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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그림자 - 신경 쇠약 직전의 쌍둥이
투수진 붕괴로 시즌을 시작했다. ‘에이스’는 5경기 만에 어깨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외국인 투수 브라운마저 시즌 초반 퇴단했다. 선발진 붕괴. 마무리 우규민까지 잇단 구원실패로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하며 불펜 집단 난조가 이어진다. 경기 후반 잦은 역전패는 야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집중력을 잃은 무기력한 플레이가 속출했다. 쳐낸 홈런 66개에 맞은 홈런 85개. 얻은 볼넷 364개에 내준 볼넷 480개. 당한 삼진 765개에 잡은 삼진 631개. 이기기를 바라는 게 과욕이다. 최종 순위 8위. 시즌 뒤 그룹에서는 야구단에 고강도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2008년의 빛 - 불행 중 다행, 에이스를 얻다
‘봉타나’ 봉중근은 LG 새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LG 투수진에서 유일하게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선수였다. 신인 정찬헌과 이범준은 정신없이 얻어맞으면서도 끝까지 1군에서 한 시즌을 버텨냈다. 도루왕을 차지한 차세대 톱타자 이대형의 발견, 데뷔 7년차 안치용의 맹활약도 지난해 LG가 거둔 몇 안 되는 수확이다. 성적을 잃은 대신 새 에이스와 차기 에이스, 톱타자와 중심 타자를 얻은 2008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소득은 항상 ‘LG 없인 못살아’를 외치는,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안치용은 이제 명실 공히 LG의 중심타자다(사진=LG) |
2009년 시즌 전망
LG는 지난겨울 FA 이진영과 정성훈을 영입했다. 둘의 영입이 단지 전력상의 플러스 효과만 가져왔다고 여기는 건 단견이다. 일단 위기감을 느낀 기존 선수들의 훈련 자세부터 달라졌다. 몇 년간 흐트러진 팀 분위기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생겼다.
특히 경쟁이 심한 곳은 외야다. 이대형의 콘택트 능력이 작년에 비해 부쩍 향상됐다. 박용택도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안치용은 연일 힘이 실린 장타를 쏟아내며 거포로 변신했다. 내야에서는 1루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4번 타자 최동수가 벤치로 밀려날 판이다. 군에서 제대한 박병호 때문이다. 안치용과 박병호는 새로 설치된 이동식 펜스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진루타와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박종호는 이진영과 함께 김재박 감독의 야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로 꼽힌다. 지난해 LG는 1루 주자를 2루로 보낸 비율,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인 비율 등 팀 배팅 부문에서 그저 그런 성적을 냈다. 젊은 타자들의 경험 부족 탓이다. 때문에 이번 시범경기에서 1루에 주자를 두고 1, 2루간으로 가는 타구가 자주 나온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올해 LG의 득점력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아질 것이다.
문제는 투수진이다. 봉중근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한국에서 3년째를 맞는 옥스프링은 의문이다. 박명환과 이동현에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고, 정찬헌과 이범준에게 짐을 지우는 건 무모하다. 마무리는 우규민으로 낙점됐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선발과 불펜 모두 물음표와 로또가 가득하다. 타선에 쏟은 정성에 비해 투수진에 보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분명 뼈아픈 부분이다.
결국 기존 자원들의 성장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될 게 있다. 지난해 LG 투수진이 기록한 몸에 맞는 공은 총 4개. 1위 롯데의 32개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제구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나온 결과다. 올시즌 LG 투수들은 공격적으로, 봉중근처럼 투구해야 한다. 타자 몸쪽으로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심수창의 얼굴에 주목하기 전에 그의 어깨에 주목한다면 그가 얼마나 괜찮은 투수인지 잘 알 수 있다(사진=LG) |
공격야구는 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구호가 아니다. 투수들도 과감한 공격야구를 펼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재박 감독이 ‘공격야구’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매우 적절하다. 투수와 타자, 수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면에서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에 올해 LG의 성적이 달려 있다.
2009년 팀 이슈 올시즌 잠실구장 펜스는 여러차례 뉴스의 중심에 설 것이다(사진=LG)
1. 외국인 투수 - 타선에 비해 투수진 보강에 너무 소홀했다. 시즌 초 투수진이 또다시 붕괴된다면, 페타지니 대신 외국인 투수 영입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2. 수비 - 지난해 LG는 실책은 적었지만 수비범위는 하위권이었다. 올 시범경기에서도 실책은 6개인데 반해 인플레이 타구 처리 비율(DER)은 0.670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공격야구’는 수비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3. 이동식 펜스 - LG는 시범경기 6개의 홈런을 치고 8개를 허용했다. 원정팀 팬서비스가 되서는 곤란하다. 투수력 보강이 없었던 걸 감안하면 이동식 펜스는 LG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안치용과 박병호의 장타 생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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