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의 스무살 입단 장벽을 깬 김신영 초단이 입단 축하연에서 스승들과 함께 앉았다. 김희용 양천대일바둑도장 원장(왼쪽부터), 옥득진 사범, 김신영, 이용수 사범. |
다들, 스무살이 넘으면 힘들다고 했다
프로를 지망하는 숱한 여자연구생 중에 스무살을 넘어 입단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은 연나이 21살(우리나이22살)이 된 김신영의 마음을 짓눌렀었다.
김신영은 아마시절이 화려했지만 입단운은 없는 듯보였다.
여자연구생 1위는 도맡았었다. 2008년 월드마인드스포츠게임페어 우승을 했고 익산서동배 우승, 2011년엔 이창호배(일반부) 우승을 했다. 같은 해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에선 시니어기사들을 연거푸 무너뜨리며 파죽의 6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입단대회만큼은 번번이 아까운 차이로 떨어졌었다.
2012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아마 선수들이 총집결한 내셔널바둑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최우수여류기사에 오름)을 거두며 소속팀 대구덕영이 정규리그 1위를 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입단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7월 31일 김신영은 프로가 됐다. 제41기 여류입단대회 마지막날이던 이날 대국장을 빠져나오면서 김신영은 어머니를 발견하고서 어머니의 어깨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길고 혹독했던 프로 훈련의 세월이 눈물로 변했다. 김신영의 나이 21세 5개월이었다.
그렇게 기쁘게 시간이 흘렀다.
22일 저녁 6시, 김신영의 입단을 축하하는 행사가 서울 양천구 목동 스카이웨딩홀에서 열렸다. 김신영의 부모 김수기(50)‧전명애(47) 씨가 마련했다. 장내에는 김신영의 출신 도장 양천대일도장 김희용 원장을 비롯해 양천대일도장 출신 프로기사와 도장생, 김신영의 아마 스승들을 비롯한 바둑계 여러 관계자 등 약 150명이 들어찼다.
▶ 입단이 결정되고 나서 울음을 터뜨렸던 김신영은 입단축하연에서도 다시 한 번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하객들은 뷔페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고 저녁 7시부터는 김신영과 스승 그리고 부모의 소감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최동은 프로의 부친이기도 한 최화길 중고바둑연맹회장은 “대기만성형 김신영 초단의 앞길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양천대일의 김희용 원장은 그간 심정을 길게 털어놨다. “이번 입단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까지 스무살 넘긴 여자 지망생이 입단한 케이스가 없었다. 사범들로부터는 훈련 중이던 김신영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받았다. 그 과정에서 철저히 움직여준 옥득진 사범에게 특히 감사한다. 악역은 내 담당이었다.
무엇보다도 김신영 본인이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20세를 넘겼을 때 흔들리는 부모님의 시각은 신경이 쓰이게 된다. 김신영에게 실력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단 한가지만 있으면 됐다. 철저한 준비가 그것이었다. 체력적으로 강인해지도록 구보 6킬로미터씩을 하게 했고 철저한 공부 시간 엄수를 주문했다. 늦은 나이라면 반발할 법도 한데 김신영은 어떤 험한 말을 들어도 눈물을 흘리면 흘렸지 받아들이지 않는 법이 없었다. 그런 마음의 자세가 아주 중요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마조마했었다. 하늘이 준 기회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바둑이 엉망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마침내 김신영이 잘 이겨내 줬다.
약이 되라고 하는 부모들의 한 마디는 자녀들에게 뜻하지 않게 독화살이 되고 그로 인해 아이들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승부에 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격려가 필요하다. 프로지망생을 둔 부모님들에게는 이런 점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김신영은 “원장님과 수많은 사범님들이 보살피고 훈련시켜주신 덕에 수없이 입단 문턱에서 낙마하면서도 믿고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곤 이내 감격의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눈물을 닦은 후엔 “부끄럽지 않은 제자이자 프로기사가 되겠다”고 했다.
소감을 듣는 순서 이후엔 양천대일도장 김희용 원장의 부인 이분옥 씨가 김신영의 입단을 축하하는 의미가 담긴 반지를 증정했다. 이 의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천대일도장은 이 도장 출신 첫 입단자였던 김은선을 시작으로 매번 입단자가 나올 때마다 반지를 증정해 왔다.
김신영은 21번째 반지의 주인공이다. 김신영은 또한 김은선, 김윤영에 이어 이 도장이 배출한 3번째 여자기사다.
유명한 동양화 화백이기도 한 어머니 전명애 씨는 “다른 집은 마치 잘도 프로기사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딸 아이가 10년이 지나도록 프로가 되지 못하고 있을 때 가슴 졸였다. 그리고 또 5년이었다. 세상에 바둑만 있는 것은 아니지. 너른 세상에서 여자로서 바둑 없이도 멋진 인생 살아볼 수 있잖은가. 왜 우리 딸이 하필이면 어렵다는 바둑을 택했을까 생각하며 흔들렸었다. 성적은 좋았지만 우리 애가 프로가 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오기가 생겼고 반드시 (프로가) 되게끔 뒷바라지 하자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어엿한 프로가 되어 감사하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아버지 김수기 씨는 “평소 말 없는 아내가 이렇게 말을 잘 할 줄은 몰랐다”라면서 “딸 아이를 이끌어준 많은 아마∙프로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누구보다 힘들었던 사람은 본인 아니었겠나. 이제 우리 딸,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뭐든지 해도 괜찮다. 딸이지만 이렇게 열심해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소감 듣는 시간이 끝나고선 김신영의 어머니 전명애 씨가 스승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사했다. 그리고 좌중 가운데 양천대일 출신 프로기사들이 한목소리로 김신영에게 “노래해”를 외쳐댔다. 김신영은 가수 효린이 부른 리메이크 곡 ‘널 사랑하겠어’를 길게 뽑았다.
▲ 하객들에게 인사하는 김희용 양천대일바둑도장 원장.
▲ 하객들에게 소개되고 있는 김희용 원장의 부인 이분옥 씨.
▲ 양천대일 출신 프로기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가운데 이호범 3단이 즐겁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얼마 전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우승한 안성준 4단도 보인다.
▲ 안성준 4단의 형 안형준 3단(왼쪽)과 한태희 3단.
▲ 김정현 3단의 모습도 보이고.
▲ 대한민국 최초로 시행된 영재바둑입단대회를 통과한 신민준 초단도 보인다.
▲ 최화길 중고바둑연맹회장의 덕담.
▲ 딸이 입단하기까지 힘들었던 순간들을 회고 하는 전명애 씨.
▲ 제자가 입단한 데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는 김희용 양천대일바둑도장 원장.
▲ 김신영이 이분옥 여사로부터 입단 축하의 반지를 받았다.
▲ 김희용 원장이 김신영의 모친 전명애 화백으로부터 동양화 작품을 선물받고 있다.
▲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다.
▲ 11월에 결혼하는 옥득진 사범에게는 결혼을 주제로한 그림이 선물되었다.
▲ 이용수 사범에게 전달된 그림.
▲ 행사가 끝났다고? 뭔가 허전한데, 설마 신영이가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 노래해! 노래해! 노래해!
▲ 노래방 기계가 없는 공간인 관계로 스마트폰으로 가사를 보며 한곡 뽑는 김신영.
▲ 가족과 함께 기쁜 순간을. 가장 오른쪽은 남동생.
▲ 꿈나무들과 함께 찰칵.
▲ 바둑계 인사들과도 찰칵.
▲ 양천대일 21호 프로기사의 탄생을 축하하는 양천대일도장 출신 프로기사들의 박수를 받으며.
▲ 선후배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