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기억 속의 너
- 타인의 길 -
김상옥 장편소설
타인의 길
14.야화
15. 제2의 결혼
16.나그네 되어
17.또 다른 배신
18. 한 가닥의 희망
19.포승에 묶여 버린 순정
20. 아! 여기가 지옥
21.다시 선영의 가슴으로
22.또다시 울산으로 ?
23.허심의 메아리
24. 여수,그 미망의 나날들
25.사랑의 파편
26.타인의 길
야화
내일이면 숱한 별들이 비치겠지 ,
내일이면 너는 나를 찾아 울음 울고
고요한 창 안을 엿보고 있겠지 .
끝내는 반짝이는 먼 곳으로
네 마음은 달아나겠지 .
환하게 두 눈에 눈물이 어리면
수천의 별, 하나같이 고요한 별들
태양마냥 떨고 있는 모습. 네 눈에 비치겠지.
-카로사, 변긱 노래 전문
야화
상옥의 '야화' 생활도 3개월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사무
장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대외적인 업무에까지 자신이 붙었
다. 그래서인지 오선영 사장은 모든 운영권을 상옥에게 맡기다시
피했다.
상옥에게 돌아오는 수입도 상당했다. 월급은 명분이었고, 호스
티스들 수입의 일부가 상옥의 주수입원이 되었다. 상옥은 호스티
스들에게 항상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유
흥가의 생리를 몸에 익혀야 했다.
그러나 상옥은 돈 욕심을 내지 않아서 호스티스들에게 후한 인
심을 얻고 있었다. 상옥이가 쓰는 돈이란 수빈이를 찾기 위해 오
후 세 시까지 돌아다니는 데 쓰이는 경비가 전부였다. 상옥은 부
산 시내를 샅샅이 뒤졌다. 고속터미널이나 부산역 근방을 며칠씩
배회하기도 하고 어디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달려갔다. 그러나
부산 어느 곳에도 수빈은 없었다.
상옥은 호스티스들로부터 받는 돈 중에서 수빈이를 찾는 데 필
요한 경비를 제외하고는 그녀들을 위해 썼다. 그들 세계에서는 좀
못생긴 아가씨와 告은 아가씨들은 자연히 뒤로 밀린다. 얼굴도 예
쁘고 나이도 젊은 아가씨들은 상당한 수입을 올리지만 그렇지 못
한 아가씨들은 신경 써서 룸에 넣어 줘도 퇴짜 맞기 일쑤였다
못생기고 나이 많은 것도 서러운데 얼마나 가슴 아플까 싶어
상옥은 금전적으로 그녀들을 많이 도와 주었다 그러다 보니 상옥
은 종업원들 사이에서 마음 좋은 사람으로 소문이 나서 인기가
있었다. 단 한 사람, 웨이터장 김익수는 상옥이 하는 모든 일을
불만스레 보고 있었다.
김익수는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면서 노골적으로 상옥에게
도전해 왔다.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상옥이 하는 일에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처음엔 좋은 말로 구슬러 보기도 했으나 상옥에
대한 김익수의 적대감은 도를 더해 갈 뿐이었다
하루는 영업 시간이 임박해 오는데 웨이터장 김익수를 비롯해
서 네 명의 웨이터가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단합해서 영업에
타격을 주자는 의도가 분명했다.
사장 꼬선영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한꺼번에 다섯 농이나 결근을 하면 어쩌란 말이
야?"
불똥이 상옥에게 떨어졌다.
"이새끼들, 누구 장사 망하는 꼴 보자는 거야 뭐야?사무장! 어
떻게 된 거야 이거?"
상옥은 사장에게 전날에 있었던 웨이터장과의 트러블을 대강
설명해 주었다.
'사장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지금 당장이 문제잖아. 곧 손님이 몰려올 텐데."
사장실을 물러나온 상옥은 종업원 대기실로 갔다. 그리고 종업
원들 중에 오래 된 아가씨 7, 8명을 골랐다.
"너희들은 오늘 밤 룸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잘들 알고 있겠지
만 웨이터 몇 사람이 출근을 안 했다. 그러니까 오늘 밤은 너희들
이 호스트가 되는 것이다 먼저 복장을 통일한다 하의는 검은
색, 상의는 하얀 색으로 입어라. 즉시 준비해서 영업장으로 나와
주기 바란다. 대신 너희들의 수입은 내가 보장해 준다. "
상옥은 그렇게 웨이터의 공백을 호스티스로 대체시켰다. 그날
따라 손님이 많았지만 아무 사고 없이 영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의
외로 손님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
무사히 영업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카운터에 앉아 맥주 한 잔으
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상옥의 어깨를 툭 쳤다.
'나도 한 잔 주겠어?"
사장이었다. 그녀는 상옥의 얼굴을 한동안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옆자리에 앉았다. 상옥은 맥주를 한 컵 가득히 따라 그녀에게 건
네 주었다. 그녀는 받아 든 맥주를 단숨에 마셔 버리고 상옥에게
빈 잔을 건넸다.
'상옥인 역시 내가 처음 보았던 그대로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옥이!"
'네?"
"어떻게 호스티스를 호스트로 변신시킬 생각을 했지?"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읖는다 하지 않습니까."
"역시 배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
는데 화내서 미안해."
"괜찮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무사히 영업을 했지만 내일이 문젭
니다. "
"신경 쓸 것 없어. 그깐 놈들 나오기 싫음 나오지 말라고 해.
나도 알고 있어. 상옥과 한판 붙어 보자 이건데, 그놈들 상대할
것 없어, 제풀에 지쳐 무릎 꿇을때 까지 그냥 내버려 두라구."
상옥은 언젠가는 한번 치러야 할 일이 지금 닥쳐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에 한번 붙어야 한다면 피할 것은 없겠지요. 야화의 정상
적인 영업을 위해서도요."
사장은 당황하는 눈으로 상옥을 바라보았다.
"안 돼! 그놈들은 패거리가 많아."
"괜찮습니다. 패거리 중 우두머리만 잡으면 됩니다. "
"상옥이!"
"여지껏 남을 때려 본 일도 없고, 맞아 본 적도 없는데 하
지만 한번쯤은 그런 일도 필요하겠죠."
"상옥이! 그러지 마. 나 사람 다치게 하고 돈벌 생각 없는사람
이야. 더구나 상옥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상옥은 할 일이 많
은 사람이잖아."
할 일이 많다니요?"
"나도 다 알고 있다구! 상옥이가 매일 하는 일
그랬구나. 사장이 알고 있었구나 내가 수빈을 찾아 헤매고 있
다는 것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상옥이. 아무 말 하지 말고 오늘부터 나와 함께 퇴근하는 거
야."
'네? 사장림과 함께 퇴근하다니 요?"
"왜? 겁나? 告은 독신녀 혼자 사는 집에 가자 하니까?"
"아니 그래서가 아니고 이럴 때일수록 업소를 지켜야지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판에 나 혼자 편하잔고 그럴 수
는 없습니다. "
사장의 눈빛이 진정으로 상옥을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사장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었
다. 이혼녀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일본인 현지처일 거라는
사람도 있었다. 또 독신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
나 어느 누구도 그녀의 사생활에 대하여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
었다 그런 사장이 상옥에게 자기 집으로 가자니 놀랄 일이었다.
'호의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이 깨끗하게 매듭지어질 때
까지 이곳에 있을 겁니다. "
"그렇게 고집 피울 일이 아니야 그놈들 작당하면 무슨 일을 저
지를지 모르는 놈들이라구."
그래도 좋습니다
'상옥
"걱정 말고 퇴근하십시오. 이쪽에도 사람은 있습니다. 영수, 수
환이, 용이, 그리고 개들 별로 겁날 것도 없구요."
상옥의 결심이 변함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장은 어쩔 수 없다
는 듯이 혼자서 퇴근했다.
사장이 퇴근한 후 상옥은 애들과 함께 뒷정리를 끝내고 잠자리
에 들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자꾸만 떠오르는 수
빈이 때문이었다.
아! 내일은 또 어느 거리를 헤매고 다녀야 수빈이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수빈아! 제발 나타나 다오. 이제 그만 내 속을
썩이고 어서 내 눈앞에 나타나 다오. 수빈아
그때 밖에서 유리창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상옥은 직감적으로 웨이터장 김익수가 쳐들어 왔음을 느꼈다.
상옥이 몸을 일으켰을 때 또 한 번 유리창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
렸다. 이내 수환이와 용이가 문을 박차고 뛰쳐 나가며 소리쳤다.
"어떤 개새끼들이가?"
상옥은 그들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수 수환아, 영수야, 잠간만 기다려라.내가나간다!"
"저새끼들 익수형 하고 그 똘마니들 같은데요."
"알고 있다. 그러니까 잠시 기다려."
상옥은 간편한 트레이닝 셔츠로 갈아 입고 영업장으로 나왔다.
'아! 홀에 불 켜라!"
상옥의 말이 끝나는 순간 영업장은 대낮같이 밝아졌다. 역시 예
상대로 김익수가 홀에 들어와 있었다. 익수와 그의 패거리들은 몽
둥이로 영업장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있었다.
"야! 임마, 익수야!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야! 이새끼야, 말은
말이고. 나오너라 임마야. 우리 한
번 붙어보는 기라."
'네가 찾아올 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과 패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싸움은 너와 나 둘이서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괜히 우리 둘 일에 애들까지 다치게 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니까 홀에 있는 물건도 그대로 놔 둬라, 어디까지나 오늘 싸
움은 너와 나의 일이니까 단둘이 결판을내자!"
상옥의 말에 익수는 험악하게 인상을 찌그러뜨리며 내뱉었다
"좋다 이 문둥이 새끼야! 니 말대로 일 대 일로 붙어 보
는 기라. 이리 나온나. 이새끼야!"
"그래 좋다. 그렇지만 싸우기 전에 한 가지 약속해 둘 게 있
다!"
"새끼 웃기고 있네! 붙으면 깨끗이 붙는 기제 약속은 무슨 얼어
죽을 약속이고 임마, 잔말 말고 이리 나온나."
"다른 게 아니다. 너와 나의 승부에서 만일 내가 네 앞에 무릎
을 꿇으면 난 아무 말 없이 오늘 밤 안으로 야화를 떠날 것이다.
아니, 야화뿐만 아니라 아예 부산 바닥을 떠나 버릴 것이다. 하지
만 네놈이 나에게 무릎을 꿇으면 내 명령에 복종하겠다는 약속을
해라."
"음 좋다. 약속한다. "
"고맙다. 너도 사나이다운 멋은 있구나 그럼 나가자."
익수를 앞세우고 상옥이 나가자 양쪽 편의 아이들이 우르르 따
라 나섰다.
'너희들은 꼼짝 말고 여기서 기다려. 만약 너희들끼리 싸우는 일
이 있으면 내가 돌아와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가 돌아올 때
까지 한 명이라도 밖으로 나가선 안 돼. 알겠지?"
상옥은 아이들의 동요를 막아 놓고 밖으로 나왔다.
"야, 익수야! 어디가 좋겠니? 이왕이면 말려 줄사람 없고 시원
한 곳이 좋겠는데."
"해운대로 가자."
'해운대? 그래 그곳이 좋겠다. "
웨이터장 익수와 상옥은 즉시 차를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
대는 불과 1년 전에 상옥이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
금은 수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결투를 하기 위하여 그곳을
찾아가고 있다니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해운대 백사장에 도착하여 관광호텔을 바라보았다 수빈
이와 단꿈을 꾸었던 방에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누군가 행
복한사람들이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있겠지. 순간 상옥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o), 임마 뭘 하노? 빨리 시작하지 않고!"
상옥은 정신을 가다듬고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공격 자세
를 취했다. 익수도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도 제법 운동을
한 낌새였으나 허점이 많았다.
사실 상옥은 운동을 했어도 실전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저 정도
라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때 유도 공인 3단으로 학
교 대표선수도 했던 몸이 아닌가!
상대의 실력을 과소 평가했던 탓일까. 아차 하는 순간에 익수의
발길이 상옥의 턱으로 날아들었다 상옥은 몸의 중심을 잃고 모래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익수는 틈을 주지 않고 상옥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숨이 막혔다. 정신이 가물거렸다. 상옥은 김익수의 발
길질과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 맞았다. 턱뼈가 으
스러졌는지 입에서는 새빨간 선혈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몇 차례 맞아보니 별 것 아니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너
하나쯤이야 하는 불쑥 힘이 솟구쳤다. 그러나 상옥은 익수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얻어 터지면서 뭔가 모
를 쾌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웬일
인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완전히 허깨비 아이가! 야 임마, 인자 항복하고 부산 바닥
에서 사라지는 게 어떻겠노?"
익수는 널브러져있는 상옥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그만 항복
하고 부산을 떠나라며 이죽거렸다. 두 사람 모두 지쳐 있었다. 상
옥은 맞느라고 지쳐 있었고 익수는 때리느라지쳐 있었다.
'그래! 이제 다 때렸니?"
"그래 임마! 다 때렸다. 더 맞고 싶나?"
"아니야! 이젠 그만 맞을 거야. 이제부터는 내 차례거든!"
상옥은 익수의 멱살을 잡고 번쩍 들어 업 어치기로 백사장에 꽃
아 버렸다. 익수가 그랬듯 상옥도 익수가 방어할 틈을 주지 않았
다. 이제 상옥은 익수를 패대기치는 데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익
수의 전신이 흐물거리는데도 외상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익수는 의
외로 맷집이 약했다. 상옥은 익수를 잡아끌고 가 바닷물에 던져
버렸다 갑자기 찬 바닷물에 던져진 익수가 허우적거리며 간신히
백사장으로 기어나와 큰대자로 널브러져 버렸다
"익수야! 좀더 할까?"
"아, 아입니더. 형님 내사 졌습니더 "
싱거운 결투였다.
"진심으로 인정하는 거니?"
"예 !"
'그럼 일어서라!"
상옥과 익수는 차가운 바닷물로 얼굴을 歌았다. 상옥은 벗어 놓
았던 상의로 익수의 얼굴을 훔쳐 주면서 손을 잡았다. 익수의 손
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익수야, 우리 아무 말도하지 말자. 사나이는 말을 안해도 상대
의 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너에게 해 줄 말이 있
다. "
"난 야화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야
화를 떠날 때는 너에게 내 자리를 물려주고 떠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있는 동안 나를 도와다오."
형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상옥은 웨이터장 익수와 새벽 백사장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
누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익수는 아주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익수야! 나도 나이가 어려 세상을 잘은 모른다. 하지만 이 세
상에는 나쁜 사람들보다는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그
렇지만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을 뿐이지 "
'내도 그쯤은 알고 있습니더."
상옥은 익수와 화해를 했다.
해운대 앞바다에 먼동이 터오고 있었다.
상옥과 익수가 해운대에서 童박 밤을 새우고 야화로 돌아오니
영업장은 야단법석이 나 있었다. 종업원들 모두 홀 안에서 밤을
새우면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사장 오전영도 나와 있었다. 상옥과
익수가 결투하러 떠난 후에 누군가가 사장을 비롯한 모든 종업원
들에게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결투를 하러 갔던 두 사람
이 사이 좋은 모습으로 들어서니 모두 말문이 막히는지 입을 다
물지 못했다.
'사장님, 웬일이십니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뭐야, 웬일?몰라서 묻는 거야?꼴들 좋다"
"이제 안심하십시오. 모든 게 잘 되었습니다. "
상옥의 말이 끝나자 사장은 익수를 노려보았다.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익수 너, 나하고 무슨 감정 있어? 내
가 너한테 뭘 그리 잘못했는지 말이나 들어 보자."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
록 하겠습니다. "
사장은 한참 동안 야단을 치고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너희들도 이제 돌아가서 잠들 자 둬라 그래야 밤에 영업하지.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다시 없을 거니까, 오늘 일 잊어버리고
앞으로 잘해 보자, 우리."
돌아가라는 상옥의 말에 웅성거리던 종업원들은 상옥과 익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우르르 몰려 나갔다.
상옥은 막내 용이를 불러 익수를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도
록 했다.
상옥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외상은 상옥이가 더 심했
다. 맞을 때는 별 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꼴이 말이 아니었다. 머
리도 아프고 온몸이 욱신거렸다. 오늘은 수빈을 찾으러 나설 수
없을 것 같았다. 침실을 향하여 계단을 오르는데 사장이 상옥을
불러 세웠다
"상옥이, 잠깐만."
'지금부터 뭐 할 거야?"
'네, 샤워하고 잠이나 좀 잘까 합니다 "
'그럼 나를 따라와."
사장은 상옥의 팔을 잡아 끌었다.
"어디 가는데요?"
'아무 말 하지 말고 따라와."
"이 꼴을 하고 어딜 갑니까?"
"그러니까 따라오라는 거야. 어서 나와."
사장은 먼저 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상옥은 하는 수 없이 사장
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사장은 문 앞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상옥
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타!"
상옥은 사장의 옆좌석에 올라탔다.
차는 미끌어지듯이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익수는 병원에 보냈다며?"
"네."
"상옥은 병원에 안 가도 돼? 겉으로 보기에는 상옥의 상처
가 더 심한 것 같은데?"
'저는 괜찮습니다. "
"그래?"
'그런데 사장님,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동래 ."
"온천장 있는 동래 말입니까?"
"으음, 상옥이가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우리 집이 동래잖아."
'그럼 사장림 댁으로 가는 겁니까?"
"그래, 보아 하니 치료도 해야 할 것 같고 목욕도 해야잔아."
상옥은 잠시 생각에 젖었다. 사장이 무엇 때문에 자기 집에 데
리고 가는 것일까? 샤워는 영업장에서도 할 수 있고 치료는 가까
운 약국에서 연고나 파스를 사서 붙이면 되는 정도인데 상
옥은 어쩔 수 없이 사장 집으로 가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
했다.
'그래, 누가 이겼어?"
"못 들으셨습니까?"
'제가 졌으면 진작 부산 바닥을 떠났겠지요?"
'호호호!"
그녀는 대단히 통쾌한 모양이었다. 마치 자신이 싸워서 이기기
라도 한 듯이 승리감에 도취된 표정이었다
'상옥이,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
'어떤데요?"
"아주 아주 통쾌해. 그리고 십 년 묵은 체증이 뚫린 것같이 시원
한 기분이야."
'좀 심하네요:
'심해?"
"그렇지 않구요. 저는 온몸이 욱신거려 죽겠는데, 사장님
은 기분이 좋다니 심한 것 아닙니까?"
호호호, 내가 좀 심했나."
'상옥이 "
"네, 사장님 ."
"아, 김상옥! 영업장 밖에서는 사장이라는 호칭 垈지 않기로 약
속했잖아."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얻어맞은 게 그
렇게 기분이 좋습니까?"
'그게 아니고, 상옥인 모르겠지만 상옥이가 오기 전에 내가 익수
놈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
통이 터진다구."
"무슨 시달림을 받았는데요?"
"말도 마! 생각하면 자다가도 울화통이 터진다구. 삥땅 쳐 먹는
것 뻔히 알면서도 말도 못하게 하지. 반반한 여급들 들어오면 제
놈이 먼저 손대지. 어디 손만 대나? 제놈 손댄 것 들통날까봐 빼
돌려 팔아먹지를 않나. 말도 못했다구. 상옥이가 오기 전까지
'제가 온 후론 그런 일 없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상옥에게 감정 품은 거지."
상옥은 그제서야 왜 익수가 자신을 미워하고 감정적이었는지를
확실히 알았다.
"그래서 통쾌하고 시원하다는 거야. 상옥이가 다친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그 자식은 입원했잖아.
"입원비는 물어줘야 할 텐데요.
'그런 것은 신경 쓸 것 없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사장의 집 앞에 도착
해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니 아담한 양옥에 정원수가 빽벡이 심어
져 있었다.
"누님, 집이 참 아담하고 예쁜 게 꼭 누님 닮았습니다. "
'상옥이도 농담할 줄 아네 !"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집이 예쁘네요."
사장은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현관 안으로 들어서니 이제껏
맡아 본 적이 없는 향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어서 올라와. 나 혼자 사는 집이니까 안심하구."
상옥은 엉거주춤하게 응접실 소파에 앉아 집 안을 둘러보았다.
매우 세련되고 안정감이 드는 분위기였다.
"잠깐만 기다려 나 옷 갈아 입고 나올게."
상옥은 소파에 앉은 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지끈거렸다. 순간, 수빈에 대한 상념이 걷잡을 수 없이 밀
려들었다. 하루빨리 수빈이를 찾아야 할 터인데 자신은 정작 한낱
술집 사무장으로 눌러 앉아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니
상옥은 자조하듯 쓰게 웃었다.
술집 사무장이나 하려고 비싼 돈 들여 대학다녔나 하는 자괴감
도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생활을 청산하고 수빈이를 찾아 떠
나야지, 상옥의 마음이 다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안방 문
이 열리며 사장이 나왔다 밤에만 보던 여사장 오선영과 지금의
오선영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금의 오선영은 지아비를 섬
기는 마음씨 착한 주부처럼 보였다. 조금은 섹시해 보이는 게 아
주 매력 있는 여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우선 샤워부터 해."
"샤워는 돌아가서 하면 되고 우선 머리나 감았으면 좋겠습
니다. "
"안 돼. 들어가 샤워하고 나와. 모래장난한 개구쟁이 같다구"
오선영은 손수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상옥을 밀어넣었다. 할
수 없이 욕조에 들어 앉은 상옥이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니 엉망
이었다 눈자위께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입술은 퉁퉁 부어 있었
다. 상처에 비눗물이 닿으니 쓰리고 아팠다. 상옥은 간단하게 샤
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저런 그 옷을 그냥 입은 거야? 그 옷 벗어 버리고 이걸
입어.
어느새 준비했는지 가운과 속옷을 상옥에게 건네 주었다.
"이상할 것 없어 아무도 입지 않은 새것이니까."
상옥은 당황했다. 어떻게 처음 방문한 여자의 집에서 러닝, 팬
티에 홈가운만을 걸칠 수 있단 말인가
상옥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
올랐다.
"왜 그렇게 난처한 표정이야?"
'제가 어떻게
"순진하기는, 누님 집인데 어때서 그래!"
오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옥이 입고 있는 피 묻은 트레이닝
셔츠의 지퍼를 좌악 내렸다.
상옥은 오선영이 잡아 내리는 지퍼를 엉겁결에 붙들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제가 입을 테니 좀 들어가 계십시오."
"이제 보니 순 쑥맥이네, 알았어 그럼 저쪽 방에 들어가 갈아
입어. 저 방은 앞으로 상옥이가 쓸 방이니까."
"저 방을 제가요?"
'그래, 상옥이가 쓸 방이야."
"이야기는 이따 하기로 하고 어서 옷부터 갈아 입고 나와."
상옥은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가리키는 방으로 들어갔다. 작지만 깨끗하고 아늑하게 잘 정돈된
방이었다.
러닝과 팬티 위에 홈 가운만을 걸쳐 입으니 아랫도리가 서늘하
고 허전한 게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 나가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오선영이 들어왔다.
첫댓글 보고 갑니다..........
~~
잘보고갑니다
즐독하고갑니다~~~
즐감
감사히 잘 봤습니다~
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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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