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크 바로가기 http://news.kbs.co.kr/article/politics/200707/20070701/1382616.html
[이슈&비평]① ‘빛 좋은 개살구’ 정보 공개법 | ||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부가 브리핑 룸 등을 통폐합하는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지도 한 달 이상 지났습니다.
이 방안이 나온 직후 저희 미디어포커스는 통폐합 논의 전에 정보접근권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을 방송한 바 있습니다만,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에서도 정보공개법 개정 문제가 집중 거론됐었죠.
오늘은 윤영란 기자와 함께 정부정보 접근권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윤 기자! 미국 사례이긴 하지만 얼마 전 미국 중앙정보국 CIA의 불법 행위를 드러내는 문서가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대량 공개됐다죠?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지난 26일이었죠.
CNN과 뉴욕타임즈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일제히 CIA의 요인 암살과 도청 등 각종 불법 공작 행위를 입증하는 CIA 내부 문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바로 미국 정보공개법을 통해 입수된 문서였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CIA 내부 문서는 모두 7백여 페이지 분량.
70년대 CIA의 특수 공작 부서가 마피아 조직원을 동원해 쿠바의 카스트로를 독살하려했다는 등의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CIA가 암살용 독약을 마피아 조직에 지급했으나 암살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기록들이 상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또 CIA가 반정부 인사와 언론인들을 일상적으로 도청하는 등 CIA가 CIA 헌장을 위반하면서 각종 불법 공작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 문서들은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국가안보문서관이 CIA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해 언론에 공개한 것입니다.
<질문> 네, 상당히 부러운 얘기인데요. 우리나라도 지난 96년 정보공개법을 제정해 시행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얘긴데, 그렇지만 아직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정부 내부의 민감한 문서가 공개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 96년 제정됐고, 2004년에 한 차례 개정이 됐지만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는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더욱이 언론이 취재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장애요인이 많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른바 취재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에게 정보공개제도의 개선을 집중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5개 언론, 시민단체 대표들은 취재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촉발된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녹취>신태섭(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실제 필요한 것, 더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의 정보접근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입니다."
<녹취>정일용(한국기자협회장): "우리나라 공무원들처럼 그렇게 폐쇄적인 사례가 정말 없다고 생각합니다."
<녹취>노무현(대통령): "정보 공개라든지 접근권이라든지 공무원들의 말하자면 기자를 응대할 때의 태도라든지 이런 것 아니겟습니까? 그런 문제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토론회 결과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결론없는 공방’이었다거나 ‘이견만을 확인’했다 혹은 미리 정해놓은 결론을 정당화하는 데 집착한 노 대통령의 선전장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였는지 토론회 이후 정부는 언론단체 대표들과의 협의를 통해 공무원들이 기자들의 취재요청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무총리 훈령을 제정하고, 정보 공개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질문>윤 기자, 현재 정보공개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건 정부도 좀 인정하는 것 같죠?
<답변> 네, 정부도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발표할 때나 이번 대통령과의 토론회 때나 정보공개법에 손을 댈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현행 정보공개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미디어포커스는 그래서 우리 정보공개법 운용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은 보름 전, ‘열린 정부’ 사이트를 통해 54개 정부 부처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청구한 정보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각 부처별 공무원 징계 현황 자료로, 징계 일자와 직급, 징계 사유, 징계유형 등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응답 기한인 10일이 지난 뒤, 각 정부부처의 회신 결과를 분석해 봤습니다.
연장 통보를 한 해양경찰청을 제외한 53개 기관 가운데 기한 안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기관이 1곳, 비공개 결정을 내린 기관이 4곳, 부분공개를 포함해 공개 결정을 통보해 온 기관이 48곳이었습니다.
무응답 기관 경찰청, 법정 응답 기한을 사흘 넘긴 뒤에도 연락이 없어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취>경찰청 관계자: "정보 공개 업무가 국회(상임 위원회) 저희 기간이라 같이 몰려서 제가 야근하는 바람에 좀 늦어졌습니다."
비공개 결정을 통보해 온 기관은 외교통상부와 국정원, 그리고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등 4개 기관입니다.
공무원 징계 현황 자료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9조 비공개대상정보 조항에 해당된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왔습니다.
다 같은 정부 기관이고, 동일한 법의 적용을 받는데도, 공무원 징계현황이라는 같은 성격의 정보가 기관에 따라 공개 정보도 됐다가, 비공개 정보도 되는 것입니다.
<녹취>농촌진흥청 관계자: "사생활이 관련된 정보 아닙니까? 이 기관 자체가 아주 가족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다른 어떤 행정기관하고 틀립니다."
외교통상부는 제작진이 비공개 결정사유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하자 행정자치부를 비롯한 다른 정부 기관에 자문을 구한 뒤 공개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녹취>외교통상부 관계자: "정보공개법하고 개인정보보호가 합치되는 것인지 검토해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드리는 걸로 저희가 검토중이거든요."
역시 비공개를 통보해 온 국정원의 경우, 정보공개 업무 담당자는 물론 부서조차 명기하지 않아 구체적인 비공개 사유에 대해 문의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질문>그래도 54개 기관 중 48개 기관이 공개했다면 상당히 괜찮네요?
<답변> 부분 공개 2곳을 포함해 공개 결정을 내린 기관이 48곳으로 수치만으로 보면 공개율이 꽤 높아지만, 공개된 정보의 수준을 보면 기관 별로 너무 차이가 나고, 상당수는 알맹이 없는 내용에 그쳤습니다.
제작진은 당초 기관별 징계 현황에 일자와 직급, 사유와 징계 수준이 포함된 정보를 청구했습니다.
청구 취지에 부합되는 정보를 즉시 공개한 기관은 보건복지부.
<녹취>보건복지부 담당자: "공무원 재직 기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보호하기 보다는 국 민 알 권리 측면에서 정보 공개한 것이 맞다 생각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나 법무부, 산림청과 방위사업청 등도 비교적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일부 기관들은 자체 기준에 따른 통계 정보만을 공개하거나, 징계 일자, 직급, 징계 사유 등 여러 청구 내용 중 일부 정보만 공개해 사실상 부분공개를 했지만 전체 공개 결정으로 표현한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정보 공개여부를 결정하기 전 취재진에게 전화를 걸어와 해당 정보의 용도, 즉 무엇을 취재하기 위한 것인지, 또 다른 기관에도 정부를 청구했는지 캐묻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건설교통부 관계자: "비공개로 하는 데도 있고 공개하는 데도 있는데, 저희 처럼 하는 데도 있고 말씀하신 것 처럼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저희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나갔죠. 솔직히 말해서..."
<질문>정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정부 브리핑이나, 담당 공무원 접촉 외에 가능한 방법이 정보공개 청구일 텐데요. 취재선진화 방안에 따라 공무원 접촉이 힘들게 되고 정보공개제도마저 지금처럼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말이죠, 국민들의 알권리가 좀 침해당한다 이렇게 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그 점이 바로 언론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긴급을 요하는 사안을 취재하기 위해 응답 기한이 최장 20일까지인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주로 기획 취재나 탐사 보도에서 사용하는데요.
그나마 앞서 지적한 여러 장애요인들 때문에 기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법 9조는 바로 미디어포커스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했던 정부부처들이 비공개의 근거로 들었던 조항입니다.
이 중에서도 1항 6호 사생활의 비밀과 침해 우려를 이유로, 당연히 국민들이 알아야 할 공직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습니다.
<녹취>이규연(탐사언론인회 회장/중앙일보 기자): "경제 부처 산하 기관에 이사회 임원 명단 경력 자료 요청한 적 있었습니다. 주민등록 번호등이 자료 에 들어있다, 해서 공개 하기 곤란하다 이렇게 답변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을 자세히 보면, 개인의 성명이나 주민번호 정보가 포함돼 있더라도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비공개 정보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안전보장이나 국방, 통일, 외교 등과 관련된 정보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만 비공개로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 부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우한울(세계일보 탐사보도팀 기자): "저희가 작년에 외교부가 발주한 정책 연구 용역 리스트를 청구했는데, 대부분이 비공개 결정이 났어요. 그 이유는 외교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이 정보공개 청구를 접수 한 후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경우는 문서로 연장 사실과 사유를 청구인에게 통지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성재호(KBS 탐사보도팀 기자): "일차적으로 정보공개 결정 기한 열흘, 또는 연장을 해서 열흘 더, 지킨 경우와 지키지 않은 경우를 살펴보니까 한 50퍼센트 정도 되더라구요."
올해 청와대와 국회, 외교부 등에 모두 10건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기한 안에 답변을 받은 것은 4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20일 이내에 답변이 없을 경우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는 규정도 대표적 독소조항입니다.
<인터뷰>성재호(KBS 탐사보도팀 기자):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통보도 해 오지 않았고 열흘이 더 지나서 2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통보가 없어서 전화를 접수한 기관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봤더니 2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통보를 해주지 않으면 그냥 기각된 것으로 아십시오 라는 답변을 했어요."
비공개나 부분 공개 결정이 날 경우 결정통지 후 3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정부기관은 이의신청이 들어올 경우 다시 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절반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5명 내지 7명의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합니다.
<인터뷰>우한울(세계일보 기자): "아시겠지만 비공개 결정에 관한 정보공개심의 위원회라는 걸 열어서 심사를 하게 되어 있는데 심사과정을 알고 싶다라고 하니까 담당 공무원이 정보공개심의위원회라는 단체를 모르더라구요.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사실상 열지 않고 상급공무원이랑 얘기를 해서 임의로 결정을 내린 거죠."
<질문>그렇다면 정보공개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되겠습니까?
<답변> 전문가들은 정보공개법이 언론과 국민의 정보 접근권 확보를 위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개 대상 정보가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동시에 공개절차도 빨라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정보공개 건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고, 공개율도 증가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수보다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정보가 얼마나 많이 공개되는가, 즉 공개정보의 내용과 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하승수(변호사): "정보 공개 청구의 9퍼센트 정도가 비공개로 되어 있는데 해당되는 내용 중에서 공공목적이나 공익과 관련해서 민감한 정보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수가 공개되더라도 개인의 민원처리가 많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권력을 방치하기 위해서 비례하는 정보들은 정책결정과정에 관한 핵심적 정보들인데 비공개돼 있고, 비공개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도 또 비공개 결정이 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정보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소송 전 심판기구와 처벌조항 신설의 필요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전진한(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자의적 비공개 뒤집을 수 있는 어떤 중립적 심판 기구 필요한데 시민사회에서 정보공개위원회에 행정 심판 기능 부여와 자의적 비공개 및 악의적 비공개 대한 처벌 조항 신설을 계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각 기관과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해 통합된 기준과 표준화된 처리 지침 마련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전진한(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실상 공개와 비공개 자의적으로 한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업무 분석 통해서 사실 공개 및 비공개 기록 유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인 판단 아니라 조직 전체 판단으로 비공개와 공개 설정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런 부분이 충분히 보완되고, 기자의 공무원 접촉 제한 방침도 철회된 이후에, 브리핑 룸이나 기사 송고실 통폐합 문제가 논의돼도 결코 늦지 않을 것입니다.
| ||
[정치] 윤영란 기자 입력시간 : 2007.07.01 (11:49) / 수정시간 : 2007.07.01 (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