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다 싼 직거래에 술렁이는 인덕원 12억 아파트가 4억 됐다.
헤럴드경제, 서영상 기자, 2022. 12. 23.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전세 가격보다 8000만원 싼 가격에 매매거래된 깡통아파트가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에서 나왔다. 중개인을 끼지 않는 방식으로 직거래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 만큼 집값하락기를 틈타 우회적인 절세방안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12월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푸른마을 인덕원대우 전용 84㎡는 지난달 4억2000만원에 직거래됐다. 3.3㎡당 1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신고가 12억4000만원 대비 8억20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또 매매거래된 같은 달 전세가 5억원보다도 8000만원 더 저렴하다.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 등에 따른 거래절벽으로 부동산시장의 침체기가 본격화면서 GTX 노선으로 들썩였던 인덕원이 프리미엄(웃돈)을 반납하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분의 1 토막 수준은 아니지만 인덕원에서 가격이 크게 떨어진 단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덕원 푸르지오엘센트로 84㎡도 지난해 6월 16억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에는 10억8000만원에 5억5000만원에 손바뀜된 바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직거래 사례들을 모두 ‘증여성 거래’라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가격 내림폭이 상대적으로 큰 거래 양상은 친족 간 증여 목적이 짙다고 분석한다. 거액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택 처분이 필요한 다주택자로서는 ‘이 가격에 매도할 바엔 저렴하게 증여하겠다’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현행법상 시가와 거래대가의 차액이 시세의 30% 또는 3억원보다 낮으면 정상 매매로 인정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 급매가보다 3억원가량 낮은 금액에 이뤄지는 직거래는 편법 증여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는 17.8%(3306건)를 차지해, 전년 같은 기간(8.4%)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아파트 거래 중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다. 내년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발표하고, 편법 증여·명의신탁 등 위법 의심행위에 대해선 국세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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