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마블 코믹스의 편집장으로 오늘날 마블 팬들이 열광하는 세계관을 만들어낸 만화산업의 거목 짐 슈터(Jim Shooter)가 식도암과의 싸움에 스러져 73세 삶을 접었다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가 겸 편집인 마크 웨이드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인의 사망을 알렸고, 그의 아들 벤저민이 매체에 이를 확인했다.
10대 때 이미 글쓰기 신동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화작가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입지전적인 일화를 갖고 있다. 모트 와이징거 내셔널 코믹스(나중에 DC 코믹스) 편집장은 뭔가 써서 보내 보라고 했고 원고를 보고 마음에 들어 스토리를 사며 수표를 써서 보냈다. 펜실베이니아주 철강 노동자였던 부친은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아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슈터는 마블 코믹스의 집필 스타일을 흉내내 내셔널 코믹스가 내놓은 좀 더 직설적인 만화들에 1960년대식 쿨함을 가져다줬다. 그는 1950년대 아이젠하워 장군을 본떠 슈퍼 히어로 군단의 새 멤버들을 만들어냈으며, 가라테 키드와 페로 라드를 지어내는 한편, 악당들인 패털 파이브를 탄생시켰다. 그는 아울러 슈퍼맨의 악당 패러사이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지역의 유명인이 됐지만, 몇 년 동안 만화계를 떠났다가 70년대 초반 DC로 돌아와 슈퍼맨과 레전 스토리들을 집필했다. 당시 마블 편집장 마브 울프먼은 그를 부편집장으로 기용했고, 그는 1976년 집필을 시작했다. 2년 뒤, 만화업계의 급변 덕에 슈터는 편집장에 올랐는데 고작 스물여섯 살이었다.
이렇듯 그는 현대 만화 출판에서 꿈도 꿀 수 없는 도드라진 작가 경력을 자랑했다. 슈터는 마감을 지키지 않기로 악명 높았던 업계에서 완전 느슨했던 회사를 전문가의 손길로 다듬어냈다. 책을 제 때 출간하고, 작가들은 제 때 고료를 받으며, 로열티와 건강보험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그는 또 재간꾼을 발탁하는 데 탁월했다. 지금은 클래식 대접을 받는 아티스트들, 예를 들어 작가 크리스 클레어몬트, 언캐니 엑스맨의 존 번, 데어데블의 프랭크 밀러, 토르의 월트 시몬슨 등을 길러냈다. 이들 아티스트는 업계를 대표하는 이들이지만 엑스맨은 수십 년을 넘어 가장 압도적이며 영향력있는 만화일 뿐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업계 최초 프랜차이즈였다.
슈터가 마이크 젝, 존 비티와 함께 엮은 12편의 미니시리즈 '시크릿 워즈'(1984)는 크로스오버 이벤트 출판이란 새로운 컨셉을 제공했다.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써나가고 몇 달 뒤에 걸쳐 다른 주인공이 얘기를 펼쳐나가는 식으로 커다란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장난감 시장으로의 파급 효과도 막강했다. 오늘날까지 마블과 DC에서도 등급을 달리하면서도 여전히 유용한 컨셉이다.
그는 웨이싱거처럼 팬들을 진지하게 여겨 생판 모르는 독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썼다. 'Carter Beats the Devil'의 저자 글렌 데이비드 골드는 2018년 회고록 'I Will Be Complete'에 1970년대 후반 고교에 들어가기 전 여름에 슈터가 전화를 걸어와 자신이 보내준 'SHIELD' 스토리를 읽었다고 얘기했다고 적었다. 자신처럼 슈퍼 히어로 얘기를 쓴 10대의 글을 보고 슈터는 골드를 격려하며 고교를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한 많은 책을 읽고 과학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성공에도, 마블은 날로 기업화하고 만화계의 영향력은 공고해졌지만, 슈터의 강공 일변도와 세세한 간섭 스타일은 재능있는 작가와 편집자들을 소외시켰다. 그는 결국 밀러를 두 차례나 DC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그곳에서 그는 문학과 팝문화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걸작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남겼다. 그는 또 번도 DC로 보냈는데 그곳에서 그는 슈퍼맨 시리즈를 재런칭해 타임 잡지가 커버로 다룰 정도로 미디어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슈터를 "복잡한 남자”로 부르는데, G.I. Joe: A Real American Hero를 집필한 래리 하마는 슈터가 늘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쓴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마는 한 작가 겸 아티스트가 죽은 다음날 슈터가 그의 배우자를 회사의 보험에 가입시킨 일화를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 작가는 가입 자격이 됐고 실제로 가입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마블은 수요일에 서명한 사람까지 가입할 수 있게 했는데 그 작가는 화요일에 세상을 떠났다. 해서 슈터가 그의 배우자를 돕게 된 것이었다.
하마의 글이다. “주저하지 않고 그는 내게 서류를 작성하게 한 뒤 곧바로 위 층으로 올라가 처리해 버렸다. ‘그들은 그에게 빚을 졌더군, 우리는 그냥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분명한 이유 때문에 이런 일중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의 일에 값어치를 따질 수도 있겠지만, 그는 옳은 일을 한 것이다."
슈터가 마블에서 해고된 것은 1987년의 일이다. 몇 가지 주도해 출판한 것이 실패로 드러났고 편집자나 작가들과의 오랜 불화가 화근이었다. 하지만 그는 업계의 플레이어로 여전했으며 몇 년 뒤에 밸리언트 코믹스(Valiant Comics)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마그누스, 로봇 파이터, 솔라, 맨 오브 아톰 같은 만화 캐릭터들을 1990년대 리부트하는 한편 마블, DC와 경쟁하기 위한 시도로 새 히어로들을 선보였다. 그는 심지어 모험적으로 밥 레이튼, 배리 윈저스미스, 돈 페르랭 같은 마블 베테랑들을 끌어모으기까지 했다.
슈터는 나아가 다른 코믹스 회사 브로드웨이 코믹스를 차리기도 했는데 단명에 그쳐다. 이 회사는 로니 마이클스가 운영한 프로덕션 배너 브로드웨이 비디오의 자회사이기도 했다. 그 밖에 덜 독립적인 다른 회사들에 잇따라 간여하며 업계의 힘있는 중심에서 밀려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잠깐 DC에 돌아와 2007년 레전 오브 슈퍼 히어로즈를 집필하는 등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2010년대 초에도 'Dark Horse'를 썼다.
1970년대와 80년대 만화 작가 겸 편집자로 일했으며 DC 코믹스 회장을 지낸 폴 레비츠는 "짐은 뛰어난 슈퍼히어로 작가 겸 캐릭터 크리에이터, 매의 눈을 가진 편집자, 그가 해낸 일로 그의 모든 것을 모두에게 준 남자"라고 안타까워했다. 슈터와 동년배로서 포커 짝이기도 했던 레비츠는 회고록에서 명징한 평가를 내놓았다. “내 시각으로 볼 때 그는 진취적인 지도자로는 훨씬 약점이 많았다. 불행하게도 그것이 그가 가장 바랐던 바이기도 하다. 그의 역사 감각은, 내 견해로, 픽션 감각만큼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해낸 일은 좋았고, 그는 영광스럽게 해냈다. 그리고 내 안의 어린이는 항상 그의 영감에 감사를 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