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56BAB38575761A42F)
햇살 고은 도담 언덕에 어제 황구렁이가 찾아왔습니다.
2004년 압촌동 시절에 이어 십여년 만에 만난 이 황구렁이는 놀랍다기 보다
손님처럼 반가웠답니다. 뜰에 나와 이 일 저 일 매만지다 뒷 데크에 앉아 쉬고 있는데
데크 아래를 지나 스르르 수로를 기는 겁니다. 예의 느리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위에서 굽어보는 내 시선은 까맣게 몰랐겠지요.
내가 휘리릭 카메라를 들고 나오는 발소리에 놀라 수로 틈 속으로 숨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C3938575761BD2F)
지줏대 하나 들고 들추어가며 건드려도 보고 말도 건네면서 장난을 즐기는데
내가 넘 늙었는지 무서웠는지 귀찮았는지 쓰윽~ 빠져나와 본성적으로 담을 타고 넘습니다.
뒷 축대는 다 큰 구렁이에겐 깨금발로도 넘을 수 있는 방문턱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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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럭지가 얼마나 되는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압촌시절의 그 놈보다 더 길어보였어요.
"구렁이는 굵(굵다)+엉이 → 굴겅이 → 굴엉이 → 구렁이의 변천이라 하고, 이는 보통의 뱀 종류에 비해 '굵은 류(類)'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사는 가장 큰 뱀으로 보통 1.5~1.8m이며, 드물게 2m까지도 자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먹이는 작은 포유류가 가장 많고 조류, 양서류, 알 등이고, 천적은 고슴도치, 족제비, 더 큰 구렁이 등이다. 독이 없는 관계로 먹이를 조여 죽인 다음 천천히 먹는다."고 하죠.
천적 중에 고슴도치가 있군요. 크기로만 보면 딱 구렁이의 먹잇감인데 가시가 돋혀
못 먹는다 하더라도 고놈에게 잡혀 먹힐 것 같은 덩치는 아닌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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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집 주변에 사는 녀석은 황구렁이이고 산 속에서 사는 놈은 먹구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강원대 생물학과 이정현 박사의 연구로는 검은 표피의 먹구렁이와 누런 채색의 황구렁이는
서식지가 중복되고, 또 머리판, 비늘열, 배비늘의 모양과 수 등 외형의 특징에 있어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말하고 있어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72D38575761D433)
예로부터 사람들이 황구렁이를 미워하지 않는 것은 구렁이가 집안의 쥐를
잡아주기 때문인 것으로, 가난했던 시절 식량을 지켜주는 복을 가져다주는 의미로는
'업구렁이'라 했다죠. 선조들은 집에 구렁이가 나타나면 손님 쯤으로 여겨
함부로 내쫓지 않았다고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B1638575761DF30)
귀찮은 땅주인에 쫓겨 담장 가로 내빼는데 또 지가 무슨 신문 기자라도 되는줄 알고
카메라를 들고 냅다 쫓아오는 겁니다...
"안 되겄다... 내만 할 줄 알고 늬덜은 잘 못 허는 묘기 한나 보여주지! 쓰윽---"
![](https://t1.daumcdn.net/cfile/cafe/246A2138575761EA31)
어린 두충나무 위를 기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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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벌써 다 올라와부렀넹??"
지 키만한 어린 나무에 올라 두리번거리며 쑥스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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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그 펜스로 풀떡 건너뛰어번지까? 아님 이 날씬한 몸매를 쭉 뻗어서 걍 타고 너머부까 으익??..."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6AC4C5757621710)
"허걱! 아무래도 안 되겄다. 여기서 일단 내 미모의 얼굴부터 가리고 보자."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BF24C575762230C)
" 영구 없~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BE84C5757622C0C)
저 노랗고 조금 놀랍고 쫌 징그럽고 약간 귀티 나는 몸놀림을 근래 본 적이 없던 차
즐겁고도 맘 쓰여 일을 몬하겠는데, 저렇게 고요히 그러나 꼼짝 않고 대치하며 1시간이 지났죠.
![](https://t1.daumcdn.net/cfile/cafe/2465704C5757623706)
나는 그를 살피고 그는 나를 살펴 서로 모른 듯 스쳐 지나가면서도
몹시 의식하기를: 이런 게 '사랑'인가 하면서 '관심'인가 갸웃거리기도 하고 '인연'이다 싶기도 하더니
다 아니어서 마침내 '걱정'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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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집에서는 잡아다 망에 씌워 담장 가 높은 나무 위에 걸어 두고
하룻 낮 하루 밤을 벌을 세워 '학습' 하게 한 뒤 고개 너머로 풀어주었지요.
"지형지물을 잘 봐두었다가 다음에 혹 이 곳을 지날 때 참고하여라. 마당엔 진돗개가 기다리고 있고
마을엔 몸이 허약한 아저씨들이 자주 지나다니시니 곡괭이나 삽 같은 연장 주변을 조심하고
소가지 없는 애들의 돌멩이도 경계하렷다!"
평생 선생질의 버릇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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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반쪽 만한 텃밭에 두개의 말목을 세워달라 시켜놓고 마실 나간 아내의 명령에 따라
나무 기둥을 세우긴 세워야겠는데 그러면 저 녀석이 달아나버릴 것 같고 그러면 또
곧 돌아올 아내에게 저것 얼굴을 꼭 보여주어야 허는디, 내 안달이 실망을 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저만치 보면서 땅 한 번 파고, 다시 힐끗거리면서 또 한 번 삽질이니 그 어느 순간
구렁이가 이때다 하고 스스로 묶어놓았던 매듭을 풀고 달아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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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엔 정령이 있어서 영으로 다 통한다는 것이 평소의 제 생각입니다.
그니까 생각을 내려놓지 않고, 관심을 끄지 않으며, 혹 좋아하거나 사랑하고 있으면
상대가 무엇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결단코 나를 그만큼 기다리고 경계하고
의식하고 긴장하고 혼불을 끄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한 순간 이걸 놓치고 '몰두'하는 사이가 바로 이 녀석의 '빈틈'이었던 것!
내쫓아갔더니 펜스를 들락거리면서 뒷터로 아조 영역을 벗어나버렸습니다.
승민아우네 쪽으로 가라 할까 아래 순일아우네쪽으로 몰까 하다 그냥 등성이를 넘는 거이 낫겠다
싶다가도 뒷터에서 아내가 밭일하다 "엄마야!" 놀랠 수도 있는 그림을 그려보니까
도무지 이눔을 오데로 보낼 데가 없는거 있죠... 맘 같아서는 서쪽 능선으로 돌돌돌
돼지 몰 듯 하고 싶었으나 고게 맘 대로 되남요? 몸을 비틀며 마치 비웃는 듯
실실실 웃으며 물줄기처럼 흘러가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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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04년, 압촌동 시절에 적었던 글입니다.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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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동물인 황구렁이의 몸값은 보신용으로 몸 길이 만큼 나갑니다.
1미터이면 1백만 원, 백 오십 센티면 백 오십 만원.
까치독사나 칠점박이 등은 3-4만원, 꽃뱀은 오천 원이라니 비교가 되시죠?
작년 이맘때에 이 친구가 우리집에 들었습니다.
뒤안에서 흰둥이가 야단이길래 올해도 어김없이 이 기다랗고 좀 징그럽게는 생기신
손님이 오셨나부다 했지요.
그런데 무어, 넘어지는 소리하며 짖어대는 게 예사 분이 아닌 겁니다.
화분들이 어지러운 담장 모서리에 갈기를 세우고 연신 진격하는 자세나
꽁무니는 반쯤 뒤로 빼고 쩔쩔매는 듯 공중으로 몇 족장 튀어오르는
행동이, 여간만 심상치 않더라구요.
하여 몸값도 몇 푼 안 되는 이 사람이 나섰지요.
주인이 출현하면 더 흥분하여 삽시간에 전공을 세우려는 충견의 심리를 먼저
심심 위로하고 그를 조용히 안아 앞마당 담장가의 그늘에 묶어주었지요.
물론 앙탈을 안 부리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주인어른의 품은
언제나 따뜻하고 달콤하지요.
그 어떤 상처도 이겨낼 수 있는 반창고요, 그 어떤 욕망도 앞지르는 기쁨이었으니...
아우성치는 소리를 뒤로하고 가망가망 문제의 현장을 살폈지요.
긴 간짓대로 구석의 화분을 담장을 지랫목 삼아 드르르 대문을 열었는데!
아주 단아하게 똬리를 튼 그는 온몸이 구릿빛으로 잘 그을린 성년의 황구렁이였답니다.
인물이 환하고 자태가 곱기로 어디 시중의 꽃뱀하고 대겠습니까?
내 집으로 들어선 이상 귀한 손님 초대한 기분으로 꽤 흥분하고 있었답니다.
숲에서 볼 수 있는 먹구렁이와 함께 당대 최고의 최대의 토종뱀입지요.
옛날엔 이를 '집지키미'라 따로 이름 지어 불렀고,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바
부엌이나 마루 밑, 시렁 위의 구렁이가 바로 이 황구렁이지요.
집에 든 뱀은 죽이지 말라했던가요? 온혈동물을 먹는 식성으로
쥐가 흔하던 시절엔 이 황구렁이가 집고양이 노릇을 톡톡히 했던가봅니다.
이 물건이 들어가야 입맛을 다시는 사람들은 눈이 빨개지고,
이 뱀의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고 싶어 눈이 빠진답니다 글쎄.
나는 예의 마누라를 불렀지요.
눈치 빠른 아내는 채 10초도 안 되어 검정망사 자루 하나를 창 너머로 화락
던져주더군요.
해마다 집에 뱀이 나타나면 'T'자 모양의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 녀석을 잡아 던져야겠다
맘먹었으면서도 벌써 10년이 넘었답니다.
그때마다 두리번거리곤 했는데 웬일입니까?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티자형의 수세미 지팡이가 구석에 서있는게 아니겠어
요? 나는 재빨리 낚아 녀석에게 들이대어 봤습니다.
녀석은 제 또래의 다른 뱀에서 특수하게 볼 수 있는 위협용 콧김을 마구 쏘아대면서
한편으론 고갤 치켜들고 공격을 하고 또 한편으론 담을 넘을 듯 벽을 파도 타며
'S'자 형으로 달아나는 형국이었습니다.
야생의 체험은 매번 흥분되고 또한 즐겁습니다.
내 어릴 적 악동의 기질과 고망쥐의 재바름과 나아가 짖궂음의 손목은
용트림의 힘이 만만찮은 황구렁이의 목을 순식간에 거머쥐게 하였답니다.
나는 머리와 꼬리부위를 잡고 길게 늘여 아들이 들고 나온 줄자로 재어보았지요.
1미터 20 이 넘는 짱이었습니다.
녀석을 망사자루에 담아 참죽나무에 높이 매달았답니다.
왜나구요?
경고지요.
우리 집에 들어와 봐야 흰둥이 이빨에 두 동강이 나거나 내게 잡혀 이리 고소공포에 시달리
는 신세가 될 터이니 높은 데서 우리 집 잘 보아두었다가 차후에 다시는 어물쩍 들어오지
말라는 메시지의 벌을 준 게지요.
낮잠 한소끔 지나고 실눈을 떠보니 매달린 구렁이의 몸이 얼멍얼멍한 망사를 뚫고 3분의 1
쯤 삐져나와서는 흔들흔들 그네를 타는 게 아니겠습니까?
가까이 다가가 일차 살핀 후 예의 또 "어~이" 했지요.
그랬더니 이번엔 10초도 안되어 올이 아주 촘촘한 양파망사를 들고 나오더군요.
아, 역시~ 내 마누랍니다.
그렇게 덧씌워진 두개의 망사에서 구렁이가 한 자루의 망사로 출렁 옮기기 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답니다.
야외용 침대가 아닌 망에 갇혀 달빛을 보는 황구렁이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이튿날은 멀리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지요.
고갯마루께에 묵신한 자루를 들고 가 송학산 산신령을 불러 되돌려주었지요.
풀숲에 놓아준 뱀은 산신령처럼 눈 깜딱할 사이에 홀연 사라져버렸답니다.
이 선행으로 하여 이제껏 그 흔한 박씨 한 알이나, 유리구두 한 짝, 은혜를 갚는 까치 같은
상은 없었지만, 혹, 마가 끼었을지 모르는 그 날 여행을 무사히 즐겁게 다녀오게 해준
산신령의 가피는 있었지 않았나 넌즈시 누렇게 웃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이 이야기를 풀었더니 백오십 만원이 아깝지 않냐고 젊잖은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차더군요.^^
백 오십이라... 백 오십... 백 오......%$&^#@^^!!
첫댓글 소름과 긴장감 어이하여 무서운 님과 노십니까? 말씀하시는 모습 그리며..... 엄마야!!!!도망칩니다.
저 큰 구렁이가 일하다 바로 엉덩이 아래를 지날까 상상하셨죠? 풀이 우거진 뒷터에서는 가능한 그림입니다. 제가 한 시절 홀로 깊은 산중을 헤맬 때 소리없이 두 다리 사이를 스쳐지나는 독사를 만났지요. 나도 한 마리 야생의 들쥐나 족제비처럼 어찌나 적막하고 오싹하면서 흥분이 되는지 지금도 이 흔치 않은 '경험'을 자랑 삼고 있습니다. 압촌시절의 황구렁이는 머리가 더 컸고 건드리면 대들었지만 이 친군 전혀 덤비지 않고 지 할짓만 할 뿐이었어요. 착한 녀석... 어제는 그 구렁인진 몰라도 아내가 승민아우네 불루베리를 따는 데서 보았다고 심드렁하게 전하더군요.^^
강원도 홍천 가리산 1,000~1,100m 능선에서
똑 같은 크기의 황구렁이를 보고 사진에 담고....
이놈 담금주하념 좋겠는데 하고 생각도 했지만 멸종위기 종이라서 보고왔었지요 ㅎㅎ
말씀하신대로 황구렁이가 집 주변에서-
흑구렁이는 산속에서- 사는 걸로 알고 잇어서 고산에 황구렁이가? 했는데~
서식지가 중복 되는군요
천적이 고슴도치인것도 새로 알았구요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연일~ 더위속에서 냉혈동물인 녀석과의 시원하신(?) 만중한을 달래셨군요 ㅎㅎ
가내~평안!하옵시지요
뵐~날까지 강건!하시구요^^
오랫만에 아우님 목소리 들으니 반가워요. 명퇴를 하니 더욱 방안퉁수가 되어 뜰과 서재와 주방에서 살아요. 셋 중 안 하면 몸살이 나는 짓이 마당 일이에요. 아래 하국이 흩어놓은 깨알 같은 싹들을 호미로 긁어내고 위 텃밭 가에다는 삽목해놓은 구기자를 심어야겠다, 갤러리 앞 새로 분주한 삼지구엽초에 스프링쿨러를 돌려주고 안개꽃 시들어가는 것들은 죄 뽑아 씨내림을 막아야겠다... 모순이지요... 태양광 집열판을 세워놓으니 각파이프 기둥 속으로 딱새가 갇힌 것 같아 전깃줄에 매듭을 지어 동아줄을 내리기도 하고 구렁이를 만나 서로 묻고 답하기도 하니 그림 일은 당당 멀었고 글 쓰는 일은 자꾸 새벽 쪽으로 내몰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