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철부지 시절,
남들 앞에 서서 뭐든 할 수 있는 내 존재에 대해 즐거워했다.
그저 형식 뿐인 학급회의라는 걸 하면서도
의장자리에 서서 누구누구 일어나서 발표해 주십시오..
딱딱한 말투를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말했었고, 나는 그걸 즐겼는지도 모른다.
잘한다는 소릴 듣기위해서
나는 그렇게 아둥바둥 거리며 어린 시절을 보내었다.
중학교 즐거워야 할 시절,
남들 앞에 서서 뭐든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진 내게,
어느 친구는 그렇게 말을 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난 작아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 턱없이 빈곤한 열등감에서 생긴 자만심이라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고, 그것이 자만심이었다고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허영심을 버리고 살기 위해선, 그 바탕이 되는 자만심을 버려야 했다.
난 작아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 내가 가지고 있던 용기가, 내가 가지고 있던 자신감이, 내가 가지고 있던 하나하나가 서서히 추락해 갔다.
그건, 친구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 그렇게 나를 가둬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혼자라는 단어에 익숙해 지려 노력했다.
나를 보는 사람이 없길 바랬다.
내가 아파할 때도,
내게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없길 바랬다.
그건...나 자신 스스로가 나 자신 스스로에게 대항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만심따위는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았어. 애초부터.
나는 내가 혼자가 되면 내가 해오던 모든 행동들이
자신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려질줄 알았다.
우습게도 내 생각은 거기에서 멈춰버렸다.
더이상 나를 달래어 줄수도, 나를 남들 앞으로 이끌어 내기도 두려웠다.
고등학교 용감해져야 할 때,
나는 망설였다.
누군가에게 내가 하는 일을 보여주는 것도,
누군가에게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는 것도,
자만심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질까봐...
턱없는 자만심 때문에 내가 다시 깎여 내려 갈까봐..
나는 어느새, 그 한마디를 내 무의식속에 꾹꾹 눌러가면서 담아두고 있던 것이었다.
쉽게 잊어버릴 수 있었을 것을..
나는 그 때 역시, 지금 처럼 자만심과 자신감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쉽사리 서지 않는 내 안의 결단력이 부족한 탓이었고,
나 자신을 남에게 맡겨 판단하는 그런 내 습관 때문이었다.
턱없는 자만심과 훌륭한 자신감의 차이..
그 것이 무엇인지...나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내게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아직도 나는 나 자신을 남에게 맡겨 판단하는 그런 습관을 지니고 있을 뿐이고, 자신감이라는 단어자체를 내곁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놓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