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 (히 12:14)
이제 우리는 실천적 거룩(pracitcal holiness)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룰 것입니다. 이 주제는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귀 기울여야 할 엄중한 물음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룩한가? 우리는 주님을 뵐 수 있을 것인가?"
케케묵은 물음이라 무시하지 마십시오. 지혜자는 말합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전3:4, 7). 하지만 사람이 거룩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단 하루, 단 한순간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모든 계층과 상황을 막론하고, 이 물음은 누구에게나 해당됩니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습니다.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 주인과 종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거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거룩하지 않아도 되는 지위나 신분 따위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위의 물음에 대답해 보십시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마땅히 거룩해야 할 만큼 거룩합니까? 소란스럽고 분주하게 오가는 세상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단 몇 분이라도 거룩의 문제를 숙고해 봅시다. 좀더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주제를 택했다면 한결 다루기가 수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영혼에 이보다 더 시의적절하고 합당한 주제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히12:14).
이제 우리는 참된 거룩이 무엇이고, 참된 거룩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결론적으로 거룩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시기를 바랍니다. 앞 장에서는 이 주제에 대해 교리적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이번에는 좀더 평이하고 실천적인 관점에서 제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먼저, 무엇이 참되고 실천적인 거룩인지,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는 어떤 사람을 거룩하다고 하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많이 힘쓰고 애쓰면서도 결코 참된 거룩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에게 지식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발람에게도 지식은 있었습니다. 위대한 신앙고백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가룟 유다도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많은 일을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헤롯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어떤 신앙의 문제에 열심을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예후가 그랬습니다. 도덕의 문제도 아니고, 겉으로 드러나는 행실의 문제도 아닙니다. 젊은 부자 관원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설교 듣기를 즐겨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에스겔이 활동하던 시대의 유대인이 그랬습니다. 경건한 사람과 함께 일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요압과 게하시가 그랬고, 데마가 그랬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거룩하지 않습니다! 이런 특징만으로는 거룩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특징 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가졌다 해도, 그것 때문에 주님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참되고 실천적인 거룩입니까? 참으로 답하기 어려운 물음입니다. 성경에 부합하게 거룩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거룩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말을 다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불완전한 견해를 피력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또는 거룩에 대해 허튼 말을 해서 해를 끼칠까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의 눈이 분명히 깨닫고 볼 수 있도록 거룩에 대해 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모든 것은 기껏해야 빈약하고 불완전한 설명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1) 성경에 드러난 하나님의 생각을 마음에 품는 습성이 거룩입니다. 하나님의 판단과 합치하는 - 그분이 미워하시는 것을 미워하고, 사랑하시는 것을 사랑하는 - 습관이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님의 말씀의 잣대로 판단하는 성향입니다. 하나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부합한 사람이 가장 거룩한 사람입니다.
(2) 거룩한 사람은 죄로 드러난 모든 것을 피하고, 알려진 모든 계명을 지키려고 애씁니다. 그는 하나님을 향해 분명히 돌아선 사람이고, 온 마음으로 그분의 뜻을 행하고자 하며, 세상을 실망시키는 것보다 하나님을 슬프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분의 모든 길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 한다고 말한 바울과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입니다(롬7:22). "내가 범사에 모든 주의 법도들을 바르게 여기고 모든 거짓 행위를 미워"한다고 말한 다윗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시119:128).
(3) 거룩한 사람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처럼 되고자 분투합니다. 날마다 그분을 믿어 평강과 능력을 받아 누릴 뿐 아니라, 그분의 마음을 품고 "그분의 형상을 본받고"자 애쓰는 사람입니다(롬8:29). 그는 그리스도가 우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다른 사람을 용납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가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않으신 것처럼, 자신을 기쁘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스도가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며 살려고 합니다. 그는 그리스도가 자기를 비워 스스로 낮아지신 것처럼, 마음을 낮은 곳에 두고 겸손하려고 합니다. 그리스도가 항상 진리의 신실한 증인으로 사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스도가 자기 자신의 뜻을 행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합니다(요6:55). 성부의 뜻을 행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음료와 양식이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스도가 다른 이들을 섬기기 위해 항상 자신을 부인하셨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말도 안되는 거짓 고소 앞에서도 그분은 온유하고 오래 참으셨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유력한 자보다 경건하고 가난한 자를 더 귀히 여기셨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스도가 죄인을 향한 긍휼과 사랑이 충만하셨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타협하지 않고 담대하게 죄를 거부하셨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사람의 인정과 칭찬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결코 그것을 구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세속적인 사람과 구별되셨음을 기억합니다. 기도하기를 쉬지 않으셨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을 가로막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거룩한 사람은 이런 사실을 잊지 않습니다. 그는 그분의 삶으로 자신의 남은 삶의 여정을 채우려고 힘씁니다. "그의 안에 산다고 하는 자는 그가 행하시는 대로 자기도 행할지니라"(요일2:6)고 한 사도 요한의 말과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벧전2:21)는 사도 베드로의 말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우리의 구원과 본이 되신 그리스도를 자신의 "모든 것으로" 삼은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사람이 만약 "그리스도가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고, 어떻게 행동하셨을까?" 하고 더 자주 물으면, 더 많은 세월을 아끼고, 더 많은 죄를 막게 될 것입니다.
(4) 거룩한 사람은 온유함과 오래 참음과 양선과 인내와 친절한 성품을 추구하고 혀를 다스리려고 애씁니다. 많이 용납하고 많이 감당하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는 더딥니다. 시므이가 저주를 퍼부을 때 다윗이 보여주었던 태도가 좋은 예입니다(삼하16:10). 아론과 미리암의 비난 앞에 섰던 모세 역시 좋은 모범입니다(민12:3).
(5) 거룩한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절제합니다. 육신의 정욕을 죽이고, 애착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색욕을 억제하고, 정욕을 제한하기를 힘써서 언제든 그것들이 제멋대로 나대지 못하게 합니다. 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방탕함과 술 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고"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은 얼마나 적절합니까!(눅21:34)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라는 사도 바울의 말은 또 어떻습니까!(고전9:27)
(6) 거룩한 사람은 사랑과 형재 우애에 애씁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말했으면 하는 대로 말하고,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대접하는 황금률을 따라 살려고 노력합니다. 형제 사랑에 힘씁니다. 곧 형제의 몸과 성품과 감정과 영혼과 그의 모든 소유를 소중히 여깁니다. 사도 바울은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고 말합니다(롬13:8). 이런 사람은 모든 거짓말과 비방과 뒷담화와 속임수와 부정직과 부정한 거래를 혐오하되, 지극히 사소한 것도 싫어합니다. 성전에서 사용하는 세겔과 규빗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위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집니다. 거룩한 사람은 모든 외적인 행실과 품위로 자기 신앙을 더 빛나게 하고, 주변 모든 사람이 보기에 더욱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변해 갑니다. 하지만 신앙을 가졌다고 하는 이 시대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행실은 산상수훈이나 고린도전서 13장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이 복된 말씀들은 차라리 우리를 정죄하는 말씀과도 같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