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수필문학교실 1회차]
강사:백동흠.글렌필드 도서관
시간: 2024.04.16. 화. 10~12:00
수필, 글쓰기 예문
1. 선반의 삐져나온 모서리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많이 아팠다. 몇 년 전 갑자기 뇌출혈이 찾아왔을 때 느꼈던 통증과 같았다.
>> 선반 모서리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아픔이었다. 수십 개의 바늘이 콕콕 찔러대었다.
2. 봄이 어느 새 우리 곁에 와있다. 봄바람은 얼어붙었던 내 몸을 녹이고 신록은 움츠렸던 내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봄은 사랑이다. 나는 그 봄을 맞으러 나간다. 나를 기다리는 그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 봄은 사랑이다. 봄이 어느 새 우리 곁에 와있다. 봄바람은 얼어붙었던 내 몸을 녹이고 신록은 움츠렸던 내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나는 봄을 맞으러 나간다. 나를 기다리는 그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봄은 사랑이다.
3. 한번 회의를 하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걸리는 콘텐츠 생산 및 문안 작성 회의가 계속되었다.
>>회의가 계속되었다.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걸리는 회의였다. 회의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안을 작성했다.
4, 내가 기대했던, 멋진, 좋은 문장은 안 만들어지고, 아리송한, 애매한 표현들이 되풀이되었다.
>> 나는 멋지고 좋은 문장을 기대했다. 실패했다. 표현들이 애매하고 아리송했다.
5. 나는 그가 술이 떨어지자 울먹이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 술이 떨어졌다. 그가 울먹였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6. 서늘한 한기가 오랜만에 갑옷을 벗은 몸에 느껴졌다.
>>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갑옷을 벗은 몸이 아렸다.
7. 나는 매우 어려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소년을 알고 있다.
>>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걸 풀 소년을 내가 알고 있다
8. ‘여느 해보다 더 을씨년스러운’, ‘여러 가지 사건으로 심란한’, ‘벌판이 코스모스로 물든’, ‘오랜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고픈’, ‘그러나 쉽게 떠나 보내기는 어려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 가을 >>> 문장 만들기
>> 코스모스가 벌판을 물들이는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심란한 이번 가을, 오랜 친구들과 만나 소주 한잔 하고 싶어진다. 여느 해보다 더 을씨년스런 가을이지만 그래도 쉽게 떠나 보내기는 어려울 듯싶다.
수필, 글쓰기 예문
1 낙엽과 사라지는 초라한 모습 : 낙엽은 마지막, 쓸쓸하고 초라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표현이다. 감추기를 해야 한다. 낙엽의 이미지를 묘사로 쓴다.
2. 닮게 표현하면 죽은 비유다. 예)꽃처럼 아름다운. 아름다움 자체를 비유로.
3. 제목을 정할 때는 가능하면 엉뚱하게 선택해 보자. 제목만으로도 내용 짐작 x 제목이 뒷 내용을 미리 알 수 있게 하면 무게 없는 글이 된다.
4. 마무리 문장은 설명이 아닌, 치고 올라가야 글이 살고 맛이 난다.
5.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지 말고 이미지화에 주력한다. 묘사에 치중해서 쓴다.
6. 묘사 할 때는 입체적으로 풀어야. 예)봄은 고양이를 사색하게 한다.x 식상
고양이 눈 속에서 봄이 온다. 봄은 고양이 눈 속으로 들어 간다.
7. 글의 첫 줄은 신이 준다. 붙어 다니는 말을 버리고 놀래 켜야 한다 바늘 가는데 실이 간다 가 아닌, 뱀이 와야 한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어라.
8. 몇 년의 기다림을 깨고 난 매미 : 글에서는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매미가 몇 년 만에 깨어나는가? 7년 혹은 8년으로 정확하게 적어야 한다
9. 까치는 두 발 딛고 서서 : 너무 당연한 사실은 쓰지 않는다. 까치는 두발이다.
10. 굶주린 들개 떼 처럼 : 상투적이고 너무 쉬운 표현이다. 가급적 피해야 한다.
11. 환장하게 미쳐 가는 : 환장과 미쳐는 중복, 같은 의미로 피해야 한다. 빨간 피, 앉은뱅이 채송화, 따사로운 볕, 먼 태고 적, 더 넓은 창공, 불평 속 투정, 목이 타는 갈증, 획획 요동을, 별빛이 반짝, 보글보글 끓는.....
12. 동장군, 입시지옥, 교통전쟁: 익히 알고 있거나 관념화된 비유는 죽은 비유다.
14. 자목련은 잎과 함께 피어나고 백목련은 꽃이 먼저 피어난다.
>>백목련에서 한복입은 여인을, 자목련에서는 드레스 입은 신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15. 같은 말을 자꾸 다르게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움들 떠나가네 그리움들 밀려오네 서녘 하늘에 가을이 일렁이네
>>너무나 당연한 사실들. 지나치게 평이.
-나이든 어머니 입술에 진 노을을 찾는다.
수필은 ‘보여주기’ showing
글쓰기 방식은 ‘보여주기’ showing와 ‘말하기’telling 가 있다.
수필은 말하기보다 보여주기로 묘사에 중점을 둔다.
꽃에 관한 시를 쓸 때, “꽃은 아름답다.”고 쓰면 좋은 시가 될 수 없다. 꽃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꽃은 아름답다.”는 표현은 주관적인 주장일 뿐이다. 이런 방식이 ‘말하기’ 방식이다.
“꽃이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면, “꽃이 아름답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사람이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꽃의 아름다움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보여주기’ 이다.
‘말하기’는 주관적인 주장이고 ‘보여주기’는 객관적인 표현이다.
수필 힐링 치료 제
수필 쓰기는 자신이 작가이자 주인공이 된다.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해 스스로가 위안을 베풀고 미학을 창조한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보다 의미있고 가치로운 삶을 추구한다.
수필쓰기야 말로 마음을 맑게 깨끗이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픽션류의 문학은 극악한 사형수일지라도 잘 꾸며내는 능력만 있으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
픽션 작품은 인격보다 ‘꾸며내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
수필의 경우는 인생경지가 곧 작품의 경지가 된다.
수필의 경우엔 작가의 인격에서 향기가 나야 문장에서 향기가 풍긴다.
작가의 영혼에서 맑음이 우러나와야 글에서도 맑음이 흐른다.
인기, 명예. 금력, 과시와는 다른 성찰, 깨달음, 온유, 성숙을 위한 삶과 인생의 꽃을 피워내는 일이다.
수필을 쓰면서 먼저 자신의 마음이 순수해지고 영혼이 맑아져야 한다.
겸허와 온유가 흐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
수필 예문:
[시치미 떼고 먼 산보나? ]
오랜만에 아내가 새벽에 출사 여행을 떠난 뒤였다. 끓여놓고 간 뚝배기 된장국을 데워 먹을 참이었다.
끓는 찌개 불을 끄고 뚝배기 뚜껑을 여는 순간, 거실에서 전화벨이 거세게 울렸다. 한번~ 두 번~ 세 번~
뚜껑을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전화를 받으려고 서둘렀다. “투둑! 탁!” 날카로운 사금팔 깨지는 소리~
뚝배기 뚜껑이 바닥 타일에 떨어져 박살나며 널브러졌다. 예상치도 못한 사달이 벌어진 걸 보며 돌연 눈앞이 까매졌다.
아내가 십 수 년도 넘게 애지중지하게 사용한 그릇이 아닌가? 이민 올 때 따라왔으니 사반세기를 함께 한 복 뚝배기였다.
전화기 너머의 키위 여성 목소리에 울분을 터뜨렸다. ‘투표 서베이~ 그런 거 왜 이 시간에 물어보냐?’
전화를 야멸차게 끊으며 수화기를 탁 내려놓았다. 주방에 쭈그려 앉아 날아간 애장품 분신들을 쓸어 담았다.
대용품을 찾아보았다. 냄비 뚜껑은 크기가 다 커서 안 맞았다. 찬장을 뒤져 겨우 비슷한 유리 법랑 뚜껑을 찾았다.
깨진 뚝배기 뚜껑을 대치한 덮개가 어설펐다. 까만 나비넥타이를 매고 누런 짚신을 신은 격이었다.
익숙한 모습이 되기까지는 시간깨나 걸릴 듯싶었다. 상실과 미련이 뒷덜미 언저리를 옥죄이며 감돌았다.
아내가 돌아와서 이를 확인하면 실망감이 보통이 아닐 텐데... .시치미 떼고 먼 산 바라볼 수도 없는 일, 이실직고하자니 핀잔깨나 듣겠다.
연애 시절에야 이런 일이 생기면 어디 안 다쳤냐고 물었을 것이다.한 지붕 아래 산지도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세월을 향하는 지금은?
예리고 가녀린 감수성은 옛날이야기다. 이민 살이 생활여성으로 드세졌다. 뉴질랜드 특유의 강한 여성 기운들이 그대로 배어 있잖은가?
전 헬렌 클라크 여 수상부터, 현재 아던 여 수상까지 여성 파워가 보통이 아니다. ‘내일까지 투표하라고?’
이참에 여 수상 있는 현 집권 노동당을 패스해 버릴까? 한참이나 뒤떨어진 지지율을 보이는 야당 국민당을 생각한 순간, 머리가 흠칫했다.
지난번 TV 출연해 아던수상을 말발로 박살내는 국민당 여 당수가 불독 같았다.
‘동쪽에서 뺨 맞고 애민 여야 당수들을 패스나 하고 있다니, 지금 뭐 하는 건가?’*
-백동흠. 일요시사. 일상 톡톡. 23/10/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