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의 배경에 있는 한국 고유의 민주주의 이해란―코쿠분 노리코 "헌법으로 본 한국-'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인가―" / 3/17(월) / ALL REVIEWS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대한 대통령·총리의 잇따른 탄핵소추. 정치 혼란이 계속되는 한국에서는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하나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정치의 사법화'라고도 불리는 현재의 상황은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까요?
한국에서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헌법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일본 최초로 포괄적으로 해설한 신간 '헌법으로 본 한국'이 이번에 발간되었습니다. 저자·코쿠분 노리코 선생님이 새로 쓴 자저 소개를 특별 공개합니다.
◆ 대통령 탄핵 배경에 있는 한국 고유의 민주주의 이해란
한때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불렸던 한국은 현대에는 명실상부한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고 있다. K-POP과 한국 드라마·영화는 일본 언론을 휩쓸었고, 한국어도 최근 대학에서 인기 있는 외국어가 되고 있다. 문화적으로나 멘탈리티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 이웃. 그러나 그들과의 관계에서 자주 주목되는 것은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뿐만 아니라 1945년 이후 한국의 행보가 일본과 얼마나 달랐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헌법을 공부하던 필자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원을 나와 유학을 떠난 당시 서독에서였다. 그곳에서 많은 한국인 유학생과 친구가 되었다. 때마침 그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대선 무렵이었다. 당시 그들은 「선거를 위해 귀국하고 싶다」라고 뜨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남북 분단이 우리 사회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얼마나 큰지도 그들에게서 처음 배웠다. 그리고 법학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일본법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일본인들도 한국법을 더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실제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하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당시 언급한 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의는 한국에서의 입헌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필자의 연구상 관심의 원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부제에 있는 '민주공화국'은 한국 헌법 제1조 제1항에 쓰인 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이 조문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싼 촛불시위 때 부르던 노래사로도 유명하다. 헌법 조문이 다 같이 부르는 노래가 된다…는 것도 일본인 필자가 보면 약간의 놀라움이지만(일본에도 헌법 9조의 노래 등이 있지만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이 노래에는 헌법에 근거해 민주주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그들의 강한 생각이 담겨 있다.
◇ 한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역사
이 책은 이러한 한국에서의 헌법과 민주주의의 관계성을 의식하면서 대한민국의 탄생에 이르는 과정과 그 이후의 문제를 헌법의 시각에서 살펴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민주공화국에 대한 규정은 제헌헌법 이래 현재까지 헌법 제1조에 맡겨져 왔다. 이 민주공화국은 어떻게 구체화됐을까.
임시정부 설립 당시 및 전후 건국 때의 헌법안에서 지향했던 의회 중심의 민주주의는 그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냉전과 남북 분단으로 의회가 보수파에 의해 독점되는 구조가 생기면서 의회는 보수파 사이의 정쟁의 장이 됐다. 반면 역대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헌법 개정은 대통령 독재체제를 낳았다. 그리고 남북 분단에 기인한 안전보장 문제를 정당화의 근거로 계엄 선포 등 강력한 대통령 권한 발동이 이루어졌다.
1987년 한국은 민주화를 이루지만 강력한 대통령 권한의 골격은 유지됐다. 의회에 대해서는 국회법 개정으로 숙의민주주의로의 방향성이 모색됐지만 의회의 역기능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 정당 간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화 이후 국가기관 안에서 유독 국민의 신뢰를 얻은 존재로 부상해 온 것이 헌법재판소였다. 헌법재판소에는 법률 위헌심사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소가 제기되고 국회 내 다수파의 소수파 표결권 침해 문제와 대통령 탄핵소추 같은 고위공직자 탄핵사건도 제기된다. 본래 정치판에서 처리돼야 할 문제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진다는 정치의 사법화가 현대 한국의 큰 특징 중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 비상계엄 선포, 탄핵소추, 헌법재판소
이런 내용을 논한 이 책의 교정이 진행되던 2024년 12월 3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때마침 박정희 대통령 암살 이후 민주화 움직임을 막게 된 전두환 등의 군 내부 쿠데타를 소재로 한국에서 대히트를 친 영화 '서울의 봄'이 24년 여름 일본에서도 개봉된 곳이었다. 민주화된 지 오래된 이웃나라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일본인들에게도 큰 놀라움이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충격이었을 것이다. 비상계엄은 6시간 뒤에는 헌법 규정에 따라 국회의 요구에 따라 해제됐다. 이는 과거 계엄선포 사례가 독재체제의 확립이나 강화로 이어진 것에 비해 헌법에 근거한 절차가 적정하게 기능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야당이 과반인 국회에서 대통령은 탄핵소추되고, 심지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소추되는 사태가 벌어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탄핵심판을 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이며, 그 판단은 향후 정국의 귀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 다 쓴 이 책은 이 문제를 직접 다룬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분쟁의 해결이 헌법재판소에 맡겨지기에 이르는 한국의 행보를 그림으로써 현재 사태의 복선을 제시하는 내용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당간 싸움의 첨예화에서 비롯된 대통령의 강권 발동 및 그에 대한 탄핵소추라는 헌법상 권한을 극단적인 형태로 이용한 두 파의 대결이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가는 구도는 이 책이 제시한 헌법으로 본 한국의 현대적 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이웃들에게 헌법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그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공화국은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일본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과 비교하면서 본서를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글쓴이] 고쿠부 노리코(호세이대 법대 교수)
[서적정보] 헌법으로 본 한국-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인가- 저자 : 코쿠분 노리코 / 출판사 : 나고야대학 출판회 / 발매일 : 2025년 03월 7일 / ISBN : 481581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