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 오봉산으로 간다. 배낭 밑에 깔개 하나를 달고, 큰 의자 하나는 뒤에 묶는다. 칼바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매니 무겁다. 차를 끌고 더 올라가볼까 하다가 바보가 걷자고 한다. 그리 급한 경사가 아닌데 땀이 나고 허리가 아파온다. 땀을 몇 방울 흘리는데 폭포에 도착한다. 폭포엔 물이 없다. 초가자락 물방울보다 가늘다. 깔개를 깔고 앉고 의자는 물 위에 놓는다. 한 떼의 남자들이 와 과장을 하면서 명소라고 한다. 난 아는 체 않고 무등산한시선을 쳐다본다. 그들이 사진을 찍어달래서 두번 찍어준다. 석벽의 이름들에 대해 아는 척을 하나 그들은 관심이 없다. 한 사나나이가 와 물에 들어가 석벽을 살핀다. 최고운 선생의 시를 찾았느냐니 그런 거 모르고 바위를 살핀다 한다. 경상도 말씨를 쓰는 산악회 한 무리가 와 신발을 벗고 씻는다. 단체사진을 찍고 그들이 썰물처럼 사라진다. 바보는 깔개에 눕는다. 난 물을 지나 물줄기에 머리를 밀어 넣는다. 바보가 일어나 정상에 가자고 한다. 아직 더우니 기다리자 하다가 짐을 챙긴다. 정상으로의자를 매고 오르는 길이 힘들다. 바보는 뒤에서 쉬어가길 바라는데 난 오기로 힘을 낸다. 정상에 서서 인증을 하고 칼바위로 간다. 칼바위 위에서 남은 캔맥주 하날 마시고 내려온다. 냉동실에서 꺼내놓은 돼지살덩이를 삶을 때 넣으려고 산초와 꾸지뽕의 가지를 자르고 야관문을 꺾어 묶는다. 부지런히 집에 와 바보는 수육을 삶고 난 빨래를 갠다. 선아네와 제주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온 조카 창훈이를 불러 같이 먹는다. 잡내 없이 맛있다고 하여 재균이까지 부르는데 그는 추석까지 성공해야 할 다이어트 때문에 올라오지 않는다. 모태주를 마시려 꺼냈는데, 선아가 영지버섯 담금주 오래된 색깔 고운 술을 가져와 맛있다며 마셔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