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실로 복귀해
사월 끝자락 부처님 오신 날부터 오월 들머리 어린이날까지 엿새 연휴였다. 그 사이 주말을 포함해 개교기념일과 징검다리 재량휴업을 하루 포함해서다. 근교 산행에서 산나물을 뜯어 귀로에 지기들과 나누었다. 양미재로 올라 구고사에 들렸더니 봉축 연등이 걸려 있었다. 천주산 꼭뒤 함안 경계 고개에서 호연봉 산등선을 따라 가면서 개척 산행으로 산정마을로 내려섰다.
그제는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려 강변 산책을 나섰다. 가끔 산행을 함께 다닌 벗이 동행했다. 동정동으로 나가 1번 마을버스로 동읍에서 주남저수지를 돌아 가술 근처 송등에서 내렸다. 수박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단지를 지나 북부마을 당산에서 드넓은 강변 풍광을 바라봤다. 4대강 사업 자전거 길을 따라 술뫼생태공원에서 한림배수장 부근 단호박 씨앗을 묻어두었다.
어린이날 점심나절 임지로 가려고 간편한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하는 병사에 비유하면 되려나. 거리의 메타스퀘아와 느티나무 가로수는 신록이 싱그러웠다. 운동장 사거리에서 창밖으로 바라보인 대상공원 숲엔 아카시아 꽃이 허옇게 피기 시작했다. 충혼탑을 지난 늘 푸른 전당 앞 창원수목원 언덕 오동나무가 보랏빛 꽃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두대동에서 창원천이 봉암으로 흘러드는 명곡로터리를 지날 때 건너편 시티세븐 인근 이팝나무 가로수는 꽃이 피어 은물결로 일렁거렸다. 홈플러스를 지나 창원버스종합터미널에 내리니 광장에 아름답게 피었던 튤립은 꽃잎이 모두 져 흔적이 없었다. 터미널 구내로 드니 코로나로 승객이 격감 노선버스는 아직도 감차 운행 중인데 예전보다 승객들이 조금 늘어난 듯했다.
정한 시각에 출발한 고현행 버스는 창원대로를 달렸다. 창원터널을 거쳐 김해외고 앞을 지날 무렵 잠시 잠이 든 새 녹산을 거쳐 신항만을 지났다. 가덕도에서 침매터널 구간을 지나 저도 연륙교로 오르니 검푸른 바다가 드러나 내가 가고 있는 데가 섬임을 실감했다. 장목에서 몇 개 터널을 지나 옥포와 나뉘어져 연초로 향해 고현에 닿아 시내버스로 다시 연사로 되돌아왔다.
며칠 간 묵혀둔 와실로 들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방바닥 먼지를 닦아냈다. 낮에는 더위를 느낄 만큼 날씨가 따뜻했다만 곰팡이가 걱정되어 보일러를 가동시켜 실내를 잠시 데웠다. 이른 저녁을 지어 끼니를 간단히 해결하고 설거지를 마쳤다. 수행승이라면 면벽 수도라도 하겠지만 찻물을 끓여 놓고 나니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날이 덜 어두워온 여섯 시 잠을 청했다.
잠이 깊이 들었는데 머리맡 진동으로 해둔 휴대폰이 드르럭거려 깼다. 은퇴 후 텃밭을 일구며 농막에서 자연인처럼 사는 밀양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나누었다. 지인은 남들은 하루 일과가 끝내지 아직 않은 시간대에 잠을 자는 나를 신기하게 여겼다. 지인은 텃밭에 씨앗이나 모종들은 웬만큼 끝내 편한 날인지 잠을 쉽게 들지 못해 나한데 전화를 넣었다고 했다.
지인의 전화가 없었다면 자정 무렵 잠을 깨어 차수가 변경된 일과를 시작되었을 텐데 앞당겨진 셈이다. 당국에서 다음 주중부터 온라인 개학에서 오프라인 개학으로 전환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학교 급별로 학년별로 시차를 둔 순차적 등교라고 했다. 무척이나 기다린 개학 시점이다. 근무지에서는 학생 등교를 예상해 그간 업무 부서별 여러 일을 마쳐 준비가 되어 있다.
한밤중이라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다. 그래도 날짜변경선은 바뀌어 동이 트는 아침이 올 것이다. 이른 시각 출근 차림으로 연사 들녘을 둘러 학교로 들련다. 화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어느 정도 익숙해 안정되었다. 일주일이 지나면 학생들이 등교해 정상화되는 학교가 그려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지만 등교 개학 이후 무탈하게 넘어갔으면 싶은 마음 간절하다. 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