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활을 바르게 영위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바보는 대간에 갔다가 괜히 일행에게 민폐일 수 있으니 취소하라고 한다.
난 안 가는게 민폐라고 기어이 가겠다 한다.
약을 먹은 탓인지 잠이 들지 않는다.
눈만 감고 있다가 도시락을 싸는 바보가 움직여도 가만히 누워있다.
1시 반이 다 되어 운전하고 비엔날레 주차장에 가니 벌써 모두 와 있다.
두달만에 만나는 이들과 악수도 한다.
처음이 운전하는 차는 호남고속도로를 벗어나 담양에서 대구가는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잠든다.
눈을 뜨니 4시 동명휴게소다. 가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는데 화장실은 불이 켜져 있다.
예천 시내로 들어가 김밥천국 앞에 차를 세우니 동쪽 하늘이 밝아져 온다.
떡국 한 그릇으로 채우니 속이 든든하다. 화장실의 큰일 보지 못한게 찜찜하다.
우린 눈을 감고 몸을 맡기는데 차는 주유소에 들어가더니 문이 안열렸다고 다시 예천 시내로 나간다.
주유를 마치고 눈에 익은 저수령 고개에 닿으니 6시 55분이 지난다.
윤회악수를 하면서 화이팅과 잘 부탁해를 나눈다.
나도 몸이 안 좋아 걱정이다. 그래도 앞서 간다.
지난번 길과 반대로 오르니 해맞이제단이 보인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오르막에 숨이 막힐 쯤이면 부드러운 길이 숨을 골라준다.
산길은 숨이 끊어지기 전에 항상 평지나 내리막을 두어 우리를 인도한다.
모른다, 우린 걷다가 숨이 멈출 리는 없는지도.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도 조망이 열리지 않는다. 참나무 숲지대는 그늘에 가려 햇볕은 없지만
여전히 덥다. 동양은 5,6km를 걷다가 쉬어야지 이제 3km도 안 걸었는데쉰다고 한다.
50분 정도 지났을까? 문복대다. 작은 바위 몇 개 위에 작은 정상석이 서 있다.
모두 인증을 하면서 뒤에 오는 이들을 기다린다.
이제 긴 내리막이다. 정팀장이 출발 지점 고도만큼 내려갈 거라고 한다.
산 봉우리 몇 개 넘는 건 각오하지만 또 새로운 산을 올라야 한다니 긴장이 된다.
허벅지가 뻐근할 만큼의 긴 내리막 끝에 도로 위의 구름다리를 건너는데 동양이 아스팔트에서 올라온다.
세시간 이상 걸었을까, 조망이 한번씩 열린다.
11시 반이 지나 점심자릴 잡는다. 뒤에 온 푸르른 등이 홍어를 나눠준다.
그으 배낭 무게가 짐작이 간다.
처음이 양주를 주고 푸른은 고량주를 준다.
난 술을 사양않고 마신다. 알코올은 내게 힘을 준다??? 어리석다.
지나온 산봉우리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암봉이 넓게 늘어선 그 뒤의 앞봉우리가 황장산이라는데 얼머나 더 가야할 지 모르겠다.
암릉 사이에 소나무와 죽은 소나무가 반겨주어 그 아래서 사진도 찍는다.
건너의 산줄기는 몰라도 그 앞에서 뾰족한 봉우리의 이름은 궁금한데 알 수 없다.
나의 산길은 항상 처음이고 또 금방 잊는다.
동양은 처음에 한시 반까지라 하다가 2시까지 마치자 하는데 황장산에 이르니 2시가 훌쩍 넘는다.
9시에 저수령을 출발했다는 이들이 와 사진을 찍는다.
3시 반이 지나서야 생달리인가의 마을 뒷쪽에 도착해 물에 손만 씻는다.
차는 이미 도착해 있다. 4시가 다 되어 출발해 문경시내에 가 사우나에 들어간다.
길 건너의 막창집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동양은 술도 못 마시고 운전을 한다. 난 잠자고 온다.
비엔날레 주차장에 내려 뒷쪽에서 슬그머니 택시를 타고 오니 백중날의 달이 아파트 사이 구름 속에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