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이 카페 가입하고도 한동안은
제정러시아는 " 덩치만 컸지 사회제도가 낙후해서 무기력해 다른 나라와 붙으면 많이 깨지던 나라."
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대체 러시아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리 말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러일전쟁은 제가 잘 몰라서 일단 pass하지만 ( 이 카페 예전 어느 뎃글보니 그 때 일본하고 싸우다 대충 끝맺은 건
"완전 너죽고 나죽자."식으로 한 게 아니라는 얘기가 있던데......)
1차대전 때의 러시아를 알아가다보면 그렇게 또 약하지만도 않더군요.
'8월의 포성'의 탄넨베르크 전투 부분만 살펴봐도
'러시아는 늘 전쟁지도라는 체스판에 엄청난(덩치로 인해) 기물이었다.'
'동프로이센 쪽에서는 러시아의 무시무시한 코사크군대가 쳐들어와 모든 걸 유린할 거라는 풍문이 나돌았다.'
등등, 은근히 독일이 두려워했다는 걸 알 수 있더군요. ( 뭐, 일단 동원병력에서 당시 유럽어디와 비교해봐도 압도적이니.)
탄넨베르크 전투가 비록 독일의 대승으로 끝났다할지라도 당시 러시아의 1개군만 괴멸한 것 뿐이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오스트리아와 4개군vs 4개군 정도로 맞붙어서 오스트리아를 넉아웃시키죠. (물론 이 얘기는 8월의 포성에 없습니다.) 그리고 1914년이후의 동부전선에서 1915년까지 바르샤바근처에서 독일군과 1진1패하더군요. (결국 후퇴는 했습니다만
알고보니 러시아가 일종의 전략적 후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무질서한 패주가 아닌 듯 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전역, 코카서스전역에서는 쳐들어온 투르크 (이 경우는 오스만투르크가 상당히 무모했다는 것도 큰 요인이겠죠.)
를 많이 발라줍니다.
1917년에 케렌스키 공세이후 '군이 자발적으로 평화에 표를 던지는.'상황이 되어 군이 완전 무너져내렸는데
이렇게 전쟁에 지쳐 군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케이스는 1917년에 러시아만 그랬던 게 아니더군요!!!
프랑스는 병사들이 참호에 들어가기를 거부했고
이탈리아는 12차이손초공세 이후 군대가 사기를 완전 잃어서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도움을 받아야했습니다.
(이 때 롬멜의 무시무시한 '2000명사로잡기' 전설이 등장하더군요.)
2차대전은 뭐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만,
1943년 이후에는 뭐 동급최강자가 되버리니,;;;;
요즘 제가 1차대전에 대해 읽고 있자니
"진짜, 러시아가 그렇게 약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가지 책을 읽고난 제 느낌은
"러시아는 종합격투기에서의 '슬로우스타터' 스타일이랄까요?! 초반에는 좀 맞지만 원체 맵집이 좋아 뻗지는 않고 후반부터 엄청난 스태미너로 상대를 인정사정없이 압박하는 느낌입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요?
첫댓글 저도 제정 러시아의 군사력이 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플래닛미디어에서 나온 <1차 세계 대전>이란 책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더군요. 1차 대전 중에 독일에게는 탄넨베르크에서 패배했지만, 오스트리아를 상대로는 상당한 전과를 거두어 오스트리아가 두려워하기도 했죠. 또, 오스만 투르크를 공격해서 흑해 연안의 대도시인 트레비존드를 함락시키고, 오스만 군을 연이어 참패시키는 전과를 올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러일 전쟁에서도 기관총으로 무장한 러시아 보병 연대가 무작정 돌격해오는 일본군 몇 개 사단을 상대로 혁혁한 전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황제가 영국과 미국 신문에 악의적으로 보도된 패전 기사들을 보고 겁을 먹어서 대뜸 종전하라고 했는데, 만약 러시아가 조금만 더 오래 버텼다면 일본이 불리한 상황에서 전쟁이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일본도 전쟁 자금이 쪼들려서 영국과 미국에게서 자금을 빌려온 처지였으니까요.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군요.
조만간 좋은 책게시판에 쓸 글에 그 책도 언급할까 합니다.
슐리펜 계획이나, 1차 대전 발발 원인에는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두려움이 상당히 보입니다만..탄넨베르크에서 말아먹은 1개군은 그냥 단순한 1개군이 아닐텐데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중제국에 두번이나 대승을 거두긴 해도, 전체적인 전과는 오헝이중제국 쪽이 러시아에 앞섭니다. 거기다가 오헝이중제국은..뭐, 돈은 많은 나라였죠. 돈은. 애초에 얘네 군대가 경찰에 가까운 조직에, 전투력도 형편없었습죠. 오스만 투르크는..유럽의 병자 아닙니까. 거기다가 전쟁 내내 러시아 내부사정은 투르크 덕에 시궁창이였을텐데요. 터키 바른 걸로 러시아를 빨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던 독일도 식량 남아돌던 프랑스보다 우월합죠.
오스트리아-헝가리는 1914년에 두들겨맞은 걸로 반쯤 죽어나갔고 1915년에 결국 코마 상태까지 치달아 대부분 전선을 독일이 인수했습니다만.(...) 그리고 오스트리아 돈 없었어요. 사람은 더 없고. 얘네 참 안습한 국갑니다.
오-헝제국의 전과는 음.... 동부전선이든 발칸전선이든 하물며 이탈리아랑 싸우던 이손초에서든
독일의 힘을 많이 빌렸습니다. 그리고 오스만 투르크가 유럽의 병자이긴 해도 연합군상대로 갈리폴리와 메소포타미아전선에서의 전과는 괜찮은 편이죠.
거기다가 공업 생산력. 이게 무섭게 증가하긴 해도 정작 독일과 비교하면 한참 후달립니다. 슐리펜 원수가 '적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어떤 계획도 무용하다'고 할 정도로 성장이 빠르긴 했어도, 1914년은 아직..
물량은 쩌는데 사회인프라가 미비하다보니까 셋팅이 느려요. 러시아의 고질적인 약점이죠(.....) 이 미비한 인프라를 제대로 정비한 사람이 바로 그루지야 인간백정(....) 대규모 정적 숙청과 밀어붙여식 국자주도적-체계적 산업화 과정을 거쳐 공업 인프라를 닦아놨죠. 참......개인적으로 스탈린은 정말 선-악을 분간할 수 없는 정신사나운 인물 같습니다.
그렇게 안했다면 1941년침공 때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
개인적으로 스탈린은 굉장히 비범한 인물이었다 생각합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의미로든 둘다요.
병사들은 강하고 끈기있고 막대해도 반항안하고 먹을거 잘 안줘도 알아서 찾아먹고(농민출신들이니까;;;) 했다더군요. 그래도 나폴레옹 전쟁 당시부터 '포병'전력만큼은 프랑스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지지않았다고 합니다.
예, 병사들의 강인함은 뭐, 2차대전을 보면. ㅎㄷㄷㄷ;;;
러시아를 그리 깔봤던 독일장군들도 인정하는 거였으니까요.
물량은 많고 맷집도 살벌한데 시동걸리는 게 느리죠. 1차대전은 시동걸릴때면 이미 그로기 수준으로 두들겨맞은 상태였고.(그래도 오스트리아-헝가리나 오스만 제국은 밥 수준으로 짓밟았긴 하지만.)
특히 독일한테 두들겨맞았죠.
제정러시아 시기에 오히려 체첸을 컨트롤할정도라고 하던데요. 러일전쟁은 영국미국의 중재 없었으면 일본육군의 삽질에 러시아의 승리였을듯, 게다가 크림전쟁 당시에는 프랑스, 영국, 오스만투르크를 상대로도 싸울 정도였으니....... 제가 알기로 소련의 포스에는 못미치지만 지금의 러시아보다는 제정러시아 시절이 더 입김이 쎈걸로 기억합니다. 영토도 더 넓었으려니 ㅋ
영토는 확실히 제정러시아 때가 무지 넓었습니다. 핀란드, 남부폴란드, 발트3국, 백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제정러시아 영토였으니까요.
병맛이지만 병맛 취급하다가는 큰 코다치는 나라랄까요 ㅡ.ㅡ;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느낌을 보는 이에게 갖게 해주더군요.
대신 다른 곳보다 유달리 혹독하고 잔인한 전통이. --;;
처음: 너님들 땅만 존핸 넓고 힘은 없긔 나 처들어가긔 중간:너님들 땅과 병력의 끝이 대체 어디임? 최후: 고향의......고향의 언덕이 생각나........승천
ㅋㅋㅋㅋㅋㅋㅋㅋ하하하하
2차대전 독일군장성들이 딱 이 느낌이었을 듯 싶네요.
오헝제국이나 오스만보단 강하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보단 못했던 국가.
전술능력은 확실히 그리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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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동부전선에서 항상 레드아미 병사들 손실이 독일군보다 더 컸지요.
인프라랑 사회가 개혁되면 천조국 못지 않을것 같겠네요
그 인프라랑 사회가 대체 언제쯤이면 제대로 돌아갔을까요?!
몇 권의 책에서 본 제정러시아의 모습은 뭔가 사회 자체가 심히 문제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심장병 걸린 효도르임.
효도르랑 함 붙어볼까... 효도르 심장이 작살나는게 먼저일까, 내가 맞아 죽는게 먼저일까?
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 마인 퓌러~~!!! ㅋㅋ하하
달려있는 의견 잘 읽었습니다.
뎃글 달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1차대전때 까지는 독일에 비해서 많이 약세였죠. 철도를 광궤로 택한 원인 중 하나가 독일의 침공을 막기위해서 라고 합니다. 다만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1900년 이후의 러시아는 괄목할만한 국력신장(사회적으로)이 이루어졌습니다. 혁명을 막기위한 최저수준은 아니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