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세월가는 것도 잊으면서 살 때도 있나보다.
봄이 와서 꽃이 피나보다 하면서 지냈는데...
오늘 오랫만에 포천쪽의 거래처에 갈 기회가 있었다.
거래처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화물로 보내는 것이 비용면에서 적게 들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에 요즘은 직접 가지고 갈 일이 없었으나 오랫만에 인사도 할겸 시간을 냈다.
가양대교를 지나 화전을 거쳐 구파발을 지나 산행을 하기위해 수십번쯤 오르내리던 북한산국립공원을 오른쪽에 두고 차를 달리며 더워지는 날씨에 창문을 열었다.
바람결에 코를 스치는 향긋한 내음 그것은 아카시아향기였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아픔을 겪으면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또는 곡기를 끓이기 위해 산으로 들로 땔감을 구하던 시절에는 동네주변의 산들은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
굴러다니는 낙엽마저도 갈퀴로 긁어모아 산마다 붉은 흙이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5월 16일이니 소장 박정희와 젊은장교들이 군사혁명을 일으킨 날이다.
정권을 잡은 그들은 오직 나라의 부흥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시기였다.
땔감을 산에서 찾던 때이기에 대다수의 산들은 헐벗어 홍수와 가믐으로 반복되던 악순환을 막기위해 속성수로 외래종이던 아카시아나무를 국가적 차원에서 권장하여 심었었다.
뿌리로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씨로도 잘 자라던 아카시아는 짧은 기간에 전국의 산에서 자라게 되었고 헐벗은 산을 빠르게 녹화하는데 도움을 준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카시아나무는 열매도 먹을 수 없고 나무도 목재로 사용할 수 없었기에 오직 땔감으로 쓰는 용도 외에는 별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가지에는 가시가 있어 땔감으로도 쓰기가 불편했다.
그래도 그 끊질긴 생명력과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낮은 야산의 많은 부분을 아카시아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포천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 주변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의정부를 지나 다시 북한산자락을 지나게 되었다.
점심식사후에 몰려드는 춘곤증을 쫒으며 운전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주변에 연결된 소로의 한적한 그늘진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의지를 뒤로 눕혔다.
열어놓은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진한 아카시아향기는 정말 좋았다.
주변은 온통 아카시아 나무들이 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춘곤증에 취해 아카시아향기에 취해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적한 북한산자락에서 달콤한 오수를 즐기다 보니 귓가로 들려오는 서너명의 하산중인 등산객의 한담소리에 잠에서 깨였다.
누어서 바라보니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아카시아꽃잎들이 바람결에 떨어져내리고 오월의 따스한 햇살은 나무사이로 꽃잎과 함께 쏟아져 내린다.
코끝을 스치는 진한 아카시아향기에 취하고 춘곤증에 깨어나지 못하는 몽롱한 오월의 오후 한 때는 그렇게 향기속에 흐르고 있었다.
쓸모없다고 천대받던 그 아카시아가 오늘 내게는 얼마나 멋진 오후를 선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쓸모없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인가 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오월이 가기전에 한번쯤 아카시아 숲에서 잠시라도 오수를 즐겨보길 권하고 싶다.
첫댓글 예 차에서 잠깐씩 눈붙이는거 습관되니 좋더라구요 라일락이 가니 아카시아가 왔죠그향기에 취해 잠시꿈의세계로 가고 싶읍니다
아카시아 꽃은 오래가고 향도 갈수록 진해집니다 전 요즘 향에 꽃에 취하여 헤롱헤롱 합니다
아카시아 숲에서 달콤한 낮잠에 잠깐 눈을 부치면 아카시아 향기에 취하지 않을까요.향기에 취하면 행복할것같아요.
스톤님 ...반갑습니다. 아카시아 향이 여그까지~~음~~~~~~~~~좋아라~^^
영원히 사랑할 오월! 오월의 향기..^^ 아카시아 향, 음~~~나듀 좋아랑..^^
여러 님들이 좋으니 나도 넘 좋아요.
아카시아 향속엔 아릿한 그리움이 담겼어요 ^^*
이 글을 보니 아카시아 향이 전해옴을 느끼고 갑니다.좋은 날 되세요.^*^
전원적인 향기겠지요? 만발직전의 화려한 아카시아 향기로 추억을 느끼게 하는...? 오후부터 비소식이있어 날이 흐리네요..스톤님 오후내내 즐거운 시간 되세요~!
포천은 우리 막내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가 있지요^^ 오늘 말년휴가 나왔네요 그래서 컴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