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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한려수도의 진주섬-소매물도 글/사진: 이종원
가장 가보고 싶은 섬이 어디냐고 주변사람들에게 물었더니 통영의 소매물도라고 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쪽빛바다와 벼랑끝에 서 있는 노송, 초록빛 초원과 그 위에 아스라이 서있는 하얀 등대. 어쩌면 우리는 늘 마음속에 소매물도 같은 파라다이스 섬을 꿈 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꿈의 섬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소매물도를 처음 보는 순간 수채화처럼 맑은 영혼이 느껴졌고 파스텔 색감의 순수함에 흠뻑 빠져 들었다.
소매물도는 통영과 거제에서 출발하는 배가 있다. 통영은 배가 작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삯마저 비싸다. 거제 저구항까지 가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거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9천9백원) 선실도 깨끗하고 에어콘도 빵빵하다.
부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오륙도를 매물도에서도 만났다. 밀물 때는 섬이 5개, 썰물 때는 6개로 보인다고 한다.
소매물도 선창가에서 바라본 마을이다. 높은 경사에 10여채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주황, 파랑색등 원색의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으며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자 바짝 땅에 붙이고 있었다. 그 주변엔 태풍마저 감싸안은 헐렁한 돌담이 둘러 쌓여 있었다. 갈증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시원한 청량수와 같은 집이다. 비록 좁고 변변치 못한 시설이지만 그곳에 머문 사람들의 마음은 바다만큼이나 넓어진다.
소매물도 유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마을을 가로질러 산을 넘어 등대섬까지 트레킹을 하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보트를 빌려서 바다풍경을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1인당 5천원) 섬 한 바퀴 도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소매물도는 빼어난 경치 때문에 남해의 진주 또는 해금강에 비한다고하여 해금도라고 불리우기도 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애절한 사연을 서린 남매바위다. 움푹 패인 골짜기에 집채만한 바위 두 개가 일렬로 서 있었다. 서로 남매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졌는데 하늘이 갈라지면서 두 남매는 커다란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위에 있는 바위가 숫바위, 아래바위가 암바위다.
포구근처에는 여성처럼 부드러운 바위들이 오밀조밀 서 있었다. 등대섬으로 다가갈수록 바위들은 거친 풍랑을 만나면서 기묘한 바위산을 솟게 만들었다. 거북바위, 예식바위, 장군 바위, 사자바위등 삼라만상의 축소판이었다. 고래등처럼 생긴 초원을 거쳐 올라가면 고래불 바위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본 등대섬 풍광이 제일 아름답다. 간혹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작은 공간만 있으면 어김없이 강태공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벼랑끝에 두발을 붙이고 고기를 잡는 모습은 보는 사람조차 아찔하다. 바위에 미끄러지거나 파도에 휩쓸리면 어쩔라고... 난류와 한류가 겹치는 곳이어서 어족자원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요즘은 뽈락과 감성돔의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고기를 낚는 것보다 모험 자체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상일주의 최고 절경은 글씽이 바위다. 보트가 동굴에 들어설 때면 여기저기서 탄성소리가 들린다. 진시황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들른 서불은 그 경치에 감탄하여 서불가차라는 글씨를 새겼다고 하여 글씽이 바위라고 부른다. 거제 해금강 십자동굴에 들어서는 것 같이 기암괴석들이 하늘을 수 놓고 있었다.
배는 등대섬 선창가에 대고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등대섬은 최근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30미터의 접안시설과 365m의 목재 탐방로도 말끔히 정리해 놓은 것이다. 본섬과 등대섬은 하루 두 차례 물길이 열리는 몽돌해변이어서 작은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양쪽으로 파도가 밀려와 색다른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등대섬은 그야말로 꽃섬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릴레이의 바톤터치를 하듯 야생화가 번갈아가며 피어대고 있었다. 지금은 엉겅퀴가 쪽빛바다를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가을에는 구절초가 이 섬의 주인이 된다.
행여나 꽃이 다칠까봐 탐방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한 송이 꽃을 피워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태풍과 비바람을 이겨냈을까? 야생화가 진정 아름다운 것은 꽃을 피워내기 위한 처절한 과정들이 아닐까?
350미터의 목재 탐방로. 바다, 꽃, 바위, 등대....어디다 시선을 두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예술품이다.
등대섬 정상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시퍼런 용궁이 펼쳐진다. 검푸른 바다가 바위에 부딛치며 만들어낸 하얀 포말이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어낸다. 벼랑끝에 한송이 엉겅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조차 비장하게 보인다.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벼랑이다. 슬며시 운무가 깔리면서 섬은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강산 만물상을 바다로 옮겨 놓은 것 같다.
한국인이라면 가장 가고 싶은 등대야 말로 소매물도 등대가 아닐까? 등대를 깃점으로 한 바퀴 돌아보면서 펼쳐진 절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등대아래 펼쳐진 등대섬과 본섬의 절경이다. 저 멀리 고래불 바위가 손짓하고 있다.
구릉에 자리잡은 원추리 꽃이 황홀하게 피어 있다. 내 책상에 놓여 있는 티없이 깨끗한 성모상을 보는 듯하다.
꽃도 아름다운데 배마져 길을 내고 있다. ^^
거제 학동처럼 작은 몽돌이 아니라 완도의 구계등처럼 큼직한 몽돌이 모세의 기적을 일구어내고 있다. 해변 가운데 앉아 있으면 양쪽에서 몰아치는 파도가 옆구리를 강타한다.
몽돌해변 옆에는 해식동굴이 있었다. 수경을 쓰고 물속으로 들어가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고 운 좋으면 해산물을 집어 올릴 수 있다. 고무보트에 몸을 맡기고 싱싱한 젊음을 발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산등성이를 타고 망태봉으로 올라가면 푸른 초원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CF 쿠쿠다스에 나오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거제에서 사 가져간 쿠쿠다스 하나를 꺼내 잘근 잘근 씹어본다. 섬의 아름다운 잔영이 가슴에 박힐때까지...
소매물도의 숨어 있는 절경이 바로 고래불 바위다. 이곳에 올라가 바라본 등대섬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매물도 사진 포인트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온 예쁜 아가씨들이 모델이 되었다. 이것이 인연히 되어 모놀회원이 되었답니다. ^^
고래불 바위는 암벽등반 코스이기도 하다. 깎아지는 절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트레커들은 거의 40대 주부가 많았다. 부부싸움 하면 큰일 낼 것 같은 예감이.....^^
겁 없는 아줌마들...
고래불바위에서 내려다 본 구릉이다. 지금도 눈에서 아른거린다. 야생 흑염소들이 바위에 발을 붙이고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숨어 있는 해변. 내려가는 길이 없어 해수욕하는 사람이 없다.
망태봉에서 바라본 고래불 바위.
소매물도 정상에 가면 폐교가 하나 있다. 이 꼭대기에 학교가 있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곳은 한때 메스컴에도 몇 번 소개되었던 '힐하우스'라는 민박집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무슨 연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주인장은 마을사람들에게 쫒겨났다는 소식만 들린다. 또 다시 폐교되는 비운을 겪고 있다.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터. 1961년 4월 26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되었음.' 교문 입구에는 교적비가 외롭게 서 있었다. 43년에 131명이니까 매년 배출된 졸업생이 3명이다. 전체 졸업생들은 가족만큼이나 소중할 것이다.
두텁게 쌓인 먼지를 헤치고 교정을 거닐다가 그만 넘어 질 뻔했다. 바닥의 나무판이 함몰 된 것이다. 내 몸무게는 생각치 않고 애굳은 바닥만 원망한다. 아름드리 나무에 매달인 그네와 한때 소매물도를 찾았던 사람들의 추억의 글귀들이 창문에 새겨겨 있어 정겨워보인다.
소매물도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다. 도심에서 흔한 자동차도 없고 자전거도 없다. 길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식당도 없고 슈퍼도 없기 때문에 모든 먹거리는 육지에서 준비해야 한다. 변변한 집도 별로 없다. 민박집이라야 헐렁한 양철지붕이 얹혀진 좁은방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 조그만 창문에서 바라본 바다야 말로 세상의 어떤 갑부보다 부럽지 않았다.
해녀 아줌마다. 오전에 물질 하고 하루 팔 만큼만 따온다. 배시간만 여유가 있다면 소주 한 잔 하면 죽이겠는데....
야듀- 소매물도 영원히 잊지 못할 마음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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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매물도는 다들 여행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한곳이지요..저희도 마찬가지구요..^^마치 제가 매물도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고생하시면서 담은 사진들 넘 잘 보고 갑니다..
가고싶당. 간절히..............
그 뾰족산이 고래불바위고... 그곳을 지나고 올라온 곳이 망태봉이었군요... 암껏도 모르고 올랐었네요.. 또 배우고 갑니다^^
아이코 가고 시퍼라. 언제 갈 예정은 있는건지요?
내년 2월쯤 모놀답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도의 정취를 물씬 느끼려면 겨울이 좋다고 하더군요. ^^
내년 2월엔 아무 계획 세우지 말아야겠군요..^^ 좋은 곳 보면 모놀가족 데리고 가실 생각하시는 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음~ 내년 이월 달력부터 넘겨봤습니다 구정도 비겨가고 돌발 상황만 생기지 않음 기필코 가고 말꺼야 뜻이 있는곳에 길이 ㅎㅎㅎ 언냐~ 함께 갈수 있기를...
소매물도에서 만난 행복한반짝이님 이렇게 모놀카페에서 뵈니 너무 반갑네요..사진 잘 받으셨나요? 언젠가는 모놀답사에서 다시 뵙길 기대합니다. ^^
멋진 계획에 함께 동참하고싶어요~~ 주신 사진은 미니홈피에 올려서 열심히 자랑중입니다.^^
진짜 가고 싶은곳 매물도~~~ 덕분에 잘 감상 했네요.
작년겨울에 갔던 소매물도... 정말 넘 멋진곳이었지요. 다시한번또 가고싶은그곳...덕분에 추억여행 잘했습니다.
누님 잘 지내요? 무지 바쁘더구만 어찌 눈팅만 하다가 이리 글도 쓰요
캡틴의 거제도에 오셔서 전화 주셨는데 바쁜 시기라 뵙지도 못하였지요^^ .. 저구항으로 가는 길안내에서 '사곡삼거리' 에서는 '남부 해금강' 방면으로 좌회전이 아닌 "우회전'을 하셔야 합니다...... 더운데 단디 지내시구요^^
자네도 올 만이구만 여름철이라 바쁘제?
캡틴님 미안해요..소매물도 다녀와서 전화를 드렸어야 하는데...다음일정이 남해에 잡혀 있어서요..일행과 함께 움직이니..어쩔 수 없네요.
이번 달 18일에 들어가게 됐어요... 여친하구요...^^ 쿠크다스 CF때문에 항상 맘에 품고만 있다가 지난 97년에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죠.. 이번에 들어가면 3번째네요...두번째 들어갔을때의 다짐을 이번에는 감히 실천합니다...^^
고향 가까이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하고 이방인에게 자리를 내어 줍니다^^* 좀 한산해지면 가봐야 겠어요^^*
잘 보고 갑니다....소매물도 함 가보고 싶네요....
휠 하우스 주인장은 이런 저런 일로 쫓겨 났다죠...시골이나 섬 에서 인심을 잃으면 안 됩니다...쫓겨날 일 했더이다...
뭐였을까요??? 궁금..
기둘리고 있겠습니당..ㅎㅎㅎㅎ
지난 6월 연휴에 갔었죠 이틀밤을 자면서 아주 한가롭게 섬 구석구석을 다녔답니다.망태봉 세번이나 오르고...등대섬은 배타고 한번, 걸어서 또 한번...학교에서 삐걱거리는 그네도 타구요~ 행복한 여행이었어요^^ 겨울의 소매물도 또한 기대되네요~~~
저도 작년 6월초에 소매물도 힐하우스에서 3박4일을 머물렀었는데..문을 완전히 닫았다니 안타깝네요..참 예쁜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