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망울
채길우
허름하고 외로운 차림의 소년이
또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새까만 얼굴, 겁먹은 눈동자를
크게 뜨고 두 주먹 꼭 쥔 채
아직은 울지 않고 있다.
소년이 돈을 훔쳐 감추고 있다고 믿는
아이들은 안에 든 것을 빼앗기 위해
목을 감싸고 팔뚝을 잡아
으름장을 놓으며 손아귀를 풀려 하지만
입 앙다문 소년도 포기하지 않는다.
곧 지겨워진 아이들이 제각각
떠나간 자리, 소년은 혼자 남아
쓰러진 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땟자국 흘러내린 눈물을 닦은 뒤
그제야 손을 겨우 열어 보인다.
거기에는 꼬깃꼬깃 접힌
푸르고 자그마한 조약돌
하나가 들어 있을 뿐이다
비릿한 잉크 빛 풀내음을 머금은
멍들고 녹청 낀 바람이 고인
희박한 손바닥의 온기를 얻어
돌은 다만 침묵만큼 더 따스하게
체온이 오른다. 이 낮은 묘목이 움킨 것이
이토록 멋쩍고 허약한 비밀과
교환의 가능성일지언정
여기 조붓한 땅으로도 향기로운
봄이 찾아올 것이라는 자존심,
여전히 소년이 흐느끼지 않는 동안
나무도 무럭무럭 자라나
그늘을 드리울 수 있도록
언젠가 가득 펼친 양팔과 빈 품을
머리 위로 드높인 소년에게
돌이 활짝 웃음 지어준다면
소년은 돌을 위해 비로소
어떤 말로 화답하게 될까?
카페 게시글
추천시, 산문
잎망울/채길우
함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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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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