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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육군이병 김일두와 지상의 예비역 소위 김일두
우리의 경애하는 카페지기 우양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nero production에 우연히 (정확히는 심심해서...^^) 모처럼 들어가 보니 육이오 관련 사진이 여러 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각별히 ‘감동적인 사진'이 몇장 있었습니다. ‘육군이병 김일두의 묘‘라고 각인된 묘표 옆에 우리의 네로황제- 김일두동문이 미소 띤 얼굴로 앉아 있는 사진도 그중 하나 입니다.<위 사진-묘표 앞에 자그마한 화분과 함께 놓인 소주병은 幽宅의 주인에게 살아 있는 자가 드리는 감사의 징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양이 저장해둔 사진들을 살펴보고 사진마다에 붙인 간단한 설명을 읽으면서 이 늙은 전직 기자는, 말하자면 젊은 날의 기자적 감각으로 “이건 아주 좋은 기사거리구나”- 라는 생각을 불현듯 했습니다. 우양의 사진설명을 종합하면, 오래 전에 땅에 묻힌 김일두와 아직껏 살아있는 김일두의 ‘현충원 遭遇’인데, 그것은 세상에 알려야 할 사연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주인공 김일두소위의 의사와는 곤계없이...)
- "군번 190096번 김일두 이병은 군에 입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개성에서 복무 중 1950년 6월 25일 전사했고 1971년 10월 28일에 현충원에 안장된 됐다."-우양은 이와 같은 사실적 설명을 적은 후 감성적 표현을 덧붙였습니다. “김일두 이병은 선전 포고도 없는 김일성의 불법 남침으로 개전 첫날 아까운 청춘을 조국에 바친 것이다.”
우양의 얘기는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욱 신기하고 감동스러운 것은, 김일두이병의 바로 곁에 저 유명한 월남 참전의 영웅 채명신장군이 묻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양의 설명을 그대로 옮깁니다. “대한민국이 자랑할 智·勇·德將 채명신중장은 2011년 3월 11일 사망했고 그의 유언에 따라 장군 묘역이 아닌 1평 크기의 제1 장병묘역에 11월 28일 안장 되었다.”
사진 설명을 더 읽어 봅니다. “육군 예비역 소위 愚羊 김일두는 자신을 대신하여 나라를 지키신, 10년 이상 형뻘의 故 김일두이병을 매년 참배한다. 마침 내일이면 돌아가신지 65주년 忌日이다.” -사진설명으로 미루어 우양이 현충원을 찾아 김일두 이병을 참배한 날은 6·25 하루 전인 6월 24일인 모양입니다.
'지하의 육군이병 김일두’ 에게 수주병을 올린 지상의 예비역 육군 소위 김일두의 모습은, 새삼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을 성찰하고 우리들의 지난날들을 뒤돌아 보게 합니다. 고 김일두이병에서 채명신 장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애국 英靈들 덕분에 한동안 번영을 구가하던 대한민국은 점점 눈에 띠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우리들의 청춘은, 이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까마득한 옛날입니다.
우리들은 이 땅에 과연 무엇을 남기고 떠났다고 후대들에게 평가받게 될 것인가. 아니 먼저 간 김일두 이병을 하늘에서 만나면, 김일두소위는, 우리세대를 대표해서 무엇을 자랑할 수 있을까.- 두 분 김일두의 아름다운 만남을 소개하고 나니 오히려 이런 착잡한 물음들이 떠오릅니다. 역시 나이 탓인가.
< #이 감상문과 위 사진은, 우양의 허락을 받지 않고 올렸습니다.우양의 양해 바랍니다.-뒷메 >
첫댓글 참 신기하군요. 우양의 애국심이 지하의 김일두 일병을 찾아냈군요. 개전 첫날 전사하다니 원통합니다.
채명신 장군도 옆에 계시다니 거기야 말로 천국입니다. 채 장군같은 장군이 많이 나오길 빌어봅니다. 옛 민완 기자의 편집이 근사합니다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닌데 우연의 일치가 필연의 운명인가 봅니다.
망자도 산자도 못다한 사연은 저승에서 회포를 풀도록.....ㅎㅎㅎ
난 아직도 나와 같은 이름을 못봤는데.....
채명신 장군의 유해는 유언대로 장병 묘역에 안치 됐구려.
그래도 장교가 이병에게 소주한잔 권햇으니 그 이병은 행복한 사병이구려.
앞으로 저세상에 가가던 한번 만나 이승의 회포를 거나하게 푸시구려.
. . . 우리들 중에는 우리가 정말 감사해야할 恩人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愚羊이 한편 더 尊敬스럽습니다 !
또 - 그 愚羊의 posting을 읽고, 위의글을 올린 뒷메님의 정성 역시 - 참 아름답습니다. . . . 고로 - 이세상은 살만한 곳입니다 !
행동하는 애국심..... ! 우양께 경롓!!!
매년 이렇게 지기님이 고인이 되신 김일두 이병에게 참배를 하시니 정말 영광 스러운 일이 아닐 수없군요.
내년에는 저도 함께 참여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625 전후로 말이지요. 저는 6월 6일 현충일 전후로 저의
선친의 이름이 세겨진 위패앞에 헌화하고 묵념을 올리고 있지요.내년부터는 625 전후로 한번 더 국립현충원을
찿을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그때는 지기님과 함께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