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있어. 이리 나와,"
상옥이 어정정하게 방에서 나오니 선영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한참을 호호대며 웃었다. 상옥은 더욱 난처해져서 어쩔 줄 모르고
얼굴만 붉혔다.
"이리 와 앉아."
"우리 술이나 한잔 하자구. 한잔 하고 나면 몸이 풀릴 거야:
선영은 위스키를 한 잔 가득 따라 건네 주었다. 상옥은 기다렸
다는 듯이 술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나도 한 잔 줄래?"
상옥은 선영이 내미는 술잔에 술을 부었다 그녀 역시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들은 몇 순배의 술잔을 주고받았다. 술기운이 몸에 퍼져 나가
자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빨개지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상
옥은 아까부터 자꾸만 앞자락이 벌어지는 가운 때문에 여간 불편
한 게 아니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앞자락이 벌어질 것 같았
다 상옥의 마음은 조금 대담해졌으나 이젠 온몸이 욱신거려 왔
다. 고통스러워하는 상옥의 얼굴을 본 선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해, 상옥이. 내가 깜박했어. 상처에 치료를 해야 하
는걸."
선영은 안방에서 구급약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상옥
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이리 얼굴을 돌려 봐. 내가 약 발라 줄게 "
"아닙니다. 이리 주세요. 제가 바르겠습니다. "
약을 빼앗으려던 상옥의 손이 엉겁결에 선영의 손을 덥석 잡고
말았다. 순간 매혹적인 미소를 띤 선영의 시선과 마주쳤다. 뭔지
모를 전율이 전신을 훌고 지나갔다. 상옥은 서둘러 잡았던 선영의
손을 놓았다.
"내가 해준대도 그러네."
선영이 더욱 상옥의 곁으로 밀착해 왔다. 선영의 실크 드레스의
매끈한 감촉이 상옥의 몸을 간지럽혔다. 상옥의 몸이 감전된 듯
부르르 떨렸다.
선영은 스스럼없이 상옥의 홈가운을 벗겨내고 박하 냄새 진한
연고를 상처 부위에 바르기 시작했다. 선영의 부드러운 손길이 상
처 부위를 스칠 때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황홀감이 상옥의 전
신을 휘감았다. 상옥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선영은 앞가슴을 상옥의 등에다 붙이다시피하고 이곳저곳 상처
를 찾아 내 열심히 연고를 바르고 있었다. 그런데 상옥이 정말 난
처해지기 시작했다. 선영의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남성
이 꿈틀거렸던 것이다. 이를 어쩐다? 속을 태울수록 상옥의 남성
은 더욱 용솟음치며 꿈틀댔다 상옥은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
다.
"이제 뒤는 다 되었어. 앞으로 돌려 봐."
선영은 상옥의 넓은 가슴에 훅 하고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마
치 애무라도 하듯이 약을 발랐다. 눈을꼭 감고 있는 상옥의 얼굴
에 고통스런 경련이 일었다
'사장 아니 누님, 이제 그만 히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상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아뿔싸,
지금까지 꼭 붙들고 있었던 가운의 앞자락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순간 벌어진 가운 사이로 팽창된 상옥의 남성이 밉상스럽게도 선
영이의 얼굴 앞에 불쑥 머리를 쳐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쿠!"
상옥은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민망하여 뭐라 말할 수도
없었고 흥분과 수치심에 숨소리만 거칠어졌다. 선영의 숨소리도
고르지 못했다. 상옥의 가슴에 스치는 호흡이 뜨겁게 느껴졌다.
선영이 아무 말 없이 상옥이 입고 있는 가운의 허리 끈을 풀어
내렸다. 그리고 가운을 벗겨 버렸다. 상옥의 가슴털이 선영의 뜨
거운 숨결에 따라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정신이 몽롱해져 왔다.
상옥은 그녀의 손길에 의해 소파 위에 눕혀졌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남았던 팬티마저도 그녀의 손길에 의해 벗겨졌다. 그녀의
부드럽고 능숙한 손길이 상옥의 전신을 녹여 내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상옥은 몸부림치듯이 전신을 떨었다. 이런 기
분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처음으로 느껴 보는 육
체의 황홀함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서
서히 상옥을 질식시켜 가고 있었다. 마치 상옥의 괴로움을 즐기기
라도 하듯
상옥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범하고 싶었다. 젊은 피가 용솟음치
고 있었다. 상옥의 남성이 하늘을 향하여 강하게 요동을 치는 어
느 순간 선영의 손길이 멎었나 싶었을 때 선영의 뜨거운 입술이
상옥의 귓전에 와 있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입술로 상옥의 온몸
을 더듬어 내려갔다.
그녀의 입술과 혀는 상옥의 정신과 육체를 불덩어리로 만들고
말았다.
상옥에게 있어서 더 이상의 자제는 고문이었다. 남자로서 자제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누, 누님! 나 좀 살려 주십시오!"
"상옥, 나 갖고 싶어?"
네 !"
상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발작적으로 선영의
홈드레스를 사납게 낚아챘다. 선영의 홈드레스는 확 소리를 내며
찢겨져 발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그 동안 드레스에 감추어져
있던 선영의 풍만한 우윳빛 나신이 드러났다. 잇따라 브래지어도
벗겨 버렸다 선영의 풍만한 젖가슴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진홍
빛 유두가 상옥의 입술을 유혹했다. 상옥은 굶주린 독수리가먹이
를 잡아채듯이 선영의 유두를 입 안 가득히 빨아들였다
그리고 선영의 가슴에 얼굴을 깊이 묻어 버렸다. 상옥은 그녀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애무했다. 한 손으로
는 마지막 남은 그녀의 팬티마저 끌어내렸다. 순간, 탐스럽고 아
름다운 언덕 아래에 음모의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상옥은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풍만하고 요
염한 나신. 이제는 사장도 누님도 아니었다. 다만 육체의 환희와
희열을 탐하는 정사의 대상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상옥은 몸과 마음 모두를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에 묻어 버렸
다. 전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환희와 희열의 극치에서 육신을 불태
우고 있었다. 그녀의 깊은 골짜기에서 신비의 액체가 한없이 흘러
넘쳤다. 상옥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 상옥이 !"
광란의 폭풍이 지나가자 기진한 선영은 잠꼬대처럼 상옥의 이
름을 중얼거리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나지났을까. 상옥이 문득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캄캄한
밤이었다. 몇 시나 되었을까? 새벽인지 초저녁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상옥은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내의와 가운을 입고 전
원 스위치를 찾아 불을 밝혔다. 벽시계는 벌써 아홉 시를 가리키
고 있었다.
지금 한창 바쁜 시간인데 어쩐다
상옥은 가운을 벗어 던지고 이곳에 올 때 입고 온 트레이닝 셔
츠를 찾았다. 그러나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다시 소파
앞에 앉는데 탁자 위에 곱게 접은 메모지가 보였다.
To. 상옥
너무 깊이 잠이 들어 깨우지 않았어.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도 돼.
가게 일은 걱정 말고.
일찍 돌아올게. 안녕!
상옥은 허탈한 마음으로 소파에 주저앉아 버렸다. 기가 막힐 노
릇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제
껏 수빈이 외에는 단 한 번도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맺어 본 적
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수빈이에 대한 죄책감이 가
슴을 태웠다. 상옥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당장 입고
나갈 옷이 없었다. 상옥은 선영이 돌아오는 대로 돌아가리라 생각
하고 있는데 벨 소리가 들렸다. 아직 영업 끝날 시간이 아니라서
선영은 아닐 텐데 하면서 대문 밖을 바라보니 뜻밖에도 선영이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벌써 오십니까?"
"상옥이가 보고 싶어 일찍 돌아왔어."
선영은 상옥의 품으로 달려들며 입술을 훔쳤다.
"상옥이,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서 짐 챙겨 들어와."
선영은 다소 들떠 있었다.
"아닙니다. 그냥 가게에 있겠습니다. "
"왜, 가게 애들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전 가게에 있는 것이 편합니다. "
"가게 애들은 신경 쓸 필요 없어. 오늘 애들한테 얘기해 두었으
니까."
'네에? 뭐라구요?"
"놀라기는 나하고 같이 살게 되었다고 했을까봐?그리고
나같이 告운 여자와 함께 산다면 창피해서?"
"원, 누님도 만에 하나라도 누님 체면이 손상되면 어쩌나 해
서 하는 말인데
"염려 마, 그냥 동래 쪽에 방을 구했다고 했을 뿐이니까."
선영은 주방으로 나가서 저녁상을 차려 가지고 들어왔다.
"배고팠지?"
선영은 상옥의 손에 수저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는 상옥이가 밥
을 뜰 때마다 반찬을 집어 입에 넣어 주었다 자신은 밥 먹을 생
각이 없는 듯 상옥이 먹는 것을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
다. 결국 상옥이 식사를 마친 후 물까지 먹여 주고 나서야 선영은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끝낸 상옥은 선영이 뒤늦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
려니 미안하고 멋쩍기도 해서 그녀가 조금 전 상옥에게 했던 대
로 그녀의 입에 반찬을 넣어 주었다. 선영은 매우 흡족해했다.
"상옥, 샤워해야지?"
선영이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상옥이 입을 새 내의를 준비해서
나왔다 선영이 역시 날아갈 듯이 나풀거리는 홈드레스 차림이었
다. 마치 풍만하고 요염한 자신의 몸매를 과시라도 하듯이. 상옥
은 눈앞이 아찔했다. 낮에 본 선영이와는 또 다른 데가 있었다.
나풀거리는 드레스 사이로 브래지어도 보이고 손바닥만한 팬티도
보였다. 의식적으로 눈길을 피하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 거야? 부끄럽게
그녀는 말로는 부끄럽다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상옥을 유혹하고
있었다 옛말에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 했던가 난
생 처음 농염한 정사를 체험해 본 상옥 역시 속마음으로는 선영
의 유혹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선영은 그러한 상옥의 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것처럼 상옥에게
다가와 양파껄질 벗겨 내듯 한 곁 두 겯 상옥의 옷을 벗겨 내렸
다 마음속으로는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상옥은 속수무책
이었다. 상옥의 남성이 또다시 발기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닿으면
곧 터져 버릴 것만 같이 단단하게 팽창되어 있었다.
상옥과 선영은 또다시 아담과 이브가 되었다. 선영은 상옥의 손
을 자신의 허리에 감고 욕실로 들어섰다. 욕조 안에는 이미 따뜻
한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선영은 능란한 솜씨로 거품을 흠뻑
낸 비누수건으로 상옥의 온몸을 가볍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상옥
은 선영의 매끄러운 손길이 닿을 때마다 미쳐 버릴 것만 같은 신
음소리를 토해냈다.
'아아 그만 이제 그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흠뻑 젖은 선영의 나신이 상옥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이 여자 오선영이 대관절 어떤 여자이기에 나를
이토록 미치게 만들고 있단 말인가. 상옥은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나를 아주 죽여 주십시오! 정말 어쩌려고 이럽니까?"
상옥의 몸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라 강철이라도 녹일 듯했다. 상
옥은 강렬하게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상옥, 서둘지 않아도 돼. 난 이제 상옥이 거니까
선영은 상옥의 포옹을 풀고 거품이 이는 수건을 건네 주었다.
상옥은 건네 받은 수건으로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문질
러 주었다. 목덜미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주 서서히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상옥의 손길이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어루만지자 그녀 역시
참을 수 없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매끄러운 비누수건이 젖가
슴과 배꼽 사이를 오르내리다 결국엔 그녀의 배꼽 아래 계곡 사
이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인내의 한계를 넘어 선 것
같았다.
'그만! 그만!"
상옥은 선영의 신음소리를 못 들은 척하던 일에 열중했다. 눈
앞에 보이는 그녀의 검은 숲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아아, 그만! 그만! 내가 잘못했어! 그만
그들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자극하며 육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이제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욕망을 억제할 수 없게 되었
다. 상옥은선영을 번쩍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상옥은 한낮의 정사 때처럼 서두르지 않았다. 한번에 먹어 치우
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음식처럼 아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선영이 괴성을 내며 상옥을 애타게 부르는 데도 상옥은 선영의
전신을 입술로 애무하고 있었다. 선영이 온몸을 뒤 틀어대자 침대
는 거센 풍랑을 만난 것처럼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상옥은
또다시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팽팽하게 발기된 진
홍의 유두를 빨아들이면서 손으로는 다른 한쪽의 젖무덤을 강하
게 애무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상옥은 이제 선영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쾌감을 느끼며 빨아대던 젖무덤에서 입을 떼고
그녀의 가장 깊은 곳으로 더듬어 내려갔다. 그녀의 광활한 숲에
얼굴이 닿자 결이 고운 음모가 코 끝을 간지럽혔다.
이제 선영은 인간으로서의 이성을 포기해 버린 것 같았다. 다만
발정기의 포유동물처럼 애처로운 울부짖음으로 수짓을 유인하고
있었다.
선영은 상옥의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상옥의 모두를 받아들였다
"아윽 나 어떻게 해 막 소리치고 싶어. 상옥이! 상옥
그러나 허무했다. 곧 숨이 넘어갈 듯한 진한 욕정의 태풍이 휘
몰아쳐 지나가자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허탈함과 외로움이 기
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세차게 밀려 들어왔다. 그토록 강렬한 희열
에 몸을 떨었지만 그 한 순간이 지나고 나면 수빈에 대한 죄책감
이 밀려왔다. 수빈을 찾기 위해 이곳 부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지 , 선영이와 정사 따위나 하려고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작부터 이곳을 떠났어야 했다. 떠나야 한다 하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선영이 곁에 안주해 있는 동안 수빈이 어느 하늘
아래서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옥의 아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영은 업소의 모든 것을
거의 상옥에게 맡기고 결근하는 날이 많아졌다. 상옥은 선영이 출
근하여 영업을 하는 것이 수월하고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선영은 이런 상옥의 마음을 모르는 척, 모든 것을 상옥
에게 맡기고는 즐거워했다. 그리고 상옥이 퇴근하는 시간이면 어
김없이 정류장에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오늘 수고 많았지?"
차에서 내리면 으례 다정한 인사말과 함께 팔짱을 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행복한 부부라고 착각할 것이다. 상옥 역시 처음
에는 거부감이 들었으나 점차 그러한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
다. 그런 밤일수록 그들은 더욱 뜨거운 애욕의 노예가 되었다. 그
때마다 이래선 안 되는데 하면서도 상옥은 서서히 선명의 취향대
로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더 길들여지기 전에 이곳 부산을
떠나야 했다.
상옥은 선영을 알고부터 육체의 황홀함을 터득했고 여자의 육
체가 무엇인가도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서 남자가 할 수 있는 모
든 것을 배웠다. 사실 수빈이와의 사랑이 정리되었더라면 그대로
안주해 버리고 싶을 만큼 선영이는 상옥에게 충실히 대해 주었다.
하지만 상옥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수빈이 한사
람뿐이라고 흩어진 마음의 끈을 동여매었다. 그러나 상옥은 도무
지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한 상옥은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우선 수빈을 누이 동생으로 소개하고 야화의 전종업원들
에게 수빈의 인적 사항이 인쇄된 사진을 나누어 주기로 했다. 한
달에 적어도 2030명 정도의 종업원이 교체되기 때문에 몇 달
후면 수백 명에게서 수빈이를 찾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상옥은
그 일을 실행해 옮겼고 주소를 알려 주는 사람에게는 후한 사례
를 하겠다는 약속도 하였다.
상옥이 야화에 몸을 담은 지 9개월이 되었지만 수빈의 소식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야화를 거쳐간 호스티스만도 수백 명
그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데도 누구 하나 보았다는
연락이 없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써 가며 수빈이의 행
방을 찾아보았으나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 부산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다. 상옥이 그런
결단을 내린 날 밤, 선영은 잠시 전의 격렬했던 행위의 여운이 남
았는지 상옥의 가슴털을쓰다듬고 있었다. 상옥은 좀체 자신이 떠
나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한동안 주저하던 상옥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습니다. "
"으응, 무슨 말?"
그 동안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행복했구요."
"새삼스럽게 왜 그런 말을 해?"
상옥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이렇게 머물게 되었는지를
선영에게 거짓 없이 들려 주었다. 자신이 찾고 있는 사람이 동생
이 아닌 가출한 아내라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
"누님, 저의 지금의 심정을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이렇게 누님
곁에 안주해 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 하나 잘못 만나 불행하게 된 사람을 버려 두고 어찌 나 혼자
만 행복할 수가 있겠습니까. 어떠한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수빈이
를 꼭 찾아 내어 행복하게 해주어야 할 의무가 제겐 있습니다. 누
님,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상옥의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던 선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
륵 흘러내렸다. 상옥의 품에 안긴 선영은 가볍게 떨고 있었다.
상옥!"
말씀하세요."
"난 진작부터 상옥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어쩌다 상옥의 일
기장을 보게 되었지, 상옥이가 수빈 씨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도 잘 알아. 그래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
어. 그래서 언제든 상옥이가 떠난다 하면 말없이 보내리라 마음
먹었는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까 왜 이렇게 가슴이 떨리지?"
"그래, 가! 내 나이에 상옥을 사랑해선 안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어. 더구나 결혼에 한 번 실패한 내가 어떻게 상옥을 사랑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는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
보낼 수는 없어. 나에게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은 줘야
해. 이렇게 훌쩍 떠나 버리면 난 어떻게 하라고. 상옥이! 그래 주
는 거지
선영은 울면서 자꾸만 상옥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선영이 흘
린 눈물이 상옥의 가슴을 흥건히 적셨다.
내가 어쩌다가 또 한 여인의 가슴을 이토록 아프게 만들었단
말인가. 이 여인의 아픈 가슴은 무엇으로 보상해 주어야 하는가
상옥은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지금까지 의지할 곳 없는
저를 믿고 거두어 주신 누님의 마음과 순수한 사랑은 영원히 잊
을 수 없을 거예요. 누님의 마음이 정리되었다 싶으면 말없이 떠
나겠습니다. 혹시 인사없이 떠나게 되더라도 노여워하지는 마십시
오선영은 상옥의 품속에서 소리내어 흐느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지난날 기구했던 과거사를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상옥과의 헤어짐
이 아쉬워서 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냥 그렇게 울고만 있었다. 한
참을 울고 난 뒤에 선영은 울먹이는 소리로 입을 떼었다.
상옥이, 수빈 씨를 꼭 찾아야 하겠지만 만약에 찾지 못한
다면 나에게 돌아와 줄 수 있겠어?"
"아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다리지 마세요. 얼마가 걸리든 수
빈이는 찾을 겁니다. 앞으로 십 년이 걸리든 이십 년이 걸리든 꼭
찾고야 맙니다. 수빈이를 찾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러니까 하루빨리 저와 있었던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다시는
누님 곁으로 돌아올 수 없을 테니까."
그로부터 며칠 후. 상옥은 아무도 배웅해 주는 사람 없이 오선
영의 곁을 떠났다. 쉽게 돌아서 지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애써 발
걸음을 돌렸다. 이번에 부산을 떠나면 언제 다시 오게 될는지 알
수가 없었다. 상옥은 지난날 수빈과 함께 거닐던 길을 다시 돌아
와 해운대 백사장에 와 있었다. 멀리 수평선 위로 수빈의 환영이
떠올랐다. 아름답고 환한 얼굴이었다.
'수빈아!' 수평선을 향하여 목이 터져라 소리쳐 불러 보았다. 그
러나 대답이 있을 리 없다. 무심한 해운대 앞바다는 상옥의 아픈
가슴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한가롭게 철썩이고만 있었다. 행복
했던 추억이여,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이여 모두모두 안녕. 부산
이여 안녕 .
내가지옥에 있다고 믿으니.지옥에 있게 된다.
첫댓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잘보고갑니다.
보고 갑니다.......
즐감
감사 합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흥미진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