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에 나가 이발을 하고 제석산에 오르려고 나가는데
8월말 퇴임한 박경희가 전화를 했다.
동강으로 전입신고를 하려는데 인터넷으로 안되어 직접 동강면사무소에 들른단다.
벌교 보성여관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발을 한다.
보성여관은 시원을 넘어 춥다.
그의 퇴임 후의 계획을 듣다가 공통화제인 산 이야기로 길어진다.
가까이 살면 중국고전도 같이 읽고 산에도 같이 다니면 좋겠다고 말한다.
고금초로 발령 난 충현이한테 같이 가기로 날을 정하고 나오니
제석산 가기가 어중간하다.
벌교여중 두에 차를 두고 월곡마을을 지나 용연사로 올라간다.
모기들이 윙윙거린다.
용담에는 들르지 않고 조용한 절의 전각들을 지나 부용산성으로 걷는다.
누구와 이 길을 걸으면 좋으ㅡㄹ까
벌교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좋겠다고 생각하니 난 세상좁게 사는 것이 보인다.
부용정 아래 야생호 꽃밭에는 백양꽃이 져 가고 있다.
보라 맥문동도 선명하지 않다.
타계하신 지허스님의 부용정 찬도 넝쿨에 가려졌다.
부용산 노래비와 채동선 부부묘를 지나 충혼탑 마당에서 월곡마을로 내려온다.
월곡마을의 영화 벽화와 아이들의 그림은는 퇴색되어 바뀌거나 담장을 다시 쌓아 사라진 것도 많다.
태백산맥문학공원과 옛금융조합을 지나 차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