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언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 병동으로 가는 줄 알았지만
나는 은행나무 속으로 들어가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운다의 속으로 들어가버린 당신을
가루약과 알약 사이에서 회복하는 조금씩을
볼수록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미안하다는 말들은 내가 나에게 했던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사는 이 은행나무 속에는 기침과 하품이 닮아 있어서
나뭇잎이다는 결국과 바스라지고 마는 것
당신이 없는 은행나무 속으로 나는 들어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사는 이 은행나무 속에서는
졸리자
피곤해지자
아프자
이런 말도 할 수도 있어서 다시 나가고 싶을 수도 있지만
살자 살아서
갈대와 억새를 처음으로 구별해보았던 기억이나 그믐달과 초승달을 처음으로 달리 알아보았던 기억을 그저 떠올리는 것이다
알려주던 것임을
우리가 서로에게 알려주던 것들을 나는 조용하게 떠올리는 것이다
타워
파란색처럼 기다린다
대책없이
타워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추우니까 안에 들어가 있어
파란색은 들어가지 않았다
언제부터 회전문 앞에 파란색이 서 있었는지
너는 누가 좋아하는 색깔이니
파란색은 말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가만히 하늘을 하늘색을 그리워한다
구름은 언제나 구겨진 흰색인지
맑은 날에는 바람이 보여
검은색 사과처럼
파란색은 파란색이 무거워 웅크리고 앉는다
나는 파란색을 흘린다
아무도 파란색을 모른다
다 지나간 일인데
아 파랗다
아무 말도 안했는데
오른쪽 손등 위로 비가 내린다
바깥에서
너는 물컵처럼 서 있었다
물컵이라니
그 자리에 너를 두고 물컵만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물컵만을 바라보다가
오른쪽 손바닥 위로 비가 내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들여다보는 것 가만히
그것을 느낄 뿐
이곳은 물컵처럼 분명하다
물이 담기지 않아도
2013 현대문학 신인추천 등단
2017.4, 「아름다운 그런데」,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