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매추리
약간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최근 한달 간 나에게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여시들에게도 공유하고싶었어
(사실 여시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싶은 마음이 큼)
후기이긴한데 공연 다 보고, 책도 마지막 페이지 넘기고 나서 가슴이 막 두근두근 거려서
약간 내 감정의 흐름이나 주관적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점 참고해주십쇼
1. 티읕 월경 인식 개선 공연
시작은 진짜 리얼 단순
호기심으로 접한 월경의날 행사였어
주최측은 티읕이라는 약간 여성을 위한? 그런 브랜드고 생리컵 사서 잘 쓰던 곳이었어
전에 이벤트 뭐 해가지고 팔로우 해놨었는데
월경 인식 개선을 주제로 공연한다길래 신청해서 당첨됨.
사실 페미니즘 접하고 여성인권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지려하곤 있지만 막상 월경에 대해서 깊게 고민한적이 없던 나였던지라
그날 공연 신청을 했던 건 단순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함이 컸어.
공연 날.
비 겁나 오는 날이었고 솔직히 15분 하는 공연인데 비까지 오길래 귀찮아져서
갈까말까 고민 엄청 하다가 꺼이꺼이 감.
명찰 같은거 나눠주는 것 받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나처럼 신청해서 당첨된 사람들 반, 초청받아서 온 사람들 반 정도 되더라 (명찰이 다름)
기자 같은 사람들이랑 외국인들이랑 엄청 힙한 인플루언서같은 분들도 좀 보였어
무대는 대충 이런 느낌
(공연이랑 무대 사진 찍어서 인스타같은데 올려도 된다고 허락 받았음)
나무인가 뭔가 저 밑에 저거는 뭔가 이게 뭐지 하고 있는데 공연 시작됨.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냥 댄스 퍼포먼스라고 하길래
스트릿댄스 뭐 이런거 관객호응 좀 유도하고 사진찍고 그런건 줄 알았단 말이야
그래서 그냥 가볍게 간건데 생각보다 이게 뭐랄까
굉장히 현대무용에 가깝달까?
전문 무용수들인 것 같더라
내 예상보다 훨씬 진지한 분위기여서 놀랐음.
2.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네, 저 생리 하는데요? (오윤주 작가님)
네, 저 생리 하는데요? 책은 티읕 공연을 보고
월경에 대해 좀 더 인문학적으로 공부해보고싶어서 검색해서 구매한거.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인데
어릴 적 생리에 대한 인식과 초경~ 생리전부터 생리가 끝날 때까지, 그리고 관점을 더 넓혀가서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방향성까지
너무너무 유익한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있어.
경험을 작은 감정 하나하나까지
굉장히 세세히 다루는 부분은
공감을 주면서 재미있게 만드는 역할을 했음.
근데 단순히 일기 형식의 에세이는 아님.
‘너 생리해?’ ‘네, 저 생리 하는데요?’ 라는 주제(이자 제목)에서 시작해 생각해 볼 수 있는게 너무 많더라.
여성이기에 감수해야 했던 불편함과 사회적 인식, 문제에 대해 내 스스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끔,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게끔, 그리고 나를 변화시킬 수 있게끔 했음.
그래서 나는 이걸 페미니즘 입문서로 읽어도 좋겠다 싶었어.
결론적으로 공연을 보고 나서 책을 읽으니까
책의 내용들이 공연의 한 장면 한 장면 오버랩되면서 훨씬 좋았어.
그래서 나도 후기를 공연과 책에 대한 내용을 교차하면서 써보려고 함
------------------여기부터 공연에 대한 주관성이 많이 포함된 나의 해석-----------------
전체적인 공연의 흐름은
아마 생리 전 PMS 때부터 생리 중 – 생리 끝날 때까지의 과정을 표현한 것 같았어.
<생리 전, PMS>
초반에는 생리 전의 우울감, 짜증 등의 감정 상태를 뻗어나가는 몸짓을 통해
그 격동과 감정 증폭의 정도를 표현했고,
동시에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붓기, 여드름 등)이 분출되는 상태를 느낄 수 있었어.
여기서는 댄서분들의 넓고 빠른 움직임 뿐 아니라
템포가 빠르고 격동적인 음악을 통해
생리 전 나의 상태를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것 같았어.
영상 캡쳐한거라 좀 흐리고 작긴 한데
보면 조명도 약간 블루, 레드를 섞어서 몸, 감정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가중시킴
초반부이긴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가장 몰입되는 클라이막스가 아니었나싶어.
(사실 나같은 경우는 생리 과정 중에 생리 전이 제일 고통스럽기 때문에 더 그렇게 이입한듯..)
오윤주 작가님의 책에서는
생리 전 내 감정과 행동에 대해 엄청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 그래서 더 이입되고 공감되는 것 같음.
이 부분 읽을 때는 티읕 공연 초반부의 격동적인 음악과 색감이 오버랩 되더라.
생리 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진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는데
“내 감정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 한다.”
이건 단순히 화자의 성격을 떠나서
생리 전에 호르몬으로 인해서 짜증나고 화가 나는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남들을 너무의식하면서 그걸 억누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이런 말 다들 들어봤을거.
“왜이렇게 짜증이야? 너 생리해?”
공연과 책을 접하면서 내가 자주 받았던 이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억압받고 살았는지,
하지만 이것을 표출하는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에 대해서.
<생리 시작~중반부>
저 댄서분이 안고 있는 조형물은
생리 때 떨어져나가는 자궁 내막을 표현한(걸거야)
조명도 완전 빨간색으로 바뀌고
이 때는 PMS 때보다 몸짓이 약간 정제된듯 하면서도 갈수록 강력해졌어.
우울과 짜증의 감정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생리통이나 찝찝함, 일상의 불편함 등을
꼬물꼬물 하면서 표현함.
(진짜 말로 표현을 못하겠는데 딱 어딘지모르게 불편하다는게 너무 잘 드러나는 몸짓이었어)
책에서도 그런 감정 변화가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었어.
PMS가 끝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불편함,
감정이 안정화 되고, 피부 상태가 다시 좋아지면서도 동시에 겪는 찝찝함과 일상 생활의 제한.
책에서는 누구나 겪어봤을만한 생리 때의 불편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어.
<생리 3일차~끝>
공연과 책 둘 다
이 부분이 가장 하이라이트였어.
해석은 주관의 영역이지만 내가 느낀 결론은
‘나는 정말 아름답고 경이로운 존재이다.
밤이 있어야 낮이 아름답듯이 월경 또한 그것을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다.
내가 자연 속에 속해있고,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나를 더 사랑하자’
책에서도 이러한 점을 언급해주는 구간이 있었어.
‘나를 미워하는 날들이 있더라도 그것 역시 나를 사랑하는 과정 중의 일부라고 믿는다.”
공연에서도 이러한 점을 부각하듯이
차분하고 안정적인 음악,
초반엔 질서 없이 여기 저기 활동적이던 무용수들의 위치가
보다 정돈되고 규치적인 배치로 마무리 되는 모습이었어.
이게 단순히 생리 끝나고 안심하고 편하고 이런 상태를 표현한 것도 있지만
‘나 자신의 아름다움’, ‘격동을 지난 행복’, ‘존재의 소중함’을 표현한 거라고도 느껴지더라.
공연 보고 책 읽고 저번주에 생리가 터졌는데 많이 다르더라.
생리 전에 짜증은 여전히 나고
(솔직히 폭발적으로 짜증나고 우울하니까 공연, 책 내용 기억 하나도 못함)
생리 할 때 생리통은 미쳐버릴 것 같고 했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생리혈이 나오는 느낌 그 자체를 한 번 세심하게 느껴보기도 했어.
그러니까 괜히 내 몸이 지금 건강하게 잘 돌아가고 있구나 안심이 되기도 하고
(실제로 생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자체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책에서 이야기 함 = 격한 공감)
일단 내 몸이 너무 소중해져.
참고로 여기서 오해하면 안되는 것은
생리 거부 또한 스스로의 자유를 지키고 본인을 사랑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해.
(다만 많은 정보와 공부를 해야한다고 책에서 이야기 함)
어른이 되고 보니
‘나 생리하는데?’ 라는 말이 어릴 때처럼
쑥쓰럽거나 그런건 당연히 아니었지만
아직도 어딘지 모르게 남아있는
생리에 대한 사회적 의식은 있었지.
근데 이게 내가 불편한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나부터가 내 몸에게 일어나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면
생리 터부 뿐만 아니라
여기에 숨은 여성에게 던져지는 혐오나 억압을 깨부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티읕에서 하는 공연은 또 언제 하는지 모르겠고
책도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음
(일부러 내용 잘 안보이게 캡쳐 작게 했는데 공연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직접 보는거랑 엄청 다름)
마지막으로 공연 영상 일부만 잠깐 올리고 끝냄.
(음악 들으면서 움직임을 봐야 진짜 두근두근 하거든)
첫댓글 와 나도 저 공연 모집하는거 봤는데 이런거였구나 흥미롭다...
딱 방금 버스타고 생리시작 좆같다 생각하면서 폰 들었는데 제일 처음 본 글이 이거네 책 한 번 읽어볼게. 공연은 그럼 이제는 안하는거야?
아마도..? 딱 5월 28일에 맞춰서 하는거였던걸로 알고있어!
@매추리 글쿤. 고마워!
지금 생리 중이라 너무 짜증났는데 여시 게시글 보니까 진정이 된다... 책도 꼭 읽어볼게!! 정성스런 글 너무 고마워👍👍👍
책 재밌겠다! ㅋㅋ 공연은 풀버전 유튜브같은데에서 풀어주면 좋겠다 과연 어떨지 궁금 ㅋㅋ 후기 넘 잘 읽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