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각 2시 반, 오후대국 첫 착점 중인 이창호 9단 |
지난 5월 22일 대만 타이페이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응씨배 개막식에서 이창호 9단은 "박정환 9단이 우승, 콩지에 9단이 준우승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당시 준우승을 예상했던 콩지에는 16강에서 이창호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다. 장쉬마저 꺾고 준결승에 올라온 이창호는 결국 개막식에서 발표한 '우승예상자' 박정환과 맞붙게 되었다.
현재까지 두 대국자의 공식대국 전적은 이창호가 4대6으로 박정환에게 밀리고 있다.11번 째 만남인 응씨배 준결승, 1국의 승리는 누가 가져갈까?
대국 전날(22일) 이창호는 박정환과의 3번기에 대한 소감에서 "상대가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다. 박정환 9단이 실망하지 않도록 좋은 내용을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신 - 컴백 '이창호'
23일 오전 10시 반 중국 쓰촨 칭청호텔 롱츠(龙池)룸에 마련된 특별대국실에서 이창호 9단과 박정환 9단, 씨에허 9단과 판팅위 3단의 제7회 응씨배 준결승 3번기 1국이 개시되었다.
돌가리기에서 박정환은 홀짝을 맞히지 못해 이창호 9단에게 흑백선택권을 넘겼다. 이창호의 선택은 '백'이었다. 씨에허-판팅위 대국은 씨에허가 흑으로 대국이 시작되었다.
이창호는 주로'알고 있는 길'로 방향을 잡으며 간명한 포석을 주도했다. 초반 연구가 많은 박정환을 의식한 흐름이다. 한종진 8단은 "이창호 9단이 실리를 허용하고 두텁게 정리했다. 순발력이 예전만 못하지만, 시간이 많은 대국에서는 내용과 결과가 언제나 좋았다. 오늘 대국도 재미있는 승부가 기대된다."고 한다.
▲ 컴백 '이창호'. 12년 전 쓰촨에서 열렸던 제4회 응씨배 결승 2국. 창하오 9단과 복기중인 이창호 9단
▲ 먼저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박정환 9단과 대국실에 입장하는 이창호 9단.
▲ 칭청호텔 롱츠룸에 마련된 특별대국실에 마주한 '양웅'
▲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 47수 진행 : "지금까지는 예전의 이창호 9단을 보는 듯 백이 침착하게 진행 중이다. 형세는 하변 모양을 최대한 키운 흑이 편해보인다." - 한종진 8단
▲ ●씨에허 9단 : ○판팅위 3단 - 32수 진행 : 백의 붙임수 이후는 한치 앞을 헤아릴 수 없는 전투가 예상된다.
2신 - 첫 전투, 고심하는 박정환
빠르게 진행되던 초반이 백 56의 착점에서 30분 이상 멈춰있다. 그만큼 흑의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한종진 8단은 백이 만족인 참고도를 내보이며 "박정환 9단이 붙임의 맥점을 깜박한 듯 하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씨에허-판팅위의 대국도 좌변에서 심각한 접전이 일어나 더딘 진행이다.
▲ 아직 한가한 검토실. 현지 날씨는 '흐림'이다. 지금은 그쳤지만 새벽에는 비가 약간 내렸다
▲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 56수 진행 : 백의 삭감에서 첫 전투가 벌어졌다. 백 56의 날카로운 맥점에 박정환 9단이 대응책을 고심하며 장고 중이다
3신 - 이창호의 '승부호흡'
하중앙 접전에서 흑은 실리 굳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후 이창호는 바로 하변 백석점을 준동해 응수타진하고 중앙의 흑 한점을 때려냈다. 이를 두고 한종진 8단은 '이창호의 승부호흡'이라 표현한다.
현지 검토실의 창하오 9단은 " 부분 접전에서 흑의 수습이 잘 되었어 일단 위기를 넘겼다. 애초에 흑이 백세력이 강한 우변 쪽 마늘모로 넓힌 수가 이상했다. 삭감에 성공한 백이 유리한 형세다. "고 평했다.
▲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 61수 진행 : 흑은 2로 비껴받았다. 백이 빵따냄을 허용하지 않고 중앙을 늘자, 하변 실리를 차지했다
4신 - '신의 한수?' 이창호의 삭감법
한국시각 2시 반부터 오후대국이 재개되었다. 이창호는 좌하귀 흑의 응수타진을 받아준 후 우중앙 흑진에 날카로운 잽을 던졌다. 일단 흑에게 응수를 강요하며 하변 흑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삭감하자고 나선다.
이창호와 박정환은 오전 대국시간은 각자 한시간 반씩 비슷하게 사용했다. 한종진 8단은 백의 응수타진을 보고 "흑이 물러서야 한다면 신의 한수다."라며 농반진반의 멘트를 던졌다. 이어서 좌하귀에서 약간 당해줘도 선수로 이 수를 두어 하변을 삭감하면 충분하다는 판단이라 백의 의도를 추측했다.
▲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 79수 진행 : 오후 대국 수순에서 본보의 백6, 흑7의 교환이 한종진 8단이 극찬한 수. 이후 흑도 최강수로 나오며 흥미진진한 국면이 되었다
▲ ●씨에허 9단 : ○판팅위 3단 - 85수 진행 : 이 대국은 씨에허 9단이 약간 앞선 형세다
▲ 오후가 되자 구름사이로 잠시 햇살이 나왔다. 호텔 주변 식당으로 갈려면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대국자들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 미리 착석해 수읽기 중인 씨에허 9단
▲ 오후대국에서 수읽기 중인 판팅위 3단
▲ 이창호 9단. 어려운 접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형세는 아직 팽팽하다
▲ 수읽기 중인 박정환 9단
5신 - 이창호 '올인'
실리로는 15집 정도 흑이 앞선 상황에서 백은 선수와 두터움을 가졌다. 이창호은 중앙 흑대마 공격에 '올인'했다. 이제 흑대마의 생사에 승부가 달렸다. 조금만 이득을 취해도 덤 8집이 말을 할 수 있다. 한종진 8단은 "흑대마의 전체를 수습하기는 쉽지않다."고 말한다.
오후 6시 10분 중국기사간의 대결에서 씨에허 9단이 판팅위 3단에게 159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 106수 진행 : 흑은 대마를 살려도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형세판단을 둘러싼 판단력의 싸움!
6신 - 칼 뽑은 이창호, 결과는?
괴력의 이창호다. 이창호는 타협없이 흑대마를 계속 추궁했다. 서로 제한시간을 넘겼지만, 이제 벌점 2집의 시간따윈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다. 좌변 응수타진을 이용해 상변 백을 보강하며 흑대마의 목에 필살기를 날렸다. 흑대마의 생사는 바람 앞의 등불.
7시 26분 172수가 진행까지 진행되었다. 흑은 백대마를 잡지 못하면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박정환의 묘수를 볼 수 있을까?
▲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 150수 진행 : 흑 대마의 생사는?
7신 - '이상기류', '예측불허'!
좌상변에 수를 내러 간 박정환이 응수에 이창호가 착수를 못하고 있다. 흑백 대마가 서로 살면 계가는 백이 약간 유리하다. 하지만 백대마의 생사가 이상해지며 한종진8단은 '이상기류'라고 말한다. 박정환의 '역전' 참고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속보 끝/ 박정환, 187수 흑불계승
23일 벌어진 제7회 응씨배 준결승 1국에서 박정환 9단이 이창호 9단을 상대로 187수 끝에 흑불계승했다. 준결승 1국의 자세한 소식은 종합기사로 전한다.
제7회 응씨배 준결승 3번기 2, 3국은 25일, 26일 대국이 예정되어 있다. 2국은 허영호 9단, 3국은 목진석 9단이 대국실에서 해설한다.
시합규칙은 응씨룰을 적용한다. 대국자는 돌을 가려 맞추는 자가 흑백 결정의 권리를 가진다. 덤은 8집이며 무승부시에는 흑승으로 결정한다. 시간은 3시간 30분에 시간초과시 35분당 2집을 공제한다.(매 판 총 3회 사용가능)점심휴식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시 반부터 두시 반까지다.
응씨배는 타이페이와 <상하이 응창기 바둑교육기금회>가 주최 및 후원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지급한다. 시합일정은 시합개최지의 바둑조직(중국기원,일본기원, 한국기원, 타이페이 기원)이 책임지고 주관하도록 되어있다. 준결승부터의 상금은 4강전 패자에게 2만 5천달러(미화), 준우승 10만 달러, 우승 40만 달러가 주어진다.
제7회 응씨배 준결승 일정(한국시간)
9/23 - 10:30 ~ 준결승 1회전 대국개시 (점심 13:30~14:30)
9/25 - 10:30 ~ 준결승 2회전 대국개시 (점심 13:30~14:30)
9/26 - 10:30 ~ 준결승 3회전 대국개시 (점심 13:30~14:30)
※대국장 : 칭청국제호텔 2층 특별대국실
▲ "어제 하루종일 휴식을 취해 컨디션은 좋다." 이창호 9단
▲ "어릴 적부터 존경하던 이창호 9단과 3번기를 가져 영광이다.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두겠다" 박정환 9단
▲ 흑을 쥔 박정환 9단의 첫 착점
▲ 씨에허(좌측)와 판팅위의 준결승 1국
▲ 초반포석을 구상하는 이창호 9단
▲ 칭청호텔 롱츠(龙池)룸에 모인 대국자와 취재진. '용의 연못'에서 승천할 기사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