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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에서 조망, 오른쪽 멀리는 면산
▶ 산행일시 : 2014년 10월 26일(일), 맑음
▶ 산행인원 : 3명(킬문, 캐이, 산진이)
▶ 산행시간 : 12시간 27분
▶ 산행거리 : 도상 15.0㎞
▶ 교 통 편 : 캐이 님 승용차로 가고 옴(캐이 님 운전)
▶ 구간별 시간
02 : 40 – 상일동 상일육교 아래
06 : 36 ~ 06 : 43 – 삼척시 가곡면 동활리(東活里) 동활6교, 산행준비, 산행시작
07 : 02 – 능선마루
08 : 34 - △764.3m봉
10 : 03 – 912m봉
10 : 26 – 토산(△974.1m)
11 : 18 – 낙동정맥, 1,088m봉
11 : 38 - ┤자 갈림길
11 : 57 – 덕거리봉(1,102m)
12 : 47 – 백병산 갈림길, 1,072m봉, 점심(49분 소요)
14 : 00 – 송전탑
14 : 36 – 973m봉
15 : 45 – 송전탑
15 : 56 – 안부
16 : 46 – 복두산(福頭山, △979m)
17 : 32 – 810m봉
19 : 10 – 동활6교, 산행종료
▶ 토산(△974.1m)
확실히 개명한 세상이다. 그래도 가장이 진작부터 오늘 새벽 2시에 먼 길 간다하였고, 집을 나
서지만 아내고 자식이고 간에 잠만 쿨쿨 잘뿐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다. 아마 우리 집만 그러지
는 않을 터. 그들 잠깰라 살그머니 문 여닫고 나간다. 자욱하니 안개 낀 고속도로다. 차량들은
비상등 깜박이며 질주한다.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들려 자판기 커피로 졸음 쫓아내고
간다.
날이 훤해지고 태백이다. 태백 버스터미널 앞 음식점에 들려 아침밥 먹는다. 산행하면서 행동
식이 아닌 이렇듯 좌정하여 아침밥 먹어보는 때도 있다. 427번 지방도로 타고 신리재 넘고 산
터맥이 지나 동활계곡으로 간다. 동활계곡은 양쪽이 깎아지른 절벽인 깊은 협곡이다. 이 가을
날 화려한 적상 둘러 이대로 마냥 관상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다.
동활6교. 오늘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다. 충전마을 입구 공터에 차 세운다. 아침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하지만 산에 들면 금방 더워질 것이라 홑옷차림으로 나선다. 복두산을 향한다. 동활
6교 건너자마자 안내산악회 산행표지기가 등로를 안내한다. 소로의 풀숲 헤치고 막 힘내서 오
르려는데 캐이 님이 먼저 토산을 오르고 복두산으로 하산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
시한다.
토산 쪽에서의 하산은 안내산악회 산행표지기가 없고 인적이 드물어 혹시라도 날이 어두워지
게 되면 애를 먹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이는 탁견이었다. 캐이 님은 미리 지형도와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숙독하여 이곳 지형지물을 자세히 파악했고, 이는 어두워져서 하산하는 데 크게 도
움이 되었다.
발길 돌려 다시 동활6교 건너고 산자락 생사면에 달라붙는다. 첫발자국부터 가파르다. 볼더링
흉내하여 성긴 잡목 낚아채가며 오른다. 기어오르기에는 잡석 부슬거리는 사면보다 약간 도드
라진 바윗길 날등이 낫다. 워낙 가파른 오르막이라 깨진 바위 모서리 움켜쥐려면 돌이 흔들거
리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초장에 진땀 뺀다.
기어코 소나무 숲길 능선마루에 오르고 식겁했다며 주위 둘러보는데 서쪽 사면이 완전 완만한
게 아닌가? 동활6교에서 산모퉁이 돌아 궁촌마을로 가서 올랐더라면 퍽 수월했는데 눈이 좁아
생고역 했다. 적이 맘 놓은 송이 금줄과 인적이 잠깐이다. 인적 뜸해지더니 암릉이 나온다. 비
켜가다 절벽에 막히면 직등한다.
날등에서 달달 기고, 골 바로 건너 복두산과 키 재기 하며 고도 높인다. 복두산이 아주 당차게
솟았다. 수시로 복두산 곁눈질하여 내 용기 북돋운다. 나이프릿지 암릉이 끝나고 살짝 내렸다
가 수직사면이 이어진다. 방금 전의 고역은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사방 둘러보아도 다른 길이
없다. 여기는 잡목의 간격이 너무 멀리 벌어졌다. 낙엽 쓸어 발판 만들고, 오지(五指)를 피켈 삼
아 찍어가며 한발 한발 옮긴다. 이래저래 오지산행이다.
가뜩이나 겁난 판에 다리 후들거릴까봐 아래는 절대 내려다보기 않기로 한다. 스틱 휘청하고
오지 얼얼해져서 능선마루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킬문 님과 캐이 님도 혼났다고 한다. 즉
시 주저앉아 탁주 연거푸 들이켜서 두근두근 하는 속 진정시키고 옆의 △764.3m봉을 오른다.
△764.3m봉의 삼각점은 ‘장성? 411, 75.10 복구’다.
2. 중봉산(740m)
3. 생강나무
4. 복두산
5. 복두산
6. 산 사면의 추색
7. 토산에서 조망, 왼쪽 멀리는 낙동정맥 삿갓봉
8. 복두산, 토산에서
9. 면산, 토산에서
10. 토산에서 조망, 왼쪽 멀리는 낙동정맥 삿갓봉
11. 복두산, 뒤는 사금산
나뭇가지 사이로 기웃거려 보는 건너편 산색이 곱디곱다. 미풍은 삽상하고, 그 실바람에 낙엽
은 우수수 떨어진다. 잡목 숲 헤친다. 나뭇가지 건드려 또 낙엽 떨구며 잔봉우리 오르고 내린
다. 바닥 친 안부 지나고,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햇낙엽이 되게 미끄럽다. 그래서다. 약간
움푹한 수적 쫓다보니 사면 누비고 있다.
912m봉. 한 장 산행표지기는 오른쪽 지능선 아래 빙수촌마을에서 왔다. 사납던 길이 한결 누
그러졌다. 고지가 저기다 하고 내쳐간다. 한 개 봉우리 더 넘어서 토산이다. ‘SEOUL MOUNT
AIN’에서 정상 표지판 걸어놓았다. 토산은 남동쪽 풍곡리 송골마을 쪽에서도 오른다. 삼각점
은 ‘장성 435, 2004 복구’.
토산 정상에서 조망은 아주 좋다. 응봉산, 육백산, 사금산, 응봉, 삿갓봉, 용인등봉, 묘봉, 면산
…. 면산이 근처 산들의 맹주다. 그 위용이 눈부시다.
▶ 낙동정맥, 덕거리봉(1,102m)
토산부터는 길이 좋다. 안내산악회 산행표지기 더 보태서 좋은 길이 결코 아니고 1940년대 풍
곡 탄광시절에 뚫은 길이 아닐까 한다(캐이 님 진단).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고도 1,000m가
넘는 낙동정맥 마루금 주변의 나무는 벌써 벌거벗었다. 스산하다. 철쭉 숲 오래 지나고 키 큰
산죽지대가 나온다. 그리고 낙동정맥 길 1,088m봉이다.
내 배낭 무게 우선 줄이고자 탁주 서둘러 꺼낸다. 추색 짙은 이런 산길은 미취한 기분으로 걸
어야 좋다. 저절로 미음완보하게 된다. ┤자 갈림길 안부에 ‘덕거리봉’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한차례 바짝 올라 1,102m봉이다. 서래야 박건석 님이 나뭇가지에 ‘덕거리봉 1,102m’라는 정
상 표지판을 매달았다. 서쪽 하늘금으로 태백산과 함백산이 보인다.
1,102m봉 내려서고 바람 일어 낙엽송 황금비늘이 꽃보라처럼 날린다. 등로는 특고압 송전탑
자재 날랐던 운재로(運材路)다. 복원하고자 잣나무 식재하였다. 듬직하고 푸짐한 백병산 연신
바라보며 봉봉을 넘는다. ┤자 백병산 갈림길인 1,072m봉은 입목모양 통나무 의자가 있는 쉼
터다. 점심밥 먹는다. 탁주 반주한 점심이 날씨가 큰 한 부조하여서도 사뭇 걸다.
12. 왼쪽이 면산
13. 낙동정맥 가는 길
14. 왼쪽은 태백산, 오른쪽은 함백산
15. 함백산
16. 백병산 가는 길에서
17. 가운데 까만 낙엽 아래가 오늘 아침 오르느라 식겁한 △764.3m봉이다
18. 왼쪽이 복두산
19. 복두산, 송전탑 지나면서
20. 복두산 오르면서 뒤돌아본 조망
21. 가운데가 면산, 앞은 토산 가기 전 912m봉
▶ 복두산(福頭山, △979m)
킬문 님이 성질 죽였다. 백병산을 갔다 오자고-왕복 4㎞나 된다-할까봐 은근히 맘 졸였는데
가지 않겠단다. 낙동정맥은 1,072m봉에서 백병산으로 가고, 우리는 직진하여 복두산으로 간
다. 소위 육백지맥의 시작지점이다. 등로를 고속도로에서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시누대처럼
키가 큰 산죽 숲을 내린다. 예로부터 독도주의 구간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능선 따라 정북으
로 직진하여야 할 것 같지만 거기는 이윽고 골로 가게 되고, 그저 얌전히 등로 따라 북동쪽 사
면으로 내려야 한다.
산죽도 대라서 나도 모르게 누운 줄기 밟았다가 쭉쭉 미끄러진다. 산죽지대 벗어나고 통통한
능선이 드러난다. 송전탑 주변에서 머뭇거린다. 길 없는 산죽 숲을 한참 헤매다가 동쪽 사면
쓸어 길 찾아내고 밀양 박씨 무덤을 지난다.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뚝 떨어져 백산마을이
다. 아무튼 봉봉을 직등할 일이다. 산허리 도는 길이 있어 그 덕 좀 보자하고 덜컥 따랐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일로 북동진하여 973m봉. 육백지맥은 여기서 북서진하여 신리재로 간다. 우리는 동진한다.
등로는 지맥 길 벗어나니 쓸쓸하다. 잡목이 기승한다. 913m봉 올랐다가 뚝 떨어져 송전탑 지
나고 다시 급하게 내리 쏟는다. 복두산을 최대한 높여놓고 오른다. 복두산은 다섯 피치로 오른
다. 첫째와 둘째 피치는 하늘 가린 숲속 오르막이다.
셋째 피치, 슬랩과 바윗길 오른다. 슬랩 오를 때는 잠깐 뒤돌아 넘어온 장쾌한 능선 살펴 감상
한다. 넷째 피치, 암릉을 기어오르고 뭉개 내린다. 트래버스가 직등하는 것보다 더 겁난다. 다
섯째 피치,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붙들 잡목이 알맞게 있다. 잠시 평탄하여 숨 고르며 네모
진 석축 오르면 헬기장인 복두산 정상이다. 요령부득이지만 이 산에 복숭아나무가 유별나게
많아 ‘복두산’이라 부르고, 마을 이름은 도화리가 와전되어 ‘동활리’라 부른다고 한다. 삼각점
은 낡아 ┼자 방향표시만 보이고 지명과 등급 등은 판독불능이다.
해는 낙동정맥 위로 반 뼘도 채 남지 않았다. 황혼녘 실루엣의 뭇 산들이 엄숙하다. 사방 둘러
보기 수차례, 하산한다. 산행표지기 안내 따른다. 바윗길 주춤주춤 남진하다 동쪽으로 방향 틀
어 사면 낙엽 지친다. 1급 슬로프다. 낙엽이 수북하여 함부로 막 내달아도 좋다. 슬로프 끝나
고 잡목 헤치며 바윗길 오른다.
전망 좋은 810m봉 암반에는 돌로 제단을 만들었다. 810m봉 내리는 길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
이트였다. 그 연출은 암릉 내리는 손맛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암릉 더듬거리며 내리다 절벽에
막혀 뒤돌아서기 두 차례, 새삼 선답의 산행 표지기가 고마운 줄을 안다. 문제는 어두워지면서
심각해진다. 킬문 님의 오룩스 맵으로 우리의 현위치를 파악하고(큰 도움이다) 갈 길을 확인하
는데, 인적과 암릉의 상태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18시 헤드램프 켠다. 헤드램프에 비춰보는 인적은 희미하거니와 그나마 낙엽에 덮였다. 외길
이다. 암릉을 직등하려다 도저히 자신이 없어 뒤돌아서고 오른쪽 사면 내리니 밧줄 매단 슬랩
이 나온다. 길다. 슬랩 내리고 갈 길 몰라 여기저기 쑤셔보다 색 바랜 표지기 발견하고 트래버
스 하여 지능선을 갈아탄다. 동활6교 부근 가로등 불빛이 아득하게 보인다.
땀난다. 바위 절벽과 맞닥뜨리고 갈 길 헷갈려 오룩스 켜서 현위치 파악하고 산행표지기 찾기
를 반복한다. 시간은 잘도 간다. 무덤이 나와 반갑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등로 벗어나면 곧
낭떠러지다. 흐릿한 등로 꺼질세라 큰 숨조차 삼가며 살금살금 내려 동활6교다. 하이파이브
한다.
20. 응봉산, 육백산(오른쪽)
21. 면산
22. 맨 왼쪽이 낙동정맥 삿갓봉
23. 복두산에서 북서쪽 조망
24. 해거름의 복두산 정상
25. 2008.3.29. 오지산행에서 2부 산행으로 복두산을 올랐다. 얼굴 보이는 이는 왼쪽부터
이박사 님, 베리아 님, 대간거사 님, 하늘재 님
26. 앞이 오늘 아침 오르느라 식겁한 △764.3m봉이다
첫댓글 킬문 님, 캐이 님과 함께 산행할 때마다 녹아납니다.
모처럼 만나 즐거웠습니다. 특히 시작과 끝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아마 캐이 님이 서울 올 때 차 운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수마와 싸워야 하니.
오가며 운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암릉길에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캐이님, 운전대 잡으시느라 고생 하셨어요.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주변 산들이 다 시원시원하네요.보기는 시원해도,속살이 거칠어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나중에 육백지맥을 혼자가야 하는데~~걱정이 되네요.덕분에 잘 감상하고 갑니다.
육백은 그런데 엄쓰니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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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맴버좋고 산행 짜릿하고 "보람찬 하루" 였네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