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 김영미 씨의 ‘내 마음의 외갓집’
↑ 영미 씨가 정성껏 가꾼 정원이 소박한 귀틀집 풍경을 환하게 밝혀준다.
강원도 영월 어느 산골의 한 귀틀집도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의 끝자락을 맞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쉬는 대신 아침저녁으로 짬짬이 김매고 옥수숫대를 정리하며, 한편으론 휴가철 막바지에 민박집을 찾은 손님들을 반갑게 맞는다. 블로거 김영미 씨네 이야기다. 그녀의 블로그 '내 마음의 외갓집'에는 말 그대로 추억 속 푸근한 외갓집 같은 풍경과 일상들이 차곡차곡 담긴다.
"산속 외딴집이라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어서 좋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어왔던 삶이기에 오히려 남들보다 더 일찍 정착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이렇게 깊은 산동네에 살며 후회해본 적은 없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이리 대답한다. 집을 짓기 전에는 200여 미터 떨어진 골짜기에 임시로 만든 컨테이너 주택에서 살았다. 지금은 도로형편이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당시만 해도 큰 차들이 진입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각한 것이 주변의 나무와 흙을 이용하는 귀틀집이었다. 집 짓는 데 쓸 낙엽송은 일찌감치 베어서 약 4년간 말렸고, 지인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궁금한 것을 수소문하는 등 열심히 공부해가며 손수 집을 완성했다. 귀틀집으로 이사하고 가장 좋았던 건, 장마철마다 속을 썩이던 곰팡이 걱정이 싹 사라진 것이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이 귀틀집에서 부부는 사계절을 보낸다.
집을 짓기 전부터 계획해두었던 민박은 농가 살림살이에 적잖은 보탬이 되고 있다. 지금은 그 방이 우퍼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우프(wwoof)'는 우프코리아 초창기 호스트였던 한 선배를 통해 알게 됐는데, 산속에서 단둘만 지내는 부부에게는 일손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젊은 외국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더 좋은 제도다.
"5년 전 처음 만나, 친동생처럼 가까워진 우퍼가 있어요. 한국어를 배우러 온 40대 초반의 일본인이었는데, 자연과 환경, 자급자족의 삶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죠. 특히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그해 겨울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 일부러 김장하는 법을 배우러 오기도 했어요. 작년 김장철에도 휴가를 내어 한국을 찾았죠. 올해 또 온다고 했는데…(웃음)."
지난해, 영미 씨는 남편과 일본 규슈 여행도 알차게 즐겼다고 전했다. 그 우퍼 친구가 여행 일정 내내 가이드를 자처하며 함께 해준 덕분이다.
"손수 지은 산골 귀틀집에서
느리게, 자유롭게 꿈꾸던 삶을 채워갑니다"
영미 씨가 말하는 전원생활의 백미는 바로 '가드닝'이다. 자급자족을 위해 100여 가지 이상의 작물을 키우는데, 텃밭 농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집 앞 정원에서는 풍성하게 가꾼 꽃을 사계절 볼 수 있고, 허브류는 다양한 요리와 차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우퍼 친구들이 알려주고 간 각국의 '집밥' 레시피에는 이 허브들이 필수다.
"산골살이에는 남녀 구분이 없어요. 집 지을 때도 직접 엔진톱을 들었고, 대패질을 했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남편과 무지하게 싸우기도 했지만(하하). 지나고 나니 나무 한 그루, 흙 한 주먹에 깃든 사연을 이야기하며 웃을 날이 오더라고요."
부부는 얼마 전, 우퍼들에게 내어준 방을 대신해 13평짜리 목조주택을 지었다. 지금은 이를 눈독 들이던 친구의 세컨드하우스가 되었지만, 편안한 이웃이 생겨서 오히려 더 좋다고. 앞으로 '내 마음의 외갓집' 이야기가 또 어떻게 이어질지, 또 다른 계절을 맞을 그곳의 풍경을 블로그에서 얼른 만나보고 싶다. <http://blog.daum.net/herbinn>
우프(wwoof)_ 'Willing Works On Organic Farm'의 약자로, 숙식을 제공받고 대신 농장 일을 거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현지인들과 가족처럼 생활하며 교류할 수 있는 여행 방법이다.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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