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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빠!!!!!!!!!!!"
벌떡.
온몸이 흥건한 땀으로 젖어 축축하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베개 또한, 축축하다.
...찝..찝..해...오빠가 그렇게 식물인간이 된 후부터 계속해서 시달리는 악몽.
그런데 잠을 깨며 몸을 반쯤 일으켰을때, 다리에 무언가 떨어졌...
"수건..?"
그새 깜깜해진 덕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침대 옆 탁상엔 세숫대야에 물이 차있다.
누군가 집에 들어온건가..? 도둑인거 같진 않는데..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는 방안을 잔뜩 경계를 하며 살피는데 철컥, 하고 열리는문.
살짝 긴장해 문을 바라보면,
"어?누나 깼어요?"
"....."
양손 한가득 무언갈 가득 사들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집 안으로 들어서는 아이.
그렇다면, 저 세숫대야의 주인도,
내 이마위에 얹어져 있었을 수건의 주인도, 너인거야?
니가..니가 여길 어떻게...
"불켤게요.으..무겁다."
"...."
"에-뭘 그렇게 놀란 눈으로 쳐다봐요.집으로 간다고 했잖아요.헤헤."
"그치만.."
"어떻게 우리집을 알았냐고 물어볼거면 묻지마요..!대답 안해줄거예요!"
휴,그렇게 나오면 내가 할말이 없는데..
두리번, 시계를 보면, 7시45분..
자,잠깐! 내가 8시까진 일하러 가야되는데..45분이면..하..젠장.
서둘러 휴대폰을 찾아 매니저 오빠한테 전화를 하려는데, 어느새 옆으로 온건지 핸드폰을 탁, 빼앗는 흑심장.
"안 그래도 전화와서. 누나 말도 못할만큼 아프다고 말했어요.그니깐 딴 걱정 말고 푹 쉬어요."
"뭐?미쳤어? 나 일나가야되."
"벌써 말했다니깐요? 매니저란 사람이 알겠다고 했어요!"
"안되..일 갈꺼야..너도 너네집 가."
아프다고 쉴만큼 여유롭지 못하단 말이야 나,
흑심장 덕인지는 몰라도 아까보단 훨씬 나아진 몸.
그 기분 더러운 꿈만 아니더라도 좀 더 괜찮은 기분일텐데.
"아나!여자가 뭔 고집이 이렇게 쎄요!그 몸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구요!"
"내가 알아서해.그냥 내버려둬. 너가 뭔데 자꾸 성가시게 이러는거야?"
정적...
상처받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아이.
안그래도 걱정되서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지만 우리집까지 찾아와준 아이에게,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날, 밀폐된 공간에서 그저 순수하게 간호만 해준 아이에게,
그래서 자꾸 내게 생소함을 안겨주는 아이에게, 너무 심했다.
미안함에 아이의 눈길을 피했다.
차라리 잘됬다. 없던 정도 뚝뚝 떨어졌겠지.이쯤이면 이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겠지.
"키키"
키키?
지금..웃었어..?
"키키.놀랐죠?속았죠?푸하하!아 누나 당황한 표정 댑따 웃기다!아 나 연기자해야되나봐!!푸하!"
아까 상처받은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하하 웃으며 내 얼굴을 가리킨다.
내 얼굴이 그렇게 웃긴가.
휴, 정말이지. 떼어내기 힘든 스타일이다.
흑심장은 떼어낼수록 어떻게든 다시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다가오니..
"휴.."
"헤-그치만 이번엔 좀 쎘어요!..어쨌든 오늘같은 날은 쉬어요!자자!언능 다시 침대에 누웁시다!"
"자,잠깐.."
"자,잠깐..이란건 없습니다.이불 여기까지 덮고 있어요.!!"
날 침대에 눕혀주곤, 이불까지 손수 턱까지 덮어주곤,
이마를 한번 짚어보더니 수건을 다시 이마에 턱-하니 얹어준다.
그러고선 부엌앞에서 우왕좌왕. 달그락 달그락. 부스럭 부스럭.
내가 예상하건데, 분명 밥을 하려고 저러는 거겠지..
"뭐..하게."
다시 끔찍한 악몽을 꾸고 싶지 않기도 하고, 잠만 잤으니, 잠도 안와서 흑심장의 등에 질문을 던졌다.
"밥!뭔 집이 이래!!먹을게 하나도 없어서 아까 사온거예요!"
".....아.."
"이러니깐 누나가 그렇게 맨날 힘이 없던 거였어!!"
"....어떻게..들어왔어?"
아까부터 참았던 질문을 하나,둘씩 던진다.
어짜피 쫓아내려해도 안나갈 흑심장 이란걸 이젠 어느정도 파악했기 때문에,
"..음..사실...창문으로 들어왔는데!! 빗자루타고!!"
"...."
"헤헤.농담이예요.농담.문 그냥 열려있던데요?그러다 큰일나요.문단속은 철저히 해야죠!"
"..근데..나 아픈지 어떻게 알았..어?"
식탁에 얹어져 있는 약봉투를 보며 물었다.
순간 살짝 뭉클 할뻔 했다.
무수히...무수히 많은 약 종류 때문에,많은 약들 때문에,
"숨소리.."
"....어..?"
"누나 말이예요..숨소리에서 열이 펄펄 끓던데요?"
이상해.이상한 아이다.
어떻게 숨소리를 듣고 내가 아픈걸 알았단 말이지?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진짠지 모르겠다.
"근데..이제 왜 반말 안해?"
"누나 아프니깐 존댓말 할게요.다 나으면 반말할거니깐 반말 듣고싶으면 빨리 나아요!알겠죠?"
"안 나았음 좋겠다."
"에?뻥뻥뻥!내가 반말 안하니깐 좀 섭섭했죠?그쵸?다알아요-"
장난스럽게 신이난듯이 말하는 흑심장.
웃을때 눈까지 제대로 웃는다. 반달눈.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웃음.
사실 아까부터 반말을 안하는 흑심장이 내심 신경쓰였는데, 이율 들으니 나름 안심했었던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또 어찌알고 콕 찝어내는지. 도데체가 알 수 없는 아이.
"누나 밥 먹을수 있겠어요?죽으로 해줄까요?"
"..밥 먹을게."
"오케이-!!밥 해줄게요.쉬고있어요!"
...
..
"누나 언능 자요! 잠들면 전 가볼께요."
생각보다 맛있었던 밥을 먹고, 적막만 흐르고 있는데 대뜸 아이가 하는말.
귀찮게 약먹으라고 조르더니, 이젠 자라고 조른다.
"약먹으면 졸릴거라고 했단 말이예요! 언능 누워요. 얼른 얼른!!"
"..."
귀찮을 법도 한데, 마냥 헛웃음만 나온다.
오빠에게서 마지막으로 듣고, 몇 년만에 느껴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 말투, 표정.
귀엽게 생긴 아이의 눈이 찡긋 거리고, 미간에 살짝이 주름이 잡히면서 날 걱정하는 표정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안되는데..
"불꺼줄게요-"
"..."
아이가 시킨대로 침대에 누워 이불을 턱끝까지 덮고선 누워있자니, 정말이지 약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잠이 살짝이 밀려온다.
그리고는 조금씩 걱정이 밀려든다. 침대앞에 마주보고 앉아 날 걱정하고있는 흑심장이 꿈이 될것만 같아,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얼마나 더럽혀지고,
또 더럽혀졌는지 알게 됬을때에 흑심장이 지을 표정과 받을 상처를 생각하자니 끔찍할뿐.
그러니까 결국, 난 이 아이에게 익숙해지면 아니 된다.
이 아이에게 그 어떤것도 바래서도, 내가 그 어떤것을 주어서도 아니된다는 거다.
"흑심장"
"와!지금 저 부른거 맞죠!우와 기분 디게 이상하다-"
"..."
"왜요?왜요?"
"마지막 경고야.이유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자꾸 이런 친절 베풀지마."
"..."
"너 같은 애가 나랑 있으면 너만 수준 떨어져. 더럽혀지고 싶은게 아니라면 이제 두번 다신 연락하지마.잘게."
숨 한번 제대로 쉬지않고 쉴새없이 생각나는데로 내뱉었다.
도저히 밀어내고 밀어내려고해도 밀려나지 않는 흑심장이란걸 알기에,
최대한 차갑게, 최대한 차갑게,
그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버렸다.
어짜피 깜깜해서 내 표정따윈 보이지 않을테지만, 왠지 흑심장이라면 이불까지 뚫어 내 마음을 볼수 있을 것만 같아서.
..
...
"...."
"...."
30분이 흘렀을까..1시간이 흘렀을까.
부동 자세로 있느라 시계따윈 볼수 없지만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는 틀림없다.
랩과 같은 내말을 끝으로 정적만이 흐르고 있는 내 방.
숨소리만 들리지 않았다면, 난 백발백중 흑심장이 간 줄 알았을 거다.
오랜 시간을 말을하지도, 그렇다고 방을 나가지도 않는 흑심장.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이 아인.
"이쯤이면 잠 들었겠다."
.....'누나 언능 자요! 잠들면 전 가볼께요.'
괜시레 아까 흑심장이 했던 말이 떠오르고,
그럴리 없다는거 알지만, 이 아이 혹시 나 잠들때까지 기다려준걸까.
.설마..
"있지, 누나. 난 내 이름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둡고, 더러운건 딱 싫어."
최대한 숨죽이며 자는 척을 하고있는데 들리는 흑심장 목소리.
더러운건, 더러운건 싫다니.
"근데 누난 좋아. 좋고, 좋은데, 그래서 좋아."
안되는데, 안되는데..
"난 더러운거라면 정말 싫은데, 누난 계속 좋은걸 보니까, 누난 안더러워."
안되는데, 안되는데..
"그러니까 자꾸 더럽다고 하지마. 더럽지 않으니까. 이름처럼 순수하니까."
안되는데, 안되는데..고백 아닌 흑심장의 고백에,
"그럼 악몽같은건 절대 꾸지 말고 잘자야해. 갈게."
내가..
이렇게 가슴뛰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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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인데 4과목밖에 안봐서신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오늘껀 백지내고왔다능 ㅠㅠ
답지 내는데 좀 창피했어요...흐아 암튼 시간 쪼개서 읽어주신 모든분들 넘넘 감사드린답니다>< 쪽
아차차. 그리구 업쪽댓글 남겨주셨던 분들중에서 혹시 업쪽더이상 받길 원하지 않으시는분은 댓글에 x라고 남겨주시거나, 제게 쪽지를 보내주셔요. 그럼 업쪽 더이상 안보내드릴게여^^(흑흑....)
힘나는 댓글까지 달아주신 감사한 분들!!
*Thanks to
송송♥, 이 즈, 나쁜악당, 벌써일년, 뽀장, 메롱로, 두마리돼지, 백색연기, 다잉뿌, 김얼짱, 민초은, 유애비화, 여우의발칙한상상,
잉이 이, 슬픈내심장, 푸훼훼, 최 윤이
심장.. 엄마야..ㅠㅠㅠㅠ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