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병입니까? 문득 일어나는 것이 병이다.
어떤 스님이 말했습니다.
"무엇이 병입니까?"
동산양개 스님이 답합니다.
"문득 일어나는 것이 병이다."
그 스님이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약입니까?"
동산이 답합니다.
"계속 이어지지 않는 것이 약이다."
조당집 동산화상에 나오는 대화입니다.
중생들의 병은 다름 아닌 문득 일어나는 것, 즉 아무 것도 없던 가운데 제 스스로 문득 무언가를 하나 만들어서 생겨나게 하는 것이 병입니다.
아무 일 없이 고요한 마음으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아무 일이 없고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창 밖으로 많은 것들이 오고 가지만 내 마음은 고요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창 밖으로 오고 가는 것들 중에 무언가 한 가지 끌리는 것이 생겨납니다. 문득 마음 속에 집착과 애착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곧 병입니다.
또 창 밖으로 예쁜 집을 보고는 내 집과 비교하며 나도 저런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일어나면 그 또한 병입니다. 그런 한 생각이 일어나면, 갑자기 지금 이미 있던 모든 평화가 다 깨지고, 이제는 그 한생각에 끌려다니게 되고, 마음은 바빠지고, 해야 할 일이 생겨나게 됩니다.
텅 빈 마음에 스스로 병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약일까요?
한 생각이 일어났을 지라도, 분별망상이 생겨났을 지라도,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계속 그 생각이 이어져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계속 맞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약입니다.
그 일어난 한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관한다면 그 생각은 그저 왔다가 사라질 것입니다.
물론 꼭 필요한 생각도 있지요. 또 생각을 안 하며 살 수도 없습니다. 그 때는 생각을 잘 활용하여 쓰면 됩니다. 다만 그 생각은 그저 왔다가 가는 것일 뿐임을 자각하여, 그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는 바 없이 마음을 쓰면 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일어나도 일어난 바가 없게 됩니다. 흔적 없이 자유로이 오고 갈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하지만,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됩니다. 모든 일이 일어나도 일어난 바가 없습니다.
글쓴이:법상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