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처리 전문 투수>
야구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관중들은 이길 확률이 전혀 없는 자신의 팀에 실망한 나머지 하나, 둘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갑니다.
썰렁하고 어수선한 파장의 분위기… 그때 쓸쓸히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이라고 부릅니다.
늘 지는 경기에 익숙한 그는 언제든지 지는 경기에만 투입됩니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소모품처럼 어김없이 꼭 질 경기에는 그가 마운드에 오르곤 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가서는 야구를 잘 모르는 어머니에게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애써 숨기고, 너스레를 떨어댑니다.
“엄마, 알잖아? 왜 그 유명한 홈런타자 김봉렬… 글쎄 오늘 내가 던진 볼에 손도 못 대는 거야.
죽상을 해가지구, 물러나는 꼴이란… 나 참, 엄마가 꼭 한번 봤어야 했는데… 한 번 오시라니까요?
엄마 아들이 얼마나 멋지게 야구를 하는지… 하긴, 그럼 이 장사는 누가 하나.
아무튼 그래서 불쌍해서 이따금 한 방씩은 맞아 주거든요, 제가. 그러면 고맙다고 연신 눈인사를 하며 나가더라고요.
자식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알듯 모를 듯, 미소만 지으면서 아들 감사용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시기만 하셨습니다.
경기가 없던 어느 날,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은 어머니가 운영하는 반찬가게에 들렸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벽시계가 멈췄다며 건전지를 바꿔 달라고 말합니다.
서랍을 열고, 건전지를 찾던 아들은 우연히 한쪽 구석에 있던 한 다발의 종이묶음에 눈이 갔습니다.
그는 한동안 등을 돌린 채,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그는 종이묶음을 가만히 어루만지다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서랍 한쪽 구석에 차곡 차곡 모아둔 몇 다발의 묶음은 아들 감사용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았던 야구장 티켓이었습니다.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감동이 오는 글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