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를 찾는 과정이 고되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야생화를 발견하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실 정도로 뿌듯하고 가슴이 벅찹니다”
1997년 6월, 백두산 정상에서 동호회 발기회를 개최한 후로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변함없이 꽃을 찾아다니는 산들꽃 사우회.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를 촬영하기 위해 모인 사진가들이기에 동호회 이름 역시 ‘산들꽃 사우회’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찍기 위해서라면 험난한 산행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기에 야생화에 대한 애정 못지 않게 동호회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그런 산들꽃 사우회의 박순재 회장을 만나 야생화에 얽힌 동호회 이야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
▲ 산들꽃 사우회의 박순재 회장
산들꽃 사우회(www.hebro.co.kr)는 식물학 교수, 한의사, 한약사, 공무원, 교사,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4명이 어울려 야생화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정기출사를 다니며 자연스레 친목을 도모한다. “늘 그렇듯이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정기출사를 나갑니다. 개인적으로도 활동하지만 회원들과 야생화를 한 달에 한 번만 만나기 아쉬워 신입 회원이 들어오거나 개화 시기가 되면 그것을 핑계 삼아 번개 출사를 떠나죠”라고 말하는 박순재 회장에게서 사우회라는 이름처럼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산들꽃 사우회는 야생화를 찍다 보니 정기 출사를 나가기 전 시기별 개화종과 장소를 먼저 파악하고 출사지를 정한다. “야생화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가지만 아무래도 산들꽃 사우회가 대구에 있다 보니 영천 보현산과 가야산 일대를 주로 다닙니다. 야생화는 계절별로 볼 수 있는 꽃이 달라 화종에 따라 출사지를 정하기도 합니다. 봄에는 옥수초, 여름에는 나리꽃, 가을에는 갖가지 열매 등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다만 1월, 한 달간은 꽃구경을 할 수 없어서 그때는 풍경이나 고산지대의 설경을 담죠.”
▲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정기출사를 떠나는 산들꽃 사우회 회원들.
▲ 산들꽃 사우회 회원들이 촬영한 산수국, 모데미풀, 피나물(위로부터).
산들꽃 사우회는 정기 출사를 다녀온 그 주 금요일 저녁에 월례회를 열고 야생화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사진을 감상, 평론하는 시간을 가져 아름다운 야생화를 사진에 고스란히 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월례회를 통해 감상과 평론을 끝마친 사진들은 차곡차곡 모아져 매년 열리는 전시회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또한 사우회는 전시회와 더불어 사진을 무료로 대여해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매년 한 차례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전시회 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40~50점씩 전시합니다. 또한, 전시회를 치른 작품은 관공서나 학교 등 비영리 단체에 무료로 대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고생스레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산들꽃 사우회 회원들에게서 한국의 야생화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산들꽃 사우회의 창립 배경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야생화 도감에 실린 식물사진을 구별하기 어려워 안타까운 마음에 제대로 된 사진을 촬영해 야생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동호회를 창단하게 됐습니다.”
최근 산들꽃 사우회에서는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 도서를 제작 중이다. “2007년 봄에 산들꽃 사우회가 펴낸 ‘한국특산식물’이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한국특산식물’에는 1백80여 종의 특산식물이 실렸는데 앞으로 더 작업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 4백여 종 중 북한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제외한 3백50종 이상을 실어 2년 후에 ‘한국특산식물’ 완결판을 낼 계획입니다. 책을 펴낸 후 산들꽃 사우회에서 야생화 50여 종을 더 발견해 현재 보관하고 있는 야생화가 2백30여 종 정도 됩니다.” 책 이야기를 하는 박순재 회장에게서 책을 펴내기까지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어느새 학계에서도 감탄하는 자료를 발간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지금이야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며,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은 산들꽃 사우회지만 그 열매를 따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2박3일로 특산 식물을 찾아 한라산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오르기 전에는 날씨가 아주 좋아서 우의나 다른 물건은 챙길 생각도 못한 채 산행을 떠났죠. 윗세오름에서 식물을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촬영을 중단하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얼마나 비가 퍼붓던지 등산화 가득 물이 고여 몇 번이나 따라냈었죠.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옷이며, 갖가지 물품들이 비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더욱이 카메라가방만 살짝 닫아둔 터라 이튿날 카메라를 잡으니 물이 들어가 고장이 났더군요.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더는 야생화를 촬영하지 못하고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들이 겪은 고생은 비단 장비 고장만이 아니다. 한국의 특산 식물 촬영을 시작한 지 몇 해가 지났을 무렵, 백양더부살이를 찾기 위해 전라도에 몇 번이나 갔지만 헛걸음만 칠 뿐이었다. 그러던 중 회원 한 명이 백양더부살이를 촬영했다. 백양더부살이의 서식지를 알아내고 개화 시기까지 꼬박 일주일을 기다려 다시 그 자리를 찾았을 때는 안타깝게 도로공사가 그 지역을 불도저로 깨끗이 밀어 버려 백양더부살이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후였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운 날의 산행, 야생화를 찾지 못해 겪는 애달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위험과 고단함이 따르지만 그래도 야생화를 찾아 카메라 앵글로 바람에 흔들리는 그 아름다움을 보고 있노라면 그간의 과정들이 전혀 고되지 않고 오히려 기쁨으로 다가온다는 그들. “요즘 같이 세상살이가 힘들고 벅찰 때 뷰파인더로 하늘 거리는 야생화를 보고 있으면 세상의 근심은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아름다운 야생화만 보입니다. 또 그것이 현실이 되어 그 속에 푹 빠져들게 돼요. 야생화를 찾는 과정이 고되지만 쉽게 보이지 않던 야생화를 우연찮게 발견하면 정말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실 정도로 뿌듯하고 가슴 벅차지요.”
야생화를 촬영하며 겪는 고단함마저도 기쁨으로 느끼는 산들꽃 사우회 회원들은 “한국의 야생화가 약용과 관상용으로 쓰이며 다양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야생화를 꺾어가는 사람이 늘어나 마음 졸인다”고 밝혔다. “야생화가 아름다운 건 야생에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지 그 아름다움을 탐해 야생화를 꺾어버리면 그 야생화는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운 야산을 산책하는 도중 야생화를 본다면 관심은 가져주시되, 꺾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좀 더 야생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우리 산들꽃 사우회로 오십시오. 우리와 마음이 맞고 야생화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입니다.” 야생화가 좋아 야생화만 찾아다닌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야생화를 사랑하는 산들꽃 사우회의 마음만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과 들에서 야생화를 찾고 있을 산들꽃 사우회의 땀이 서린 한국특산식물 완결판을 기다려본다.
첫댓글 자세히 보니 책까지 펴냈다고??? 대단하네....
살펴보면 시시각각 제 자리에서 훌륭한일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음이 가슴 뿌듯하여 참으로 좋아 ㅎㅎㅎ 이제 앞으로 나올나이가된것 같아
그러게 말일세ㅡ^^ 팔공산 가서 사진 찍는게 여사롭지 않더니.. 사진도 내면에 내공이 충만해야 한걸로 아는데 대단혀~ 훌륭한 친구들 많아서 좋다 나는 뭐하는지 모르겟다ㅎㅎ
ㅎㅎㅎㅎ 꽃도 한 종류 보다 여러 종류가 함께 피면 아름다움이 더하고 숲의 나무도 다양해야 숲이 숲다운것 아닌가 그저 내자리에서 내가 있음이 곧 훌륭함이 아닐 란동 ㅎㅎ
그런가 그런데 자부동 깔아 노으니 언넘이 자꾸만 빼갈려고 하니 내자리가 있음에도 내자리가 불편하니 확 바꿋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