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재롱잔치, 서산 유기방 수선화
수선화의 한자는 水仙花. 물의 여신이 뭍에 올라온 느낌. 햐얀 꽃잎에 노란 꽃술. 줄기 하나에 꽃 하나.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있게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갸녀린 몸을 떤다. 성녀를 보는 듯하다. 추사선생도 무척이나 사랑하는 꽃으로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한 떨기 꽃을 마주할 때는 아스라한 느낌이 들지만 수선화 집단 군락을 마주하면 느낌은 정반대. 유치원 재롱잔치를 보는 것처럼 떠들썩하며 행복하다. 꽃술을 담은 부화관은 아이의 입술같이 보여 조잘조잘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이런 군락의 진수를 맛보려면 서산의 유기방 가옥을 가라. 처음 유기방이란 지명을 들었을 때 놋그릇 만드는 곳인가? 아니다. 사람이름이다. 100여 년 된 전통고택으로 햇볕을 가득 받은 양택이다. 수선화도 그런 양기를 받았기에 꽃의 색이 더욱 고운 것 같다.
안채 뒤뜰에는 항아리가 가득한데 주변은 온통 수선화다. 황토빛 항아리와 노란 수선화보다 더 어울리는 꽃이 있을까? 주인장이 한 두송이 옮겨 심은 것이 20년이 누적되자 뒷동산까지 온통 노란 수선화로 가득하다.
대문에는 여미헌(餘美軒)이라는 현판을 달렸다. ‘아름다움이 남는 집’이라 참 잘도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 집의 최고의 백미는 둥그런 담장이다. 둥근 담장은 반달을 닮았고 뒷동산의 능선과 어울린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곳곳한 선비 이정문 대감의 집이었다니 더욱 반가웠다.
오른쪽 언덕을 오르면 350년 수령의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다. 제주도나 남부지방에서 만날 비자나무가 충청도 땅에서 멋진 수형을 자랑하며 서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 이곳을 시발점으로 동산을 크게 한 바퀴 돌면 수선화 꽃밭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
여행팁
입장료는 8천원. 5천원이면 적당한데 넘 올랐다. 대신 작년보다 꽃을 엄청나게 심었다. 4월 16일까지는 꽃이 괜찮을 것 같다. 아침 7시에 문을 여니 일찍 둘러보는 것이 좋다. 관광버스에서 사람이 쏟아지면 제대로 된 꽃구경은 힘들 것이다. 서산IC에서 10분 거리
첫댓글 아주 예전 모놀에서 간 공곶이의 수선화가 눈앞에 떠오릅니다.
덕분입니다 대장님~
저도 교회에서 다녀왔어요
공곶이 수선화는 바다풍경과 함께 더 멋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