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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는 깜짝 놀라 자신이 안겨있던 품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들었다. 진희의 눈이 짙은 갈색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하진...?"
해원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진희의 눈도 커다랗게 떠졌다. 해원이 바로 얼마전 대기실에서 자신에게 CD를 건냈던 사람이란 것을
조금 전에야 기억해냈다. 지금 그의 입에서 하진이란 이름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진희의 몸이 빳
빳하게 굳어갔다.
"이게 도대체..."
해원의 표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하게 변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했다. 해원의 이상한 반응에 사람들의 이목이 진희에게
로 집중되고 있었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몸이 굳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진희야, 괜찮아? 안 다쳤어? 감사합니다. 제 친구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 아닙니다."
그때 민경이 불쑥 둘 사이의 정적을 깨고 진희에게 다가왔다. 해원은 민경의 인사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선 고개를 숙였다.
"괜찮으신가요?"
"...괜찮아요."
해원의 눈이 또 다시 커다랗게 떠졌다. 작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똑똑히 해원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하진은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는
데...? 게다가 해원의 앞에 있는 진희는 하진과 많이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분명 여자였다. 짧은 하진의 머리와 달리 굵게 웨이브
진 긴 머리를 하고 있었고, 옅지만 분명 화장도 하고 있었으며, 제법 짧은 원피스에 힐까지 신고 있었다. 해원은 혼란스런 모습으로 진희
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진희는 그런 해원의 눈빛이 당황스러워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 들키면 안되는데...
"혹시..."
기어코 해원의 입술을 비집고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진희는 두 눈을 꾹 감았다. 이제 모든 게 끝나는 건가...?
"물러나세요! 이러시면 위험합니다! 질서를 지켜주세요!"
해원이 뭔가를 물으려 입을 열었을 그때. 가까운 곳에서 경호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경호원들이 다시 안전선 밖으로 사람들을 밀
어내고 매니저가 달려와 진희가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해원을 데리고 사라졌다. 다행이었다. 그제서야 진희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모든 게 끝나는 줄만 알았다.
**
"왜 그래?"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져있는 해원을 보며 영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까 그 일 때문에 그래? 니가 잡아줘서 그 여자분 안 다쳤잖아. 그럼 됐지."
"그런 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그럼?"
영우가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다칠뻔한 사람을 구해줬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기사도니 뭐니해서 칭찬 기사가 날테니. 그런데 해원이
아까부터 혼자 세상 모든 고민은 다 짊어진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이해를 해볼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러니까 그게 뭔데?"
"있어, 그런 게."
"쳇, 도대체 지가 형이야, 내가 형이야? 맨날 형인 척 해."
해원의 대답에 영우가 툴툴거렸다. 분명 해원이 영우보다 어렸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해원이 한참 형 같긴 했다. 하지만 해원은 그런
영우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조금 전 그 여자 분명 하진 같았는데... 해원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아직도 그녀를 받아 안
았을 때의 감촉이 남아있는 것만 같다. 은은하게 나던 그녀의 향기도. 해원이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헝클었다.
'하진은 분명 남자라고 했고, 말도 못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하진이 아닌가? 하지만 너무 똑같이 생겼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 뜯으며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가슴만 답답해질 뿐.
'아까 그 여자를 끌고 나왔어야 했는데!'
해원이 안타까움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
"괜찮아?"
같은 시각. 백화점 커피숖으로 자리를 옮긴 민경이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진희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날 알아봤어."
"응?"
"날 '하진'이라고 불렀어."
민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희가 사람들의 눈에 띠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조심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렇지 않
아도 J.J.B 멤버들과 헤어질 생각에 가슴 아파하는 녀석에게 너무 큰 짐을 안겨주고 말았다.
"미안해, 진희야. 내가 너무 흥분해서..."
결국 민경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제서야 진희는 정신을 차리고 티슈를 뽑아 민경에게 내밀었다.
"울지마, 민경아. 니 잘못 아니야. 뒤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밀어서 그런 거잖아."
"그치만 나 때문에 니가 곤란해졌잖아. 아까 그 사람이 너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해. 언론에 제보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민경이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진희를 바라보았다. 민경을 달래던 진희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를 본 민경이 이젠 아
예 테이블에 엎드려 히끅히끅 거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미, 민경아. 그만 울어. 괜찮아. 괜찮데두."
당황한 진희가 민경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민경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었고, 진희는 다시 한번 낮은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조용 입을 열었다.
"김민경. 니가 그렇게 울면 사람들이 날 쳐다보잖아. 날 곤란하게 만들셈이야?"
그제서야 민경이 벌떡 일어났다. 진희의 말 처럼 몇몇 사람들이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진희는 티슈를 들어 민경
의 얼굴을 닦아주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했었어. 대책도 다 세워뒀구. 그러니까 그만 울어."
"대책...?"
민경의 눈이 진희의 눈을 마주보았다. 민경의 눈빛에 진희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정수기에서 물을 받고 있던 경인이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진희야."
현관으로 들어서는 진희의 모습을 보고 경인이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그래?"
하루이틀 찾아온 것도 아니고 찾아오지 않는 날이 이상할 정도로 거의 매일 보는데 오늘따라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경인의 모습에 진
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형, 혹시 먹을 거..."
멈칫. 마침 작업실 부스에서 나오던 해원이 경인과 마주보고 서있는 진희를 보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진희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
그제서야 진희는 경인이 왜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두 번은 안된다. 진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당황한 표정을 얼른
추스렸다. 해원이 어째서 여기 있는지는 두 번째 문제이고 이번만은 자신이 하진이 아님을 납득시켜야만 한다.
"손님이... 계셨네?"
"응. 민해원이라고 내가 키우고 있는 후배야. 그리고 여긴 내 소꿉친구 하진희."
"하진희?"
"안녕하세요. 아까는 너무 놀라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네요. 고마웠습니다."
"아, 아니요, 다친데 없으셔서 다행이에요."
진희가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해원은 그런 진희의 모습에 얼떨결에 따라 고개를 숙였고,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경인이 의
아한 표정을 지었다.
"둘이 아는 사이야?"
"아까 백화점 팬 싸인회 갔다가 내가 넘어질 뻔한 걸 받아주셨어."
"팬 싸인회? 니가 그런델?"
"민경이 때문에."
"아-."
경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경이 함께 있었다면 진희가 팬 싸인회를 가게 된 계기를 굳이 듣지 않아도 알만했다.
"근데 형..."
"어?"
진희와 경인을 번갈아 보며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있던 해원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고, 진희와 경인이 그를 쳐다보았다.
"이분 J.J.B에 하진...씨 아니야?"
"아-. 쿡, 쿡."
해원의 말에 경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해원은 그런 경인의 반응이 의외인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흠. 흠.' 하고 헛기침
을 두어번 한 경인이 진희의 어깨를 돌려 해원과 마주보게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사이 그 말을 너무 많이 들으신 이분은 지금 기분이 바닥이신데?"
"어?"
해원은 경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진희를 쳐다보기만 했다. 경인의 말대로 진희의 표정이 그닥 유쾌하지 않
아 보이긴 했다.
"여기 있는 하진희랑 J.J.B의 하진은 사촌지간이야."
"사촌?!"
해원이 깜짝 놀라 커다랗게 떠진 눈으로 경인을 바라보자 경인이 정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데뷔 8년차인 경인이었다. 가수로
데뷔했다고는 해도 이미 오래 전부터 갈고 닦아온 연기력이 있기에 이정도 거짓말쯤은 하고자 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진희를
위해서가 아니던가.
"이름도 비슷한데다가 너무 닮아서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쌍둥이냐고 많이 물어봤어. 두 사람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래서
진.희는 진.이 닮았다는 소리 별로 안 좋아해."
"아..."
해원이 그제서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촌지간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지만. 경인은 때를 놓치
지 않고, 서둘러 화제를 바꾸려 입을 열었다.
"참, 맞다. 해원이 니 팬이다, 진희야?"
"팬이라니?"
진희가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경인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해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자신의 이야기인데 경인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경인이 그런 해원을 보고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해원이 니가 한번 듣고 반했다던 '고마워요'란 노래 작곡한 사람이 바로 진희야. 그 노래 피처링 해준 사람도 진희고."
"뭐, 뭐라고?!"
해원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늘 하루만 벌써 몇 번째 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해원은 경인의 옆에 서있는 진희를 커다랗게
떠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진희가 정말 그 노래의 작곡가란 말인가. 그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지금 자신의 눈
앞에... 해원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해원이가 3년 전에 우리 기획사 오디션에 붙었어. 그리곤 날 찾아와서 그러는 거야. '고마워요'를 작곡하고 ,피처링 해준 'H'를 만나
게 해달라고. 자기가 그렇게 죽을만큼 노력해서 우리 기획사에 들어온 건 그 'H'라는 작곡가를 만나고 싶어서라고..."
4년 전, 경인이 속해있던 그룹이 해체되고, 경인은 솔로로서 첫 음반을 발매하였다. 그러나 당시 그룹 해체로 인한 슬럼프와 각종 루
머에 시달리던 경인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경인의 솔로 데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타이틀 곡인 '고마워요'라는 곡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고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그때 해원은
길거리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던 이 곡을 듣고, 그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매료되어 가수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자신도
가수가 되어 그녀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그녀와 함께 음악 작업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름도, 나이도, 생김새도... 음반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기자들과 리포터들이 그녀에 대해 알기 위해 유일하게 같이 작업을 했고,
그녀와 친분이 있다던 경인을 찾았지만 경인은 단 한번도 그녀에 대해 입을 연 적이 없었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를 그 쪽이 작곡했어요?"
해원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진희가 그런 해원 보며 살짝 미소지어 보였고, 해원의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흘러 내렸다.
'찾았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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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느낀 것인데 말이죠.
남주인 재완이가 안 나오는 편수가 꽤 많은 것 같아요. ^^;;
하지만 스토리상 어쩔수...하하...
다음 편에는 재완이가 등장 할 거예요! 아마...
그럼 다음에 또 뵈어요!
키노모토 사쿠라 ...행복♥ 기여운나나 송시 곰탱이0 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실한 연재를 약속드리진 못하지만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열심히 쓰도록 노력할게요.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재밌어요~다음편도기대할게요!!!!!!!!!!!!!!!!!!!!!
잼있어 담편이 기대되요
ㅋㅋ재원이보다 해원이랑 더 잘되는게 아닐런지요? 꺄핫.........경인도 좋은데....ㅋㅋ 담편도 기대됩니다^^
ㅋㅋ
^^ 오 재밌어용!!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