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청에서 일하는 일동이는 가끔 본다.
지방학예연구사인지라 나의 고흥공부와 많이 겹쳐 도움을 받곤 한다.
식당 등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산에 같이 가자고 친구들 모아보라고 말만 하곤 한다.
광주에서 열심히 시민운동을 지원변호하는 정희도 가끔 연락을 해 온다.
수원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하는 정오는 지난 번 고흥에 문화공연을 와서는 동강으로 찾아와
차를 사면서 사는 근황을 말하고 갔다.
점수가 궁금하다고 하니, 정희가 점수 내려올 수 있을 때 무등에 가자고 한다.
그 날이 17일이다.
평택과 수원에서 오는 둘이 걱정되어 시간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희가
8시 반에 2수원지에서 만나자고 한다.
바보의 차를 끌고 30분이 못 되어 수원지에서 잠깐 기다리니 입구에 택시가 멈춘다.
정오 점수까지 셋이 함께 걸어오고 있다.
점수는 오토바이를 타고 일찍 오고 정오는 늦게 와 셋이서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다.
일동이가 차를 끌고 온다.
수원지 댐 옆의 등산로 입구는 열쇠가 잠겨 있다.
다시 입구로 나가 울타리 뒤를 돌기는 싫다.
망설이는 아이들?을 두고 먼저 철문을 넘어간다.
모두 철문을 넘으며 우리만의 등산로라니, 우린 너와나목장에서 내려오는 길이라고 하자 한다.
저수지 끝 계곡 초입에 물로 내려간다.
아직 땀도 나지 않는데 옷 입은 채 물로 들어간다.
정희와 일동이의 배낭에서 막걸리가 나온다.
지난밤 마신 술이 아직 덜 깨었다는데 우린 막걸리를 마신다.
숲속을 흐르는 물이 옅은 물안개를 피워낸다.
점수는 팬티만 입고 물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물에 들락날락하며 술을 마신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들만의 세계다.
2시까지 은정이가 증심사쪽으로 오기로 했다고 일어난다.
일동이와 동서라는 오수도 화순에서 그리로 오라 연락했다해 서석대는 포기하고
새인봉을 지나기로 한다.
중머리재는 공사중이다. 젊은이들 몇이 가에 앉아 쉬고 있다.
서인봉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새인봉으로 올라간다.
바위 끝을 지나며 사진을 찍는다.
묘지 앞 바위에 앉아 내 배낭의 막걸리 두병을 다 마신다.
건너 배바위는 다음을 기약하고 먼저 부지런히 전원일기로 들어간다.
신사형님의 빨간 셔츠가 먼저 보인다.
금당산악회 임원들과 한잔 중이시다.
친구들이 도착하고 은정이와 오수는 조금 늦는다.
신사 형님이 합석하여 맥주 등 술을 더 주문하신다.
술 못 따루는 은정이한테 술을 따뤄 친구들과 선생님한테 건배를 제안하란다.
은정이는 쑥스럽게 술잔을 들고 마시지 않는다.
내가 부럽다며 술값 일부를 계산하고 가시며 나머지는 은사가 제자들한테 쏘라신다.
술이 취해 온다고 느끼며 술값을 물으니 정희가 이미 계산해 버렸다.
고향친구들 오랜만에 만났으니 즐거운 시간 가지라고 일어나니 정희 등이
기어이 은정이더러 날 모셔다 드리라 한다.
은정이의 차를 타고 오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역사학과를 나온 은정이는
필암서원 등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김재수 교수님도 자주 뵌다고 한다.
제자인 홍식이가 안부 여쭙는다고 하라 하며 그 분에게 연락 못 드린지가 오래라고 생각한다.
내년엔 일동이한테 팔영산을 안내하라고 한 듯한데 그 때 가면 알 일이다.
옛 아이들을 만나면서도 당당하지 못한 내 모습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