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놈인가? 마나님 친구들 처음 만나는 자리가 쑥스러워 호텔 앞까지 갔다가 돌아왔던 놈 아닌가?
그랬던 놈이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백여명쯤이 빼곡히 앉아있는 북 콘서트 현장속으로 혈혈단신의 몸으로 뛰어 들었다니
멀리 캐나다에서 오신 팬의 클래식 기타연주로 콘서트는 시작되었고
익숙한 로망스와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이 클래식 선율을 타고 춤을 출때
잠시 아련한 기억속으로
나는 통기타 세대였고 따라쟁이 소년이었던 나도 어머니를 졸라 통기타를 사달라 하여 기타교습책을 보고 독학으로
너무 진하지않은 향기를 담고오오~~ 부터 손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연습을 했는데 내가 간과해버린것이 있었으니 나는 그때 당시만 해도 노래는 젬병이요 거의 음치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이내 포크기타는 포기하고 연주만으로 교회 모든 여심을 흔들자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영천시장 옆 산까치 기타교습소에 클랙식 기타 수강생으로 등록하여 열심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선생님께 너는 꼭 성공할수 있다 라는 칭찬 까지 들었으나 선생님과 함께 연주를 할때는 잘 되던것이 집에서 혼자 연습 하면 도무지 그 맛이 안나는 지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두어곡 앵콜곡 연주가 끝나고 페이스북을 통해 밥상 만큼이나 정갈하고 담백한 글에 반해 따라 다닌지 몇달밖에 안됐으니 가슴으로 아~탄성은 내뱉을지언정 머리로 온전히 읽어 내기엔 시간도 머리도 부족했으나
시인이 하는 말은 탁구 금메달 리스트가 김정화 라고 해도 맞는말인것이다
강연후 이어진 독자와의 대화시간
사회를 맡은 최은정님이 질문을 준비하라신다 덩그라니 혈혈단신 홀로온 내가 눈에 띄는지 눈짓으로 싸인을 주는거라 착각을 한거지만 존경하는 시인 앞에서 어리버리 할수는 없는법
질문을 생각하자 질문을 생각하자
그러나 오호 통재라 내가 시에 대해서 아는것이 있을턱이 없고 결혼이라도 안하시고 혼자 사신다면서야 뻔하긴 하지만 "결혼은 안하신건가요 못하신건가요?" 퀘스첸 마크를 방방 날릴터지만 도무지 내 수준에서는 아는것이 없으니 여쭐것도 없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한분 질문만 더 받겠습니다"하면서 마이크를 들고 내 쪽을 바라보며 온다
당황하지말자 내가 누구인가? 첫 해외자유여행을 갔을때 입국신고서상에 직업란 비워뒀다고 빠꾸 당해 돌아서며 욕하는 사람을 보며 재빨리 내 직업은 유일하게 좀 길게 쓰는 영단어 student 라 쓰고 마누라의 직업으로 주부를 검색해도 안 나와서 대담하게 BYEONGHO WIFI 라고 또박 또박 대문자로 써서 제출 했던 사람아닌가?
긴박한 상황 내가 준비한 질문은 바로..
"시인님께 묻고 싶습니다 뒤풀이 장소가 어딥니까?"였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마지막 질문은 내 옆자리에서 손을 든 여자분에게로 돌아갔고 무사히 어벙벙 한거 티내지 않고 북 콘서트를 마쳤다
처음 참석해본 시인의 북 콘서트
십수년전 이승환의 콘서트 구경갔을땐 잠시 뜨거웠지만 이내 썰물때의 갯벌같은 느낌이 오래 갔었는데
시인의 북 콘서트는 차분히 천천히 차올라 충만한 느낌 한자 한자 가슴에 또박 또박 새겨지는 행ᆞ복ᆞ하ᆞ다
그랬다
2012.2.12
2016 수능 대박 기원 2015 김병호 "필사" 프로젝트
하영아! 아빠도 같이 한다 D-55
호모 텔레비전 사피엔스 2 - 백남준
고장 난 그가 르윈스키의 남자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1998)
비디오 플레이가 끝나자(2006), 사람들은 그의 시신 위에 꽃 대신 넥타이를 잘라 던졌다
첫댓글 북콘서트.. 교보에서 여러번 초대받아도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했었는데 천천히 차오르는 충만감에 필이 꽂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