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지 않아도, ‘이제 곧’ 이루어진다고 믿어야 합니다.
(2024. 11. 17.)(마르 13,24-32)
“그 무렵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마르 13,24-32).”
1) 종말은,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입니다.
또 최후의 심판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입니다.
24절과 25절의 ‘해, 달, 별들, 하늘의 세력들’에 관한 묘사는,
종말의 모습을 나타내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우주 전체가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묘사입니다.
<지구를 떠나서 다른 별로 간다고 해도
종말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심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입니다.
하느님은 그리스도교 신앙인들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하느님입니다.
신앙과 종교가 달라도, 또는 종교가 없어도, 무신론자라고
해도, 종말과 최후의 심판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볼 것이다.”는 “모든 사람이 볼 것이다.”입니다.
이 말씀은, ‘모든 사람’이 재림하신 예수님께서 집행하시는
심판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선택한 이들’은 ‘구원받을 자격을 얻은 이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미리 선택해 놓으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구원할 것이다.”입니다.
<억울하게 누락되는 경우는 없다는 뜻입니다.>
2) 여기서 ‘여름’은 ‘추수철’을 뜻하고,
‘추수’는 ‘최후의 심판’을 상징합니다.
‘가까이 왔다.’는 ‘이미 시작되었다.’입니다.
따라서 ‘여름이 가까이 왔다.’는 말은,
종말과 최후의 심판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라는 말씀은,
당신의 재림이 ‘곧’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셨을 때, 그때가 종말의 하느님 나라가
시작된 때라는 것이 우리 교회의 믿음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복음 선포는
‘종말 선포’이기도 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복음 선포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입니다(마르 1,15).
이 선포는, 종말의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으니
‘지금’ 회개하고 당신을 믿으라는 선포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회개를 선포할 때,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마태 3,10).”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심판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실 때,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길에
나가 말하여라. ‘여러분의 고을에서 우리 발에 묻은 먼지까지
여러분에게 털어버리고 갑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에는 소돔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루카 10,11-12).”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3) 우리는 모두 ‘종말의 하느님 나라’ 라는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에 탄 사람들입니다.
종점이 분명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차가 출발할 때 이미 종말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수님께서 계속 강조하시는 것은 ‘이제 곧’입니다.
곧 도착하니까 기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것이
종말에 관한 말씀들의 뜻입니다.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라는
말씀에서 ‘이 세대’가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지
확실하지 않은데, 어떻든 지금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무도 종말과 심판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종말과 재림과 심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4)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라는 말씀은,
종말의 날과 시간을 정하는 것은 ‘아버지 하느님’만의
권한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그 날과 그 시간을
미리 계산하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삼위일체 안에서 아버지와 예수님은 하나이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알고 계시는 것은 모두 예수님도 알고 계십니다.
따라서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라는 말씀은,
“아들은 말할 수 없고, 그것을 선포하는 것은 아버지께서
직접 하실 일이다.”로 해석됩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이 언제인지 결정하고,
또 그것을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아버지께서 당신만의 권한으로 직접 하신다는 것입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종말과 재림과 심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