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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chy91 ON 8. 31, 2015
흔히 ‘산악관광’이라고 하면 스위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그 풍광을 즐길 완벽한 인프라까지 갖춰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스위스를 찾아 산악관광을 만끽한다. 스위스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이용해서 가만히 앉아서 한 해 수십 조 원의 관광수익을 벌어들인다.
스위스가 산악관광으로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나 될까? 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로 부러운 규모의 액수다. 우리나라와 한 번 비교해보자. 아니, 우리나라의 강원도와 비교하면 딱 맞는 수준이다. 스위스 산림면적이 124만5,000㏊로 강원도의 136만8,000㏊보다 오히려 12만3,000㏊나 적다. 반면 산악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 35조원에 이른다. 강원도는 2013년 기준 2조6,000억 원 밖에 안 된다. 강원도보다 면적이 적은 스위스의 연간 산악관광 수익이 강원도에 비해 14배나 된다. 더욱이 대한민국 전체 관광수익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2014년 18조원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스위스는 산악관광만으로 한 해 35조원을 벌어들이는 반면 스위스의 몇 배에 달하는 산림면적을 가진 대한민국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산악관광 인프라의 차이다. 스위스는 관광업계 종사자는 17만5,000여명, 전국 산악열차 및 케이블카는 무려 670개에 달한다. 알프스의 풍광을 즐기는 거점도시이자 만년설이 있는 마테호른 트레킹과 등반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체르마트만 해도 겨울용 산악열차 및 케이블카는 34개, 여름용도 19개나 운행한다.
반면 강원도 관광용 케이블카는 설악산에 단 1개뿐이다. 산악열차는 아직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한 전체 관광용 케이블카를 계산해도 불과 22개 밖에 안 된다.
중국에도 웬만한 산에는 전부 케이블카를 설치해놓고 있다. 중국 10대 명산에 꼽히는 천문산은 아예 도심에 케이블카 종점을 설치, 도심 상공을 관통해서 정상 인근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다. 이것도 명물이다. 중국엔 약 1,000개의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별로 다르지 않다. 1개의 산에 스키용 곤도라를 포함, 10여개의 케이블카가 있는 산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이용과 보존, 개발과 보호 등 적절한 시설로 환경훼손을 최대한 줄이며 이용하고 있다. 적절한 시설은 또한 더 많은 훼손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거둬 환경보존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산악개발과 케이블카 설치 찬성론자들은 1%의 활용으로 99%의 완벽한 자연보존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나무데크를 예를 든다. 나무데크가 설치된 이후 모든 등산객들은 데크 위로만 다닌다. 자연히 훼손된 주변 식생은 거의 완벽히 복원되고 있다. 데크는 자연친화적인 시설로서 언제든 철거가 가능하고, 철거하더라도 거기 있었던 식생은 완벽 재생이 가능하다. 개발론자들은 이를 “1%의 활용으로 99%를 완벽 보존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반면 보호론자들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둬야지 절대 인간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개입하는 순간 주변 식생은 훼손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찬성론자들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시종점 시설물과 몰려드는 인파로 혼잡하지만 훼손을 최소화 하는 1%의 활용으로 주변 다른 장소의 자연훼손을 절대적으로 방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호론자들은 시설물이 들어서는 순간 주변 식생과 생태계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순식간에 파괴되고 더 이상 복원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즉 자연은 1%도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케이블카 설치 반대론자와 환경보호론자들은 “스위스의 산악시설물들은 전부 국립공원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설치된 것들로서 국립공원법이 시행된 이후 설치된 시설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일부 맞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스위스 체르마트에 산악시설과 산악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자, 관련 지자체에서 체르마트로 향하는 자동차도로를 확장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1972년엔 부결됐다. 주민들 의견에 따라 도로를 확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1979년 마테호른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운행구간을 연장했다. 이어 1986년에 다시 체르마트행 자동차도로 부분확장에 대해 주민투표를 했다. 이번에 가결됐다. 주민들 합의하에 체르마트로 가는 도로를 확장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의 불편을 덜게 된 것이다. 이같이 인구 6,000명에 불과한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엔 연간 산악관광을 위해 방문하는 인구는 130만 명에 달한다. 주민들 소득증대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지역소득이 2만 불이 채 되지 않은 반면 체르마트는 5만 불을 상회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산악관광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우리나라는 산지의 면적이 전체 64%다. 남한의 절대면적을 차지하는 산지를 사실상 방치해두고 있는 현실이다. 산악관광은 현재 제조업의 위기를 돌파할 가장 적합한 산업으로 꼽힌다. 산악관광산업은 1, 2, 3차 산업을 전부 아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칭해서 6차 산업이라 한다. 산을 활용한 1, 2, 3차 산업의 구체적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1차 산업은 농림축산업이 해당한다. 농림업은 경제림 단지를 가꿔 목재산업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아카시나무 등으로 양봉산업을 활성화시켜 소득증대를 꾀할 수 있다. 축산업은 오메가3를 강화한 산지특산 소고기로 특화축산물의 브랜드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소 뿐만 아니라 다른 축산업도 특화시키기 나름이다. 2차 산업은 1차 산업을 기반으로 한 제조․건설로 연결된다. 1차 원료를 가공해서 식품․의약품․유가공품․에너지를 생산한다. 통나무집이나 트리하우스를 건축하는 산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통나무집이나 트리하우스에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할 기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나아가 등산이나 캠핑용품, 산악자전거, 승마용품, 케이블카 등 다양한 산악관광을 즐기는 산업으로까지 연결이 가능해진다.
3차 산업은 서비스다. 산에서 즐기는 문화․생태․먹거리 체험관광과 레스토랑은 1․2․3차 산업을 합친 융복합 산업에 해당한다. 나아가 관광․레저․교육․치료․힐링․테마파크 등 본격 서비스산업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모든 것이 아직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거나 실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리산 종주라도 할라치면 외국의 산장과 비교도 안 되는 시설에서 샤워는 커녕 수십 명이 한 공간에 모여 칼잠으로 쪽잠을 잔다. 산 중에서 비박은 아예 금지돼 있다. 어쩌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반면 알프스나 로키에서는 훌륭한 호텔 같은 산장에 편안한 잠을 자고 다시 트레킹을 하거나, 제법 널찍한 공간에서 비박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는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스위스 리기산(1,797m)과 설악산(1,708m)를 한 번 비교해보자. 리기산에 올라가기 위해서 산악열차를 타면 왕복 7만7,000원이다. 산정상 호텔 하루 숙박비는 25만원, 레스토랑 식사는 3만9,000원, 패러글라이딩이나 레포츠 이용은 15만5,000원을 지출한다. 1박2일 간 머무는 비용은 총 51만9,000원이다. 반면 설악산에서는 케이블카 탑승료 왕복 9,000원, 대피소에서는 숙박비와 잠 잘 때 덮는 모포 포함해서 1만원, 대피소 식사는 라면․햇반․생수․커피 전부 합쳐서 8,000원, 산 입구에서 생수․과자 등 5,000원을 잡아도 1박2일이면 고작 3만2,000원밖에 안 든다. 리기산과 설악산의 지출 비용은 무려 16배 차이가 난다. 지역경제에 도움 되는 것은 두 말하지 않아도 뻔할 정도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산악관광이 활성화 되면 관광객이 10% 이상 증가할 뿐만 아니라 현재 일반여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인당 산지관광 지출액이 일반여행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강원도 지역 내 총생산액을 33조원으로 늘리고, 부가가치는 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또 고용효과는 18만 명에 이르고, 생산유발효과는 23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셋째로, 한국에서는 도보등산이 압도적으로 많아 산악관광 활성화를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산악관광을 제대로 즐길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산악문화의 차이이기도 하다. 우리 선조들은 대대로 유산(遊山)을 즐겼다. 산과 하나 돼서 산에서 노는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간다는 인구가 1,800여 만 명에 이르는 현실도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하지만 지금은 등산인구도 상당히 서구화돼 가고 있다. 히말라야와 알프스 트레킹을 즐기는 위해 떠나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국내서도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매년 늘고 있다. 좁은 등산로에 산악자전거와 등산객이 섞이는 혼란을 겪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산으로 가는 등산객을 둘레길로 분산시켜 일부 흡수했다고 주장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악문화와 산악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즉 고급화 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산을 보존하기 위해서 산으로 가는 등산객을 밑으로, 즉 둘레길로 걸어라고 끌어내릴 건 아니다. 소득 3만 불 시대에 샤워도 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 수 십 명이 함께 자며 칼잠으로 쪽잠을 자는 현실은 시대적 분위기와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 도보 등산객은 도보등산객에 어울리는 시설과 등산로를 이용하고, 산악자전거나 캠핑을 즐기는 사람은 그에 맞는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마침 지난 7월9일 기획재정부에서 체험형 관광을 선호하는 외국 관광객을 위해 산악관광을 활성화 시키는 대책을 발표했다. 산악관광진흥구역제도를 도입해서 보전산지 등 전체 산지의 약 70%에 해당하는 지역에 관광휴양시설 입지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또 강릉과 평창-정선을 잇는 산악관광과 바다를 두루 볼 수 있는 6개 트레킹 코스 126㎞를 개발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국토의 64%가 산지이지만 그동안 산림녹화에 정책 우선순위가 있어 산지의 관광자원으로의 적극 활용은 미흡했다”며, “대부분의 산지가 보전산지 등 관광휴양시설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으로 묶여 있거나 표고 50%, 평균경사도 25도 이상인 경우에는 개발이 불허돼 왔지만 이를 법으로 허용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유전자원보호구역 등 보호를 필요로 하는 지역은 개발이 여전히 제한되지만 이를 제외한 지역은 산 하단부터 산 정상까지 개발을 허용할 방침이다.
특정 산지의 개발은 먼저 구역을 지정해서 개발을 허용하는 방식이 아닌 사업희망자가 계획을 제출하면 심사해서 구역을 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즉 사업희망자가 사업계획서를 제출, 시도지사에게 구역지정을 요청하면 문체부 장관이 관련절차를 거쳐 지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립공원위원회와 비슷한 방식을 거친다. 설치 가능시설은 숙박․체류시설, 식음․상업시설, 생산․체험시설, 스포츠․위락시설, 문화․휴양시설, 공공․편의시설 등 2․3차 산업 위주다.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자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계획적 개발을 유도하고 환경보전 대책수립 등 생태적 이용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서 제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도시계획과 마찬가지로 산지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벌꿀단지나 삼나무․목재단지, 농축산 연계 휴식․숙박지구, MTV․ATV 전용지구 등으로 나눠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서 투자 인센티브를 마련해서 기업투자를 유치한다. 이를 유형별로 나눴다.
첫 번째 유형은 설악산․지리산종합관광과 같은 대표 명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리산․한라산․설악산 등에 휴양형 산장호텔, 산정상 레스토랑, 내설악 관광철도, 산악승마․산악자전거 등을 설치, 쉬는 방식․즐기는 방식․접근하는 방식을 다양화해서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두 번째 유형은 산지레포츠 산업단지를 만든다. 올림픽 시설을 활용해서 국내 유일 선수용 활강스키 훈련시설을 마련하고, 가파른 능선 및 임도를 활용해서 산악자전거 메카지역으로 자리매김 한다. 예를 들면, 스키활강 훈련코스나 스키훈련학교, 크로스컨트리, 수준별 MTB코스, 바이크호텔 등을 건립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는 대관령 친환경 농축산 테마파크와 같은 고원 초지형 산업단지를 건립한다. 이는 대관령~선자령~용평~알펜시아를 연결하는 일종의 테마파크와 같다. 산악승마․ATV지구, 트레킹 단지, 레저지구, 낙농건강테마리조트, 숙박․휴양지구로 나눠 모든 산악관광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네 번째는 의료관광과 연계된 산림치유산업단지다. 치유의 숲을 기반으로 숙박시설, 전문적 의료관리, 각종 교육시설 등이 포함된 독일식 종합 힐링지구로 조성하는 것이다. 전문 메디컬 리조트나 수준별 둘레길코스, 피톤치드 치료, 숲유치원과 같은 교육시설 등을 마련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경제특구법, 새만금특구법과 같은 특별법은 부처별 복잡한 규제를 원샷(one-shot)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만 추진된다면 국내 제조업을 다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전경련은 주장한다. 국내 자전거 판매량이 2008년 180만 대에서 2012년 40% 증가한 250만 대에 이르고,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아웃도어 시장규모도 2011년 4조3,000억 원에서 2013년 6조9,000억 원에 이르렀듯이 산악관광이 활성화 되면 이러한 제조업이 다시 성장하는 건 시간문제다. 나아가 케이블카 제조, 산악자전거, 레저용품 등 다양한 제조업 성장이 가능해 진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결국 산악관광은 환경론자와 개발론자의 타협이냐, 대립이냐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개발론자는 “1%의 개발로 99%의 완벽한 보존과 더불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고, 환경론자는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순간 자연은 훼손된다”는 주장의 접점을 어떻게 찾느냐의 문제다.
과연 산악관광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제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득증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갈지, 아니면 환경론자들의 주장대로 현재의 상태대로 갈지, 누가 우세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