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기쁨
지은이 : 박창희
쪽 수 : 288쪽
판 형 : 148*220
ISBN : 978-89-6545-762-6 03810
가 격 : 18,000원
발행일 : 2021년 11월 15일
분 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국내도서 > 인문학
길 속의 길, 걸으면 보이는 인문풍경
길 위의 길, 그곳이 걷고 싶다
새해,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길을 걷자
‘걷기의 기쁨’을 깨닫는다면
당신의 행복노트가 충만해질 것이다.
▶ 뚜벅이 박창희 교수의 행복한 길 걷기 안내서
길을 찾고 길을 걷는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가 ‘걷기’를 통해 얻은 흥미로운 인문학적 지식들과 그가 직접 길을 걸으면서 얻은 경험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코로나 시대, 혼란스러운 마음과 허전함, 외로움은 끝이 없다. 지친 삶을 위로받고 역사와 현재를 생각하는 길 걷기.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를 따라 걷기의 기쁨을 만끽해 보자. 때론 빨리빨리, 때론 느리게. 2021년 소띠해가 가면 2022년 호랑이해가 온다.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길을 걷자.”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다. 두 발 밑에 있는 이 길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그 위를 지나간 사람은 누구인지 사색을 하며 걷는 것이 지금 당신이 걷는 길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 길을 찾고 길을 걷는 도보꾼의 이야기 보따리
“머리가 복잡한가? 당장 밖으로 나가라. 온갖 잡스런 정보와 소식에 목매고 있을 이유가 뭔가.”
이 책의 1부에서는 ‘길’과 ‘걷기’에 관한 인문학적 이야기들과 작가의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은 ‘걷기’를 통해 얻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2부에서는 작가가 직접 ‘걷기 좋은 길’을 걸으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이 책을 들고 직접 찾아가 걷는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길’과 ‘걷기’의 이야기들은 마인드맵처럼 뻗어간다. ‘길’의 어원부터 시작하여 길이 품고 있는 역사, 지금은 사라진 옛길들, ‘길’에서부터 파생된 단어, 길 위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문학작품들까지. 길은 곧 삶이다. 일상의 지친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면 걷는 시간들이 이를 걷어내 줄 것이며,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면 ‘걷기’가 시원하게 해결해 줄 것이다. 길 위에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작가가 직접 다닌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이유 모를 용기까지 만들어 준다. 밟기 좋은 흙길 산책로, 땀이 훅훅 나는 등산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회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는 도보코스, 배가 다니는 뱃길과 물길까지. 책을 다 읽으면 당장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 걷자! 풀자!
코로나 시국. 밖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된 지도 2년째가 되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크게 느끼지 못했던 바깥공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저녁 산책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열심히 걷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나 첫 걸음마를 시작하고부터 죽기 전까지 걷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걷지 않고 살 수 없다면 좀 더 행복한, 즐거운, 의미 있는 걷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작가는 이 책 속에서 그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2부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걷기’ 길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당장 신발을 신게 될 듯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숨어 있는 걷기 좋은 길들이 많다.
▶ 길에서 건진 우리말, 걸으면 알게 된다
길은 곧 삶이다. 삶은 대부분 걷기로 직조된다. 길에 스며든 아름다운 순우리말들은 그 자체로 한민족사의 내밀한 표정이다. 길 말, 길 연관어들을 불러내 본다.
길라잡이, 길놀이, 길닦음, 길목버선, 길봇짐, 길요강, 길이불, 길제사, 길짐, 길타령, 길호사, 첫길, 갓길, 고샅길, 속길, 자드락길, 뒤안길, 자락길, 돌너덜길, 풋서릿길, 등굽이길, 자드락길, 벼룻길, 서덜길, 숫눈길…. 길도 많다.
비틀비틀, 흐느적흐느적, 비실비실, 비척비척, 휘청휘청, 휘적휘적, 기우뚱기우뚱, 건들건들, 흔들흔들, 아장아장, 어정어정, 어기적어기적, 성큼성큼, 살금살금, 타박타박, 터벅터벅, 뚜벅뚜벅, 사뿐사뿐, 살랑살랑…. 걷는 모습도 다양하다.
까치처럼 총총걸음을 걷고, 노루처럼 겅중겅중 걷고, 뒤뚱뒤뚱 오리걸음을 걷고, 슬금슬금 게걸음, 소걸음, 고양이걸음, 노루걸음, 황새걸음…. 걸음걸이에 걸리겠다.
걷다가 느낀 저자의 단상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길 찾아 떠난 날이 입춘. 봄이 포르르 떤다. 자장암 들머리의 돌계단길이 새첩다.
새첩다 : ‘예쁘다’의 방언
자장동천을 굽어보는 어떤 노송은 도력 높은 노승이 염불을 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달밤이었을 것이다. 법당의 목탁소리에 맞춰 석벽 틈에서 개구리들이 와랑와랑 노래하던 달밤.
와랑와랑 : ‘우럭우럭’의 방언. 울리는 소리가 몹시 요란스럽게 큰.
연관 키워드
#걷기 #길 #코로나19 #운동 #산책과 산보 #첫걸음 #여행 #유랑 #트레킹 #사색
책 속으로 / 밑줄긋기
첫 문장
사람들, 말이 너무 많다.
P.15 걸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걷기만큼 쉬운 것이 없지만, 제대로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걸으면 감각이 깨어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노폐물에 전 오장육부도 서서히 초기화된다. 잊힐 건 잊히고, 지울 건 지워진다. 머리가 가벼워지면 새로운 생각이 채워질 공간이 넓어진다.
P.28 새 신을 신고 처음으로 땅을 밟는 아이의 표정은 천진무구 그 자체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닫겠네’ 하는 동요 속의 달뜬 기분이랄까.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니, 어찌 설레고 벅차지 않을쏜가. 신발을 신기면 아기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나부댄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험하다 해도 아기에겐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다.
P.68 이 걸음 저 걸음 걸음도 많다. 하지만 걷지 않으면 헛방이다. 걸음걸이가 팔자를 고친다고 한다. 걸음걸이대로 간다는 말도 있다. 그러자면 팔자걸음을 고치고 올바로 걸어야 한다. 뜻을 세웠다면 느려터진 가재걸음이나 헛심만 쓰는 공걸음은 걷지 말아야 한다. 좋은 사람과 걷고 싶은 곳에서 올바르게 걷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은 없다.
P.120 독(讀)과 행(行)은 ‘따로 또 같이’ 가는 개념이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요, 여행은 걸어 다니면서 하는 독서다. 동양의 오래전 가르침은 지행합일이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일치시켜야 참 학문이 탄생한다고 본 거다. 행(行)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다. 책 만 권을 읽어도 자신의 시각과 관점을 갖지 않으면 봐도 헛본 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남다르게 읽어내는 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아무리 먼 여행을 떠나도 눈과 마음에 담아 올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P.178 동대는 동대교를 지나 오른쪽 금정구 회동동 동대 마을 어귀의 용머리같이 생긴 바위를 일컬었다. 하지만 옛터는 주변 개발로 일찌감치 사라졌고, 용머리 바위는 훼손될 뻔하다가 주민들의 진정으로 가까스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2001년 마을 어귀에 ‘부산 8대 동대’라는 표지석을 세워 명소의 자취를 더듬고 있다. 사라진 ‘동대’ 주변을 잠시 배회하다 발걸음을 옮긴다. 수원지 쪽에서 들려온 산새 소리가 동대교를 지나는 차량 소음에 지워지고 있었다. 회동수원지를 벗어나자마자 또 와야겠다는 확실한 예감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P.197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의 시 「섬」 전문) 그 섬은 어떤 섬일까? 외롭고 소외된 섬? 그렇지 않다. 섬은 흔히 고독, 소외의 비유로 쓰이지만, 정현종의 ‘섬’은 도시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다. 중요한 것은 ‘사이(間)’다. 떨어진 관계를 잇는 끈, 사이를 메우는 울림이 있다면 도시의 섬은 섬이 아니다. 모든 ‘사이’에서 은은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된다.
P.258 옛길을 들추자니 동래는 낯설다. 이 도시는 오래전에 길의 원형을 잃어버렸다. 길다운 길은 모조리 뭉개고 지우고 없애버렸다. 그것을 발전이라 위안한다. 길들은 풍경에서 사라지기 전, 먼저 인간의 마음에서 사라져버렸다. 물신을 앞세운 크고 넓은 길이 대세가 된 지도 오래다. 사람들은 바퀴의 신을 떠받든 채 걸으려 하지 않았다. 바퀴는 곧 문명의 척도였다. 도로엔 바퀴의 신들이 득실거릴 뿐, 옛길 한 자락 온전히 남은 곳이 없다. 현대인들은 길을 잃어버렸다.
저자 소개
박창희
도보꾼, 유랑자, 스토리텔러로 살고 싶은 자유인.
경남 창녕 출생으로 부산대 영문학과, 부산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30여 년간 국제신문 기자로 일했고, 현재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은 『나루를 찾아서』(서해문집), 『부산 순례길』(비온후), 『서의택 평전』, 『허신구 평전』(부산대출판부) 등 20여 권. 주요 연구로는 「부산의 길: 원천스토리 개발 연구」 등이 있다.
걸어서 해파랑길(부산~강원도 고성)을 따라 두만강까지 걷기를 꿈꾼다.
차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 나는 걷는다, 고로 행복하다!
산보와 산책/감춰둔 갈맷길/책 속의 길, 길 속의 책/눈앞의 모든 게 기적
1부 길 속의 길 - 걸으면 보이는 인문풍경
1장 위대한 ‘한 걸음’과 걸음마의 비밀
노모의 유모차/아가의 첫걸음마/직립보행의 의미
2장 ‘길’에 대한 상상과 몽상
‘한 글자’와 길/길의 다양한 쓰임새/보월(步月), 보허(步虛), 우보(禹步), 우보(牛步)
3장 한국 문화 속에 녹아든 길
길의 어원과 역사/향가에 나타난 길/우리말 속 길의 표정/그 밖의 길 관련어들
4장 걸음걸이 산책
직립보행과 마사이족 걷기/아버지의 소걸음/천태만상 걸음걸이
5장 호모 비아루트(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위대한 여행자들
6장 길의 노래, 길 위의 시
최희준의 〈길〉/나그네 설움/마왕을 만나는 〈길 위에서〉/god의 〈길〉/길 위의 시-김삿갓의 해학/세한도 가는 길/행운유수와 운수납자/정태춘의 ‘심산무도’/시인 권태원의 유랑과 해방/박노해의 길과 사진
7장 잔도(棧道), 벼랑길을 만든 사람
작원잔도의 경이/영남대로 3대 벼랑길/중국의 잔도와 잔도공/벼랑길 삶의 노래
8장 돌아가는 길, 황천길
시골 초상집 풍경/임방울의 ‘추억’
9장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
독(讀)과 행(行)의 동행/무자서·부작란·무작정의 경지
10장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와 퇴계 예던길
천 원짜리 인문기행/34억에 낙찰된 화첩/퇴계가 걷던 옛길
11장 유정천리/무정만리
아버지의 막걸리/4·19 혁명의 불쏘시개
12장 영혼의 순례길-오체투지
땅에 몸을 던지다/차마고도, 순례의 길
13장 줄리안 오피와 아모르파티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개성 있는 보행자들/걸어라! 아모르파티
2부 길 위의 길 - 그곳이 걷고 싶다
1장 낙동강 하구길들
말갈기 파도/강과 바다의 단절/어도(魚道)와 피시 로킹(Fish locking)/둔치와 흙길/물길과 뱃길
2장 회동수원지, 사색의 맛
신선의 마을/수원지의 희비/철마~동래장 30리 길/오륜대의 풍류객들/흙내음 숲길의 선물/부엉산 전망대의 장관
3장 만덕고개와 길의 운명
‘만가지 덕’을 말하는 곳/빼빼 영감은 어디로 갔을까/넘어가야 할 21세기 고갯길
4장 기장 칠암 붕장어마을 한 바퀴
쌀밥 같은 아나고회/‘꺼먹 동네’가 된 사연/칠암을 즐기는 법
5장 도심의 섬, 매축지마을 종(鐘)길
섬/길에 포위된 마을/실종(失鐘) 사건/학교종의 추억/소리와 공명/새종과 옛 종
6장 서면 황금신발길의 추억
고무공장의 순이들/철길마을과 ‘굴다리슈퍼’/서면 문화로에 봉홧불을
7장 금정산 금어동천(金魚洞天) 옛길
금어동천을 찾아라/금정산의 부산 정신/역사의 풍운아 정현덕/조엄과 낭백 스님 이야기/금어를 찾아서
8장 구포나루~구포시장 역사 트래킹
구포역 전망대/구포나루와 구포다리/구포만세거리/밀:당 프로젝트
9장 통도사 자장암 가는 길
속세의 때묻은 마음/둥근 문과 원융사상/금와보살의 노래/억겁의 물길
10장 최치원 유랑루트
유학과 유랑/발 닿은 곳은 모두 명소/최치원 문화관광 마케팅/유랑 루트의 거점, 해운대/최치원 문학의 향기
11장 황산도 나그네
황산(黃山)이 어드메뇨/사라진 동래의 옛길들/기찰 지나 소산역으로/황산 이방을 기억하다/아, 황산역이여!
12장 역사의 무지개, 이섭교를 걷다
참여와 울력으로 숙원 해결/예술작품 같은 홍예교/개축과 수리의 자취/이섭대천의 메시지/거칠산국 역사길
13장 다대포 일몰부터 오륙도 일출까지… “밤새 걸으며 나를 찾았다”
눈썹달과 샛별의 밀어/‘데드 포인트’를 만나다/걷기가 주는 1석 5조의 효과/낙동강과 금정산을 넘으며/가슴에 해를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