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he boxer
전인식
종이박스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마주섰다
한 사람은 리어카를 끌고 왔고
한 사람은 짐수레 자전거를 타고 왔다
이새끼저새끼
개새끼소새끼
창과 칼이 부딪치는 금속성 소리에
푸더덕 비둘기들이 지붕 위로 옮겨 앉는다
여긴 내 땅
무슨 소리 여긴 내 땅
서로서로 소유권을 주장한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이름 한 번 올려보지 못했던
땅 한 평
하늘 위에서 뚝 떨어졌을까
땅 밑에서 불쑥 솟아났을까
새로 생긴 병원 뒷편
선점을 위한 기선제압 치열하다
이 자식이 쪼그만하다고 봐 줄라했더니 안 되겠네
이 사직이 삐적 말랐다고 봐 줄라했더니 안 되겠네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다가
한 호흡 쉬어가며 주고받는 말
내겐 아파 누워있는 아내가 있소
내겐 오십 넘은 장애아들이 있소
심판도, 중재자도 없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추운 뒷골목
슬프거나 뜨겁거나
자꾸만 목이 길어지는 두 그림자
<문학인신문에서 발췌>
카페 게시글
시
Box, The boxer / 전인식
이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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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
26.05.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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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삶의 힘줄 한 줄기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