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저는 외국어를 잘 못합니다. 솔직히 언어에 재주가 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노력 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말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더군요.
책을 읽다가 ‘홍소를 터뜨렸다’는 문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홍소’. ‘소’자야 웃음 소(笑)일 것 같은데, ‘홍’자는 한자로 무엇일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넓을 홍(弘)일까요? 아니면 붉을 홍(紅)일까요?
그래서 사전을 보니 홍소(哄笑)에서 ‘홍’은 ‘떠들썩할 홍’이었습니다.
매우 크게 웃거나 떠들썩하게 웃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제가 제 형제들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에 간적이 있습니다.
이때 묵은 한옥팬션 이름이 ‘서로’였습니다.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인 ‘서로’라고 생각했는데, 한자로 ‘서로(徐路)’라고 쓰며
천천히 걷는 길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외국어를 잘 못해도 우리말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우리말도 한참 부족했습니다.
이 역시 노력 부족입니다.
지레짐작으로 알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득 주님께 나아가는 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그 길은 어렵고 힘듭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그분을 알려고 온 힘을 기울일 때,
그 간격은 좁아질 것입니다.
혹시 그 좁아짐에 기뻐서 주님도 또 자기 자신도 ‘홍소’를 터뜨리지 않을까요?
레위라는 세리를 부르십니다. 당시에 세리의 직분은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는 큰 죄인이었습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니 세리는 더 돈 욕심을 세웠고, 정의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리도 부르십니다.
구원은 하느님의 손길에 달려 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 어떤 사람도 포기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고 말씀하시면서, 죄인들 모두가 구원의 길로 이끄는 것이
당신의 사명임을 밝히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로 판단하고 단죄하면서 하느님의 일에 스스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가 없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에 기뻐서 ‘홍소’를 터뜨리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 뜻에 맞춰서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때 우리의 모습에 주님께서도 ‘홍소’를 터뜨리실 것입니다.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성 아우구스티노).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슈바이처 박사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러 가는기차에 기자들이 몰려들어 특등간도 1등간도 2등간에도 가보았지만 그는 없었고 3등간에서 치료를 하는 그에게 이유를 물으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3등간의 가난한 환자들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