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에
사월 넷째 목요일은 주중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이라 창원으로 복귀했다. 코로나 기세가 진정되지 않아 불교 종단에선 석탄일 봉축 연등행사와 법회를 미루어 놓았다. 올해는 마침 음력 윤년이 들어 법요식을 양력으로 오월 하순 윤사월 초파일에 연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달 뒤 다가올 그날이면 부처님의 법력이 온 누리 퍼져 코로나 기세가 꺾여 누그러졌으면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른 아침 반송시장 노점에서 김밥을 마련 105번 시내버스를 타고 동정동으로 나가 벗을 만나 북면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 타 천주암 아래서 내렸다. 여가에 산행을 함께 다니는 벗과 동행하여 길을 나섰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았다만 천주암으로 향하는 불자들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로나가 세상을 덮쳐 공식 법요식은 한 달 뒤 윤사월 초파일로 연기되어 그런 모양이었다.
천주암 곁 등산로를 지나니 암자 뜰에는 연등이 걸렸고 스피커에 찬불가가 은은히 들려왔다. 몇몇 신도들은 법당에서 합장 배례하는 모습이 보였다. 돌계단 따라 천태샘 약수터에 이르러 샘물을 받아 마셨다. 비탈을 올라 산마루에서 정상으로 가질 않고 북사면 임도를 걸었다. 진달래꽃은 진작 저물었고 신록이 싱그러워진 계절에 다음 주자로 피어난 철쭉이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함안 경계 고개 쉼터에 이르러 벗이 가져온 곡차를 몇 잔 비웠다. 천주산 정상에서 내려오거나 상봉에서 천주산으로 건너가는 산행객이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쉬었던 자리에서 일어나 임도 따라 내려서면서 수종 갱신지구로 들었다. 수 년 전 경제성이 적은 잡목을 잘라내고 편백나무를 심어둔 산기슭이다. 농바위로 가는 아주 넓은 산자락에 심겨진 아기나무는 제법 자라 있었다.
수종 갱신지구 편백 조림지에서 바디나물과 취나물을 찾아 뜯었다. 바디나물은 잎을 펼쳐 알맞게 자랐고 취나물은 아직 덜 자란 상태여도 몇 줌 뜯을 수 있었다. 산비탈에서 임도로 내려와 길섶에서는 부드러운 부지깽이 순을 만나 뜯어 모았다. 산정마을로 가는 임도에서 천주산 꼭뒤 등산로로 올랐다.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길이 묵혀진 산허리로 들었다.
국수나무가 엉켜 자라는 숲을 헤쳐 가다가 누군가 먼저 채집한 두릅나무에서 순이 새로 자라나와 몇 개 땄다. 다래나무 군락지에 이르러 배낭을 벗어 놓고 다래 순을 따 모았다. 우리는 이태 전 거기서 다래 순을 따 간 적 있었다. 잎이 먼저 피어 쇠어가는 것들도 있었지만 끄트머리 부드러운 순을 땄다. 다래나무 군락지가 북사면 응달이라 아직까지 나물로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다래 순을 따 채웠더니 배낭이 묵직해졌다. 안성마을과 천주산으로 가는 세 갈래 갈림길에서 예곡 방향으로 나아갔다. 산등선을 따라 가다가 펑퍼짐한 너럭바위가 나와 주변 산세를 조망하고 배낭을 풀어 김밥과 곡차를 마저 비웠다. 요기를 하고 배낭을 추슬러 산마루를 따라가니 산정마을 골짜기와 작대산 산등선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일명 ‘갓먼당’이라고도 하는 호연봉을 지났다.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묵혀진 산정마을로 향했다.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가다가 개척 산행으로 산비탈로 내려섰다. 경사가 가파른 비탈에 두릅나무 군락지를 만났으나 두릅 순은 활활 피어 나물로써 가치를 잃어 아쉬웠다. 취나물과 바디나물은 뜯을 수 있었다. 골짜기에서 엷은 보라색 꽃을 피운 벌깨덩굴 군락지를 만났다. 나물이 되는 벌깨덩굴 순을 몇 줌 따 보탰다.
마을이 가까워진 곳에서 새로 돋아난 두벌두릅이 보여 몇 줌 땄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얼굴과 손을 씻고 엎디어 물을 들이켰다. 농주를 파는 산정마을 할머니 댁에서 곡차를 들고 양미재를 넘어 감계로 갔다. 순대국밥으로 하산주를 들고 시내로 들어왔다. 집 근처로 와 예전 근무지 동료에게 산나물을 나누었다. 같은 아파트단지 초등 친구에게도 보냈더니 배낭이 가벼웠다. 2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