이 우리의 경우와 다른 점이다.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건축가들을 초대하려 해도 참여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건축가들의 공공성은 꽤 높은 수준이다.
토요 이토(Ito Toyo) 건물 외관과 활동 모습을 담은 팸플릿
반면 일본의 경우 토요 이토(Ito Toyo)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훌륭한 건축가 중의 한 명이 설립한 사립 어린이 건축학교가 토쿄 외곽 주택가에 있다. 토요 이토와 그 제자들이 주로 가르치는 이 기관은 밀도 있게 짜여진 교육과정에 따라서 학기제로 진행이 되는데 이곳을 방문하여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꽤 고가의 수업료를 내고 진행되는 엘리트 건축교육기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세대 건축교육은 그들을 건축가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간에 종속되지 않는 마음과 생각을 키우는 기회이기도 하고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가치관을 키우기 위해서다.
각자의 고유성과 잠재성을 위해
다음세대의 건축교육은 그들을 건축가로 키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간의 한계에 종속되지 않는 마음과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더욱 다양한 시각과 가치관으로 스스로 발전케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일반 수업과 달리 각자의 고유함을 찾는 여정을 통해 그들이 만들어 갈 미래가 현재의 환경보다 더 나은 세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자도 건축교육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