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동문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사문재 넘어서 묵호여중 왼쪽으로 들어가는 해맞이길이 있기 전에는 세 가지 길이 있었다.
게구석길, 산제골, 논골이다.
게구석길은 발한동과 묵호진동 경계에서 서쪽에 위치한 골짜기 또는 그곳에 위치한 마을을 가리킨다.
항구가 조성되기 전에는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와 게가 서식하여 게를 잡았다는 데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게구석에는 약수가 있는데 지금도 마을 사람들 식수로 이용된다.
이 약수가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모여 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게구석길에서 개들을 만났다.
만난 개들은 표정도 다양하다. 덩치가 큰 하얀 개는 철조망 밑으로 나오려다 지나가는 내게 딱 걸렸다.
“예끼! 흰멍아 어딜 탈출하려고, 네 주인한테 일러준다.”
목만 쏙 빼놓고 멍하니 지켜보다가 일러준다는 말이 무서웠는지 다시 개구멍으로 들어가 버린다.
흰멍이와 한집에 사는 누렁이는 엄청 짖어댄다.
무엇이 그리 맘에 안 드는지 연신 얼굴을 찌푸리며 동내가 떠나가라 소리 질러 댄다.
“쉿!~ 조용히 해! 동네 개들 모두 나오겠다.”
조금 더 올라가다 만난 작은 얼굴의 멍멍이. 이 개는 얼굴이 조막만해서 사진발을 잘 받는다.
그런데 길에 떨어진 우유를 먹으려고 한 발로 우유갑을 누르고 안간힘을 쓴다.
우유각안에 우유가 과연 들어나 있으려나? 먹으려던 우유각을 발로 밟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길을 걷다 보면 동물들을 자주 만난다. 개들은 내가 신기한 지 연신 힐긋힐긋 쳐다보며 짖어대기까지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낮선 사람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낯선 사람들에게 혹은 여행자의 친구는 철 모르는 개와 아이들 뿐인가 보다.
또 한 녀석의 개는 작은 체구에 누런색 털을 입고 있다. 이 녀석은 허물어진 담장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쓰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초상권이라도 침해했다는 투로 앙칼지게 짖어댄다.
“두 장만 찍을 거야. 다음에 오면 과자로 모델료 지불할게.”
역시나 폰을 의식하며 포즈를 취해줘서 얼른 한 컷 찍었다.
나는 여전히 묵호에서 이방인가 보다.
아니, 난 영원한 여행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