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6위에서 24위로 하락했습니다. 하락 이유로 "정치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이 합의와 타협의 공간을 위축시키고 정책 입안을 마비시켰다"고 외신은 전합니다. 여야간의 극단적인 대결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정적 제거에 몰두했던 것이 하락의 주요 이유일 것입니다.
이번 국민의 힘 당대표 경선이 갈수록 가관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친윤, 비윤, 반윤, 윤핵관, 간신배, 안윤연대, 윤심, 안은 윤의 적 등의 낱말들이 어지럽게 휘날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표경선에 개입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배은 망덕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때문에 대통령이 되었는지 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있다는 점이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입니다. 국민들은 태극기 부대나 일베같은 극우꼴똥들이 국민의 힘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국민의 힘 지지자들은 당대표로 30대의 젊고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이준석을 선택해서 단숨에 당의 이미지를 바꿨고 이것이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태극기 일베 세력과 과감히 결별을 선언해서 국민의 힘이 건전한 민주주의 정당으로 보이게 했고 젊고 희망있는 꽤 괜찮은 정당으로 인식하게 한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에 심각한 충돌이 있어 그때마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사태가 어찌어찌 봉합이 되면 다시 지지율이 상승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이들이 짜고 고도의 연출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자질 문제가 이들의 충돌때문에 별로 부각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윤석열 후보가 젊은 당대표를 다독거리면서 포용하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게한 일등공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토사구팽 식으로 이준석을 대표직에서 쫓아내더니 이번 국민의 힘 당대표 경선 규정을 당원 100%의 투표로 바꿔서 국민 지지율 1위였던 유승민을 경선에 출마조차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당심 지지율 1위였던 나경원에 대한 융단폭격으로 출마를 포기하게 만들었고,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안철수에 대한 공격을 마다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김기현을 대표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이런 무리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세력의 무리한 당권장악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 당원들은 이번에 놀라운 선택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김기현이 아닌 안철수를 선택하는 이변을 연출해서 또 한번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안철수가 당대표가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생각해보면 국민의 힘 지지자들은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살펴보면 극적인 후보 경선과정이나 다른 후보와의 과감한 연대와 타협이 있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과의 극적인 연대로 당선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돌풍이라고 할 수있는 경선에서의 승리와 정몽준과의 과감한 단일화 시도라는 승부수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와 박빙의 경선과정을 거쳐 어렵게 후보가 되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때는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와 힘없는 단일화를 성사시켰지만, 전혀 극적이지 않았고 안철수 지지자들을 분노케한 단일화여서 지지세력 확장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박근혜에게 대통령직을 헌납한 꼴이 되었습니다. 19대 대선때는 촛불혁명 뒤에 치러진 선거라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당 후보로 누가 되어도 손쉽게 이겼을 것입니다. 20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엉터리 경선규정 때문에 결선투표가 무산되었고, 그것이 일부 이낙연 지지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이재명 후보가 겨우 0.7% 차이로 석패한 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 때 민주당 지지자들이 미비한 경선규정에도 불구하고 좀더 전략적인 투표를 해서 결선투표까지 가고 경선에 승복하는 축제분위기가 형성되었다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입니다. 반면 국민의 힘은 후보경선에서 윤석열과 홍준표간에 나름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충분히 국민의 시선을 끌만한 경선이었습니다. 경선 후에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만 봐도 컨벤션효과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성사시켜 승리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단일화 효과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긴 하지만 이런 박빙의 선거에서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이 단순 열성 지지자를 넘어 개인에 대한 극렬 하고 무조건적인 지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나친 열성적 지지는 당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나아가 파시즘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습니다. 민주당내에서 누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쓴소리를 한마디만 하면 문자폭탄에 수박타령에 탈당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은 민심에 거스리는 행위로 이재명 대표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현명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국민의 힘의 지지자들도 전략적 투표를 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데, 민주화 세력의 적통을 이어받고 있다는 민주당의 지지자들의 이런 행태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내에서 비판받으면 공격하지 말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같은 동지를 대하는 예의입니다.