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바지를 치닫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는 지난 4일 '희망의 나눔걷기 대회' 행사에서 만나, 깨끗한 선거를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날 나경원 후보는 "이번 선거는 정말 정책선거로,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당당한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하면서,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박 후보에게 장담했습니다.그러나 보름이 넘은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이 말은 그저 정치인의 늘상 하는 말로 끝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측은 연일 박원순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이 네거티브 공격을 보면 자신은 뒤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선거에 이기기 위한 치졸한 전략으로 보이고 있음을 우리는 너무 쉽게 느낍니다.
상식적으로 남을 공격하려면 그에 걸맞게 자신도 깨끗하고 흠이 없어야 하건만, 남의 티를 찌르다가 오히려 자신의 발등을 도끼로 찍는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서울대 사회계열 학력이 '서울대 법대 제적'으로 표기된 점을 들어 박원순 후보의 학력의혹을 계속 공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원순 후보의 정확한 학력은 '서울대 사회계열 1년 제적'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사회계열에서 법대진출, 동숭동 대학로의 문리대 기억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호칭이기에 학력의혹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만약 박원순 후보가 서울대를 다닌 적이 없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분명히 서울대를 다녔고, 그런 사소한 오류는 선거에서 남을 공격하기에 미흡한 일입니다. 박 후보의 학력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나경원 후보도 이렇게 따지면 수정과 실수,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지만, 법학 박사 학위는 없습니다. 그러나 잡지와 인물정보,프로필을 보면 법학 박사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두 곳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런 식의 오류를 여러 곳에서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 후보는 유독 인터뷰를 많이 했던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내에 나오는 프로필을 보면 대부분 석박사를 취득했다고 나옵니다. 박원순 후보에게 학력 의혹을 제기하는 당사자라면, 우선 자신의 잘못된 학력의혹을 수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봅니다.
나경원 선대위에서 열심히 지지하고 있는 강용석 의원 고소한 박원순 후보의 하버드대학과 스탠포드 대학 학력의혹은 내일 밝혀 드리겠습니다.
병역면제당인 한나라당이 병역면제를 운운하는 것이 참으로 웃긴 일이지만, 나경원 후보 측은 박원순 후보가 '부선망독자(父先亡獨子·부친을 일찍 여읜 외아들)'로 8개월 복무했던 사실을 거론하며,병역면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판례로 양손 입양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 당시 양손 입양이나 친척간 입양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집안에서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둘째의 아들이 장남의 아들로 입얍한 사실이나 대를 잇거나 제사를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살던 농부가 13살짜리 아들의 군대면제를 위해 양손 입양을 했다는 억지주장과 다르게 나경원 후보 남편의 <3대 독자 6개월 방위> 부분은 진짜 검증이 필요한 항목입니다.
나경원 후보의 남편 김재호 판사는 3대 독자로 방위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3대 독자라고 하면 최소한 할아버지,아버지의 형제가 없이 오로지 아들 하나만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나 후보의 남편 김재호 판사에게는 작은 아버님이 엄연히 생존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은 독자가 아니므로, 이런 경우 3대 독자로 6개월 방위 판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나 후보 측에서는 "김재호 판사의 할아버지가 개성 분인데 작은할아버지와 이북에서 각각 월남해 부산과 인천에 따로 정착해 이산가족이 됐다, 이후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 따로 호적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는데, 결국 박원순 후보에게 '호적 쪼개기'라고 비난한 나경원 후보도 호적 쪼개기를 통해 남편이 6개월 방위로 병역을 마친 셈입니다.
이 두 가지 사례를 보면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있는 부분이기에 서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면 안 되고, 오히려 서로의 가족사에 대한 아픔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그러나 현재도 나경원 후보 측에서는 박 후보의 병역면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상대방을 재산이나 부자 운운하는 공세는 어쩌면 가장 최악의 네거티브 공세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나경원 후보는 누구나 인정하듯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상류층 집안의 엄친딸인 나 후보 측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강남에서 60평짜리 전세 아파트를 사는 부분에 대해서 '이상한 재산신고'라고 공격해왔습니다. 그러나 나경원 후보야말로 선거법을 위반한 엉터리 재산 신고를 했습니다.
2006년2011년 나경원 후보 재산신고 내역 출처:서울시 관보/국회공보
나경원 후보의 탈세의혹과 유흥주점 월세,저축은행 특혜 논란은 의혹이기에 선관위 규정에 따라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나 후보의 재산신고에서 아주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그것은 보석류에 나온 다이아몬드 반지 2캐럿의 가격입니다.
2006년 나경원 의원은 다이아몬드 반지 2캐럿의 가액을 적지 않았고 2011년 재산신고에서 가액을 7백만 원으로 변동이 없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 반지가 700만 원밖에 하지 않을까요?
제가 어제 금은방에 가서 슬쩍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가격은 얼마나 하는가 물어봤습니다. 저의 옷차림을 보던 사장님께서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준재벌이상만 하는 물건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지금 통상적으로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최하 천만 원은 줘야 삽니다. 여기에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2캐럿은 8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은 줘야 살 수 있습니다.
나경원 후보 측에서는 20년 전에 시어머니에게서 받은 반지라 7백만 원으로 신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을 들으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법률위반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제2장 제4조(등록대상재산)에 보면 ‘보석류는 실거래가격이나 전문가의 평가액, 그리고 종류, 크기, 색상 등을 명세’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20년 전 가격이 아닌 전문가의 현재 시세 평가액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결국 나경원 후보는 현행법을 위반한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것입니다.
■ 심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피부과를 간다?
나경원 연회비 1억원 피부과 논라에 대한 해명자료 출처:나경원 홈페이지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의 재산을 가지고 공격하던 도중에 "나경원,연회비 1억 대 강남 피부과 다녀"라는 기사가 나와 해명 자료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 해명자료를 피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보면 웃습니다. 그것은 저 자신이 서울시내 유명 피부과를 전전하고 다니는, 아직도 피부질환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시사] - 피부과에 첨가시는분들 돈낭비하지 마세요.
[시사] - 1분에 만원짜리 피부과 의사 특진 받아보니
우선 서울 시내에서,강남과 종로 등의 피부과는 피부질환 치료가 아닌 미용이나 성형을 위주로 하는 피부과입니다. 아마 제가 나경원 후보가 다녔던 피부과에 가면 다른 병원 소개장을 써줄 것입니다.이처럼 강남 소재 피부과에서 의학적인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은 극소수입니다.
만약 나경원 후보의 가족이 심각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면 강남 피부과가 아닌 대학병원 피부과에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업무의 과다로 극심한 심신피로'가 연예인과 부유층이 다니는 강남 초호화 피부과에 갔던 일에 대한 해명이 될 수 없습니다.
진짜 나경원 후보가 실비로 치료 목적을 위해 피부과를 갔다면 건강보험 공단의 내역을 제시하면 끝이 납니다. 알다시피 미용이나 성형이 아닌 피부질환의 경우는 대부분 보험처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 네거티브 선거전략만이 살 길이다?
출처:나경원 후보 홈페이지
나경원 후보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보도 자료 대부분이 박원순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10월20일 하루에만 5건의 논평을 통해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나 후보가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카더라','왜 밝히지 않는가?'라는 물음이 마치 진실처럼 유권자에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유권자에게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일단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 유권자는 그 의혹이 사실처럼 느껴지고, 그것을 통해 유권자의 표는 박 후보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빠질 수 없는 효과적인 선거 운동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도 깨끗한 선거를 원했지만 결국 그도 네거티브 선거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그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후보를 향한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전략에서 제일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비판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법적 대응을 운운하면서 협박과 억울한 사람인양 떠들면서, 정작 자신의 거짓말에는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학교법인 홍신학원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일부, 홍신학원 임원에 관한 사항이 기록된 이 자료에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그의 아버지 나채성씨가 등재돼 있다.ⓒ오마이뉴스
나경원 후보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사립학교법 개정과 흥신학원 이사장 아버지에 관한 질문에 불쾌한듯한 느낌으로 자신과 연관시키지 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 선거와 관련해서 자꾸 아버님과 관련된 의혹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선 좀 제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나채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학법 개정 촛불집회를 했던 당사자가 나경원 후보이고, 흥신학원 이사로 등재됐던 사람이 나 후보입니다. 즉 아버지만의 문제가 아닌 사학과 깊숙이 연루된 나경원 후보가 정확한 해명을 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에 '남의 눈에 든 티는 보면서 네 눈에 든 대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아무리 효과가 있다고 해도, 오히려 자신이 다칠 수 있음에도 저리 뻔뻔하게 하는 이유는,대한민국은 선거에서 이기면 장땡이고, 정치인들의 말은 책임질 필요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