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비가 촉촉히 내린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나린다고. 비가 오면 모든 행동에 일체적인 제동(?)이 걸린다고 해야 하나? 오늘은 작은 모임서 행하는 산 걷기란 일과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확인하는 게 밖에 비가 오나 안오나를 확인하는 일이다. 창가에 가서 어둠속에서도 무언가가 떨어지는 게 눈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비가 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살짝 고민이 된다.
봄철의 특유한 낭만을 온몸으로 체득하려면 비 가운데 산행을 해야 하는데,이렇게 하면 낭만이라는 거 원껏 누리고 즐길 수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비가 내려 산 속의 길은 그야말로 진흙탕 길이 되어 걷기에도 불편할 뿐 아니라,게다가 신발에도 많은 진흙이 묻어 이리 저리 불편함을 초래하게 된다는 거 뻔한 이치라!
나름 어찌할까? 하다가 그냥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모임을 주관하는 총무께 문자로 연락했다. 솔직한 나의 생각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전했다.오늘은 비가 내려 참석하지 못한다고.
이런 거 보면 나도 이제 감성적인 느낌보다는 현실적인 시각에서 결정하게 되는 모양이다. 사실 우중 산 속 걷기란 실지로 해 보면 다양한 느낌을 접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진흙탕이 된 맨땅을 걸어야 한다는 고충이 동반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것도 다 추억이 된다면 흔쾌히 동참했지만 이제는 그런 추억거리 만드는 거 별로 좋아 하지 않게 되니 이도 세월이 흘러갔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인가?
봄비는 아주 조용히 내린다. 창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창에 물기가 묻어 있는 탓에 흐린 수채화의 그림처럼 흐리게 보인다. 참으로 조용한 오전이다.
컴 앞에 앉아 일상적인 행위로 컴 바다를 수영한다.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다.
지금이면 오늘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들이 본격적인 걸음이 시작될 시각이다는 생각에 나도 집밖으로 나가 조금이라도 걸어야 하겠다고. 해서 외출 준비하고 문밖으로 나서려는 찰라에 초인종이 울린다.
누가 왔을까? 이 시각에 나를 찾아 올 이가 없는데 하면서 누구세요? 하고 소리를 낸다. 밖에서 어르신 현황 알려고 나온 사람이라고. 문을 여니 왠 줌마 한 사람이 손엔 서류 든 체로 서 있다.
여기서 나와 줌마 사이엔 생각지도 못한 대화가 형성된다. 어르신 복지를 위해서 직접 확인차 왔다면서 서로간에 말이 오간다.
참으로 듣기가 미묘하다.내가 줌마로부터 어르신이라는 칭호를 받다니 진짜루 생경한 느낌이다.
아니,벌써! 내가 이런 위치(?)에 오다니 생전 처음 보는 줌마가 나를 가르켜 어르신!이라 하니 어쩐지 듣기가 거북살스럽다. 그러나,아무리 이를 부정하고 싶어도 상대가 이렇게 부르니 난들 어찌 하겠는가? 몇 마디 얘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나의 입술을 풀어진 실타래처럼 나온다.
혼자적인 삶이니 누구하고 말을 섞거나 하는 일이 없다. 겨우 밥찬 사려 반찬가게서 말을 나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며 오늘 아침에 난 횡재한 격이 아닌가? 아무리 공적인 일로 얘기를 해도 난 말문을 열어 놓고서 입술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짧은 시각을 획득했다는 면에서 운이 좋은 오늘이라고 해야 하겠지.
우산을 펴고서 동네 길거리를 걷는다, 여전히 봄비가 고요하게 내린다. 걷고 있으니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오늘 걷기에 참가했더라면 지금 열심히 산 속의 진흙길을 걷고 있을 텐데...
그래도 꿩 대신에 닭이라고 내가 사는 동네 걷고 있는 것도 그나마 운동하는 이들에 비해 약간 강도가 엷은 동네 걷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오전 시각이라 해도 비가 오는 탓에 동네가 한층 더 깨끗하게 보인다. 내가 걷는 길은 산 속의 진흙길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포도(鋪道)이다. 운동화 신고는 이 길에는 너무나 깨끗하다. 비가 내린 탓에 자연스럽게 정화가 된 탓인지 몰라도 걸을 때마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길바닥은 물기를 머금은 채로 깨끗하게 되어 있어서 걷는 순간마다 느낌이 좋을 수밖에.
대로따라 걷다가 이웃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걸어 보면 이곳에서도 역시 깨끗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 단지를 벗어나 동네 길을 따라 한참 걸어서 마침 집에 도착했다.
이 걷기도 나름 운동이라고 옷을 벗어 보니 내 살갗에서 육수란 놈들이 보인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면 산 속에서 봄 자연을 직접 대면할 수도 있을 것인데,고만 동네 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좋은 뀡인 봄의 자연을 대하지는 못했어도 닭이라도 건진 느낌에 감사하고 싶어서 작은 글 하나 남기려 한다.
첫댓글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데요..
너무 좋았어요.
그러서 저 땡땡이 칩니다ㅋㅋㅋ
출근 안했어요ㅎ
나 짤릴까요? ㅎㅎ
출근은 해야죠.
봄비가 사람 마음을...
이런날은 복지문화센타에서 아는 동년배랑 차 마시며 고즈녘한 시간 보내셔도 좋을듯합니다.ㅎ
아직은 거기에 가 본 적이 없어서
무어라 할 표현이 없네유!
이제 줄 띄어쓰기를 해주시네요
더 많이 줄 띄어쓰기 해주시면 읽기가 편한데요 ^^
잘 알겠슴.
그리 하도록 노력을...
님. 다음번엔 우중에 간단한 판초덮고 우산들고 산행 해 보셔요.
가다가 날이 개면, 그 상큼함! 아무도 모릅니다~
내려 올때 쯤 이면, 젖은 거 다 말라서 뽀송뽀송..
하산주 가 절로 생각나지요.
색다른 시도하라고요.
조언대로 시도하겠습니다.
걷는게 가장 좋지요
이제 걷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잠깐이지만 ...
봄볕이 정겨운 시기이니 걷기엔 딱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